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천하'에 갈 곳 잃은 벤처펀드 1.4조...VC "투자할 곳이 없다"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5.07.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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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 못 찾는 모태펀드 문화계정/그래픽=임종철
투자처 못 찾는 모태펀드 문화계정/그래픽=임종철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정부의 예산을 받아 조성된 벤처펀드들의 미소진 투자자금이 1조3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영향으로 콘텐츠 제작비용이 급증한 데다 흥행해도 OTT만 수익을 내는 구조 때문에 투자처 발굴이 어려워진 것으로 풀이된다.

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한국벤처투자(KVIC)에 따르면 모태펀드 문화계정의 자펀드 결성액은 2020년 2438억원에서 2024년 7193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조성된 펀드들이 실제로 투자한 금액은 같은 기간 2118억원에서 2829억원으로 33.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올해 3월까지 펀드에 대기 중인 누적액(드라이파우더)은 1조36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모태펀드 문화계정은 문화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을 출자해 조성하는 모펀드로, K-콘텐츠 열풍에 힘입어 관련 산업을 육성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이에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고는 있지만 정작 투자는 그만큼 늘고 있지 않은 셈이다.


대박나면 뭐해…'작가·감독·배우·넷플'만 웃는다


해당 펀드는 주로 콘텐츠 제작 중소·벤처기업이나 콘텐츠 자체에 투자하도록 돼 있다. 업계는 K-콘텐츠의 인기에도 제작사나 프로젝트 자체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여서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음악의 경우 대형 기획사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고, 영화·드라마는 해외에서 흥행해도 제작사는 큰 이윤이 남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영화·드라마의 경우 '오징어 게임' 이후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영향력이 커진 게 결정적이었다. '오징어 게임'이 회당 28억원의 제작비를 기록했지만 그 이상의 수익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면서 평균 제작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작가·감독·배우 등 제작자들의 몸값이 급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제작사들은 통상 상영 전 OTT와 판권을 계약해 비용과 수익을 보전 받는다. 한 문화펀드 투자 심사역은 "드라마·영화의 주 소비채널이 OTT로 넘어간 데다, 해외 OTT들은 그나마 높은 가격에 판권을 구매해줘 제작사들은 우선적으로 OTT와 계약을 하려 한다"며 "제작비 증가에 따라 판권 가격도 올라 국내 방송국이나 영화배급사는 선뜻 구매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에서 흥행한 K-콘텐츠들
글로벌에서 흥행한 K-콘텐츠들


"K-콘텐츠 잠재력 유지하려면…구조적 해결 필요"


문제는 판권이 OTT에 있는 만큼 콘텐츠가 흥행하더라도 추가수익은 OTT에만 돌아간다는 데 있다. 업계는 제작사들이 판권 계약으로 손실을 어느정도 막지만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미미하다고 지적한다. 이 심사역은 "이런 구조 속에선 작가, 감독, 배우 그리고 OTT만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며 "K-콘텐츠 흥행에도 제작사들은 어려운 이유"라고 했다.

업계는 이런 구조가 개선되지 않고선 K-팝, K-드라마 등 K-콘텐츠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당 분야 유동성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정작 기업에 흘러가지 않고 있다는 건 그만큼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뜻"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국내 제작사와 배급사도 흥행의 과실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정책적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며 "K-콘텐츠가 계속해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가 되려면 구조적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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