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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리벨리온 본사에서 열린 '국회 유니콘팜X코리아스타트업포럼 현장 간담회'. (왼쪽부터)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 정민찬 큐빅 대표,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 한상우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상임이사, 최재화 번개장터 대표 /사진=코리아스타트업 포럼"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증권계좌를 만드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립니다. 심지어는 서류 한개 작성하고 사인하려고 직접 서울까지 와야해요. 투자자들이 사전에 이 같은 상황을 알았다면 우리 기업에 투자를 결정했을까요."
이한빈 서울로보틱스 대표는 지난 16일 경기도 성남시 리벨리온 본사에서 열린 '국회 유니콘팜X코리아스타트업포럼 현장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회의는 국내 AI(인공지능) 분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및 직접 경쟁을 지원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글로벌 진출이 꼭 필요한 AI 스타트업들이 규제로 인해 해외투자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집중 논의했다. 이 대표는 "많은 해외 벤처캐피탈(VC)에서 투자를 유치했는데,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이들의 지분을 보통주로 전환하려니 무조건 한국 계좌가 필요했다"며 "이 과정에서 온갖 서류를 준비하고 사인을 받는 데만 6개월 넘는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정민찬 큐빅 대표도 해외투자유치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 대표는 "최근 해외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는데 원화로만 투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원화로 환전했다"며 "문제는 대부분 영업이 해외에서 이뤄지다보니 조달한 자금을 해외지사로 보내기 위해 또 다시 환전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같은 규제가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가로막거나 플립(해외 본사 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수준까지 몸집이 커진 스타트업들은 성장을 위해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이 절실한데 규제가 이 과정들을 어렵게 하고 있단 지적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그로스 레벨(성장단계)에서는 해외 투자자들의 지원에 의존해 성장해야 하는 것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실"이라며 "한국의 규제들은 그로스 레벨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더욱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테마섹 등 해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의 각종 규제에 대해 잘 알았으면 리벨리온에 투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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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유니콘팜 "외국인투자촉진법 등 규제 개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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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간담회에서는 중고물품 수출에 대한 관세 혜택(번개장터),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합성데이터 규제(큐빅), 기술특례상장의 높은 관문(서울로보틱스) 등에 대한 건의도 이어졌다. 특히 기술특례상장 허들과 관련해 이한빈 대표는 "상장심사위원회 앞에서 벌거벗고 춤까지 추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참석한 의원들은 관련 규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나라에서 외환 관련 규제는 매우 민감한 이슈지만, 기업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봐야 할 사안이라는 점을 인지했다"며 "외국인투자촉진법을 포함해 관련 규제들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민규 의원은 "현재 코스피는 상승하고 있지만 코스닥은 멈춰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연금, 퇴직연금 등의 벤처투자 활성화,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등 대기업 자본의 벤처투자시장 유입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도 "스타트업은 글로벌 수준으로 발전해나가고 있지만 정부의 수준은 제자리"라며 "제도와 법을 개선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소통을 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김한규, 박민규, 고동진 의원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김성회 의원, 조국혁신당의 이해민 의원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