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마중물' vs '민간 자생력 떨어져'…모태펀드 20년 명암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5.05.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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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y2.0-기로에 선 모태펀드]③

[편집자주] 선거는 정책 경쟁의 장(場)이다. 미뤄왔던 정책 과제들이 쏟아진다. 정책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한민국 '1.0'에서 '2.0'으로 가는 과정이다. 미뤄왔던 정책 과제를 이슈별로 살펴본다. 이 같은 정책 과제를 'Policy(정책) 2.0'으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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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모태펀드 현황/그래픽=이지혜
한국모태펀드 현황/그래픽=이지혜
2005년 조성된 모태펀드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을 연 11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평가받는다. 닷컴버블 이후 크게 위축된 벤처투자 시장에 정부가 마중물을 공급하면서 민간투자를 유인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성숙해지고 마중물 효과가 감소하면서 모태펀드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한국벤처투자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조성된 모태펀드의 누적 규모는 9조8617억원이다. 이를 통해 결성한 자펀드는 1327개, 총 43조9454억원 규모다. 약 34조원은 금융기관이나 기업 등 민간 자금이란 의미로, 정부가 투입한 자금보다 약 4.5배 많은 투자금이 시장에 공급된 셈이다.

이렇게 조성된 자펀드는 1만개가 넘는 스타트업으로 흘러 들어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지난해 기준 1만729개 스타트업이 모태자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청산한 자펀드의 수익 배수는 평균 1.42배를 기록했다. 또 최근 5년 내 257개의 기업이 모태펀드의 투자를 유치한 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많은 벤처캐피탈(VC)들이 모태펀드를 통해 펀드를 결성하고 스타트업에 투자금을 공급할 수 있었다"며 "모태펀드가 국내 벤처투자 시장을 키우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고 했다.


모태펀드 의존하는 VC들…3분의 2가 자펀드 출자 신청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쏠리는 VC업계의 관심도/그래픽=이지혜
모태펀드 출자사업에 쏠리는 VC업계의 관심도/그래픽=이지혜
다만 일부 VC들이 모태펀드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이른바 '생명줄'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부 대형 VC나 금융권 계열 VC를 제외하면 민간자금만으로 벤처펀드를 결성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최근 진행된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모태펀드 2025년 1차 정시 출자사업에는 역대 최대인 196개 VC가 출자를 신청했다. 지난해(149개)보다도 47곳이 늘었다. 일부 창업기획자(AC)들이 도전장을 낸 걸 감안해도 국내 VC 297곳 중 약 3분의 2는 모태펀드 출자를 신청한 셈이다.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대표는 "국내 벤처투자 시장이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을 중심으로 움직이면서 민간에서 펀드 결성을 주도하는 앵커 LP가 성장하지 못했다"며 "앵커 LP를 확보하기 위해 VC들이 모태펀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마중물 효과마저도 축소…역할 재논의 필요


모태펀드의 마중물 효과도 감소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모태펀드 규모 확대가 민간 자금을 추가로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벤처시장연구원이 지난해 모태펀드 승수효과를 분석한 결과, 2014년 이전까지는 모태펀드가 1% 증가할 때 민간 출자금도 0.845% 증가했지만 2014년 이후에는 모태펀드가 1% 증가해도 민간자금은 0.28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배승욱 대표는 "마중물 효과가 한계에 다다른 만큼 단순히 시장의 대형 LP로서만 역할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이제는 시장이 실패하는 분야의 투자를 지원하는 등 모태펀드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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