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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시장이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을 받아 위축된 가운데 수도권과 업력 7년 이상 후기 기업에 대한 투자 쏠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벤처투자의 지역·업력 편중 문제를 지적하며 모태펀드 운용 개편과 세제 혜택 확대 등 종합적인 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대한상의가 최근 발표한 '벤처투자시장 현황과 정책과제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벤처펀드 결성액은 10조555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정책 금융 출자는 2조422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했지만, 민간 부문 출자가 8조1324억원으로 25.1% 줄었다.
정책 자금이 늘었는데도 대부분 수도권과 후기 기업에 출자가 집중됐다. 지난해 비수도권 벤처기업이 받은 투자금은 전체의 20%에 그쳤고,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도 전체의 18.6%에 불과했다고 대한상의는 지적했다.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이 같은 쏠림 현상은 벤처캐피탈(VC) 등 주요 투자사가 수도권에 집중된 구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벤처투자사 402곳 가운데 87.3%인 350곳이 수도권에 있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에 위치한 벤처기업은 투자 유치를 위해 수도권에 와 IR을 진행해야 하는 형편이다.
대한상의는 민간 투자자의 수도권 선호 현상이 시장원리에 부합하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모태펀드는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목표에 맞춰 운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모태펀드 내 권역별 지역특화 펀드를 신설하고 지방 계정 출자 예산을 확대해 정책적 지원을 뒷받침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투자 자금이 창업 7년 이후 후기기업에 쏠리는 현상도 지적했다. 지난해 벤처투자액 11조9000억원 가운데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는 2조2000억원(18.6%)에 그쳤지만 7년 이상 후기 투자는 6조4000억원(53.3%)을 기록했다.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의는 창업 3년 이내 기업은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개발비와 운영비가 지속해서 투입되는 이른바 '데스밸리(Death Valley)' 구간에 놓여 있어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초기 단계 투자는 불확실성과 높은 리스크로 인해 민간 자금의 유입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이에 따라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이 보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 투자 재원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한상의는 은행권의 벤처투자에 적용되는 위험가중자산(RWA) 비율을 낮출 것을 제안했다. 현재 벤처펀드 출자에는 국제 바젤 규제에 따라 400%의 RWA 가중치가 적용되고 있는데 민간 출자자 중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은행권의 투자 여력을 제한하는 요인이라 지적했다.
대한상의는 가중치를 일반 상장주식 수준인 250% 이하로 낮출 경우 은행권의 벤처투자 여력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정책목적 펀드 출자에 대해 RWA 가중치를 100%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대한상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와 모펀드형 BDC의 도입도 제안했다. BDC는 자산의 일정 비율 이상을 벤처기업 등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 폐쇄형 투자기구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대한상의는 BDC 도입이 일반 개인투자자의 비상장·벤처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벤처기업에는 새로운 자금 조달 경로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다양한 BDC에 분산 투자하는 모펀드형 BDC를 함께 도입하면 투자 위험을 완화하고 벤처투자 활성화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의 기능 강화를 위해 외부 출자 한도를 현행 40%에서 50%로 해외 투자 한도는 20%에서 30%로 각각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개인의 벤처투자조합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현행 10%에서 30%로 확대하고 비상장 주식 유통 인프라 개선을 통해 민관 공동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코스닥 펀드와 연계한 세컨더리 펀드 추가 조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경기 침체 속에서 벤처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기업 규모 중심의 지원이 아닌 성장하는 벤처기업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책들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