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2005년 도입된 모태펀드의 누적 조성액은 지난해 말 기준 9조8617억원. 이를 통해 결성한 자펀드는 1327개로 총 결성액이 43조9454억원에 달한다. 10조원 가까운 마중물로 4배 넘는 자금을 창업생태계에 공급한 것이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1만개 넘는 스타트업에 흘러들어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이 중에는 유니콘은 물론 증시에 상장한 기업도 많다. 실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427개 기업 중 자펀드의 투자를 받은 기업은 258개사. 코스닥 상장사 10개사 중 6곳 이상이 모태펀드의 지원을 받아 성장하고 증시에 입성한 셈이다. 투자한 기업들이 유니콘으로, 상장사로 성장하면서 모태펀드 곳간도 풍성해졌다. 최근 10년간 모태펀드가 출자한 자펀드 중 청산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9.2%에 달했다. 벌어들인 돈은 다시 벤처투자 재원으로 활용됐다.
이렇게 벤처투자 시장의 기반을 구축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모태펀드가 기로에 섰다. 존속기한이 다가오면서 펀드운용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진 것이다. 애초 모태펀드는 2035년까지 한시적으로 도입된 정책펀드다. 아직 존속기한이 10년 정도 남았지만 이대로라면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출자한 자펀드와의 만기 미스매칭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자펀드의 만기는 7~10년 이상이기 때문이다. 자펀드를 조기청산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 경우 유망 스타트업 육성이라는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기대수익도 낮아지는 등 득보다 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벤처투자업계에선 모태펀드의 앞날이 달린 중요한 시기에 계엄, 탄핵,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기획기사(☞ 본지 보도 [Policy2.0-기로에 선 모태펀드] 참조 )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다행히 이후 이재명·김문수 후보 등 주요 대권주자들이 모태펀드 존속기한 연장과 예산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면서 한숨 돌린 분위기다.
하지만 단순히 존속기한을 연장하고 예산만 늘리면 될 일이 아니다. 달라진 경제환경에 맞게 모태펀드의 역할도 재정립해야 한다. 2023년 벤처투자촉진법 개정으로 민간 벤처모펀드(민간재간접벤처투자조합)가 본격 도입됐다. 민간에서 비슷한 펀드가 만들어지는 만큼 모태펀드는 마중물이란 본연의 역할에 걸맞게 초기기업, 지역벤처 등 과소투자 영역이나 딥테크(첨단기술) 등 지원의 필요성이 높은 시장실패 분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구감소, 청년이탈 등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역별 맞춤 창업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모태펀드가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한다.
아울러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농림축산신품부), 혁신성장펀드(금융위원회) 등 성격이 유사한 다른 정책펀드와의 조직·기능통합도 고민해야 한다. 정책펀드마다 소관부처가 다르다 보니 중복·과잉투자 등의 문제들이 꾸준히 제기됐다. 대대적인 개편작업을 통해 혈세로 조성되는 정책펀드들을 보다 체계적·효율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0년간 벤처투자 생태계를 키운 모태펀드가 디지털 대변혁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마중물'이 되기 위해선 철저하고 세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모태펀드' 기업 주요 기사
- 기사 이미지 '벤처투자 마중물' vs '민간 자생력 떨어져'…모태펀드 20년 명암
- 기사 이미지 '10조' 모태펀드 수명 '째깍째깍'...벤처투자 마중물 마를까
- 기사 이미지 모태펀드 1차 정시 선정…하반기 '7538억' 벤처펀드 조성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