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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 대공방 '아이메이커베이스'(iMakerbase) 내부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 지난 18일, 중국 심천 북서쪽 바오안구의 골목을 따라 들어서자 빌딩 입구에 세워진 녹색 간판에 '창업자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져 있다. 그 아래로 공유 전기스쿠터 수백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2층 실내로 들어서자 공유오피스를 연상케 하는 사무공간이 복도 양옆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복도 한 켠엔 전동휠, IoT(사물인터넷) 기기 등 양산 직전 단계의 시제품들이 유리 쇼케이스 안에 정돈돼 있었다. 복도 양옆으론 각종 정부기관·대학·국제협력 네트워크로부터 받은 공식 인증 현판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고, 실제 협력 행사 장면이 담긴 사진들이 빼곡히 나열돼 있었다.
이곳은 전 세계 하드웨어 스타트업이라면 한 번쯤 거쳐 간다는 대공방 '아이메이커베이스(iMakerbase)'다. 중국은 물론 한국·일본·유럽 등 글로벌 창업팀들의 시제품을 가장 빠르게 제작하고 양산까지 이어갈 수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선전 내 약 500개의 창업지원공간 중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기관은 30여 곳뿐인데 아이메이커베이스는 그 중 핵심으로 꼽히는 곳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그 현장을 직접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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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좌초되지 않는 연결조직이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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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가 소프트웨어·플랫폼·딥테크 중심이라면 중국 선전은 PCB, 센서 모듈, 기구 설계, 로봇 등과 같은 하드웨어를 가장 빠르게 잘 만드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아아메이커베이스 소개 자료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산업·전자 엔지니어만 약 400만명에 가깝다. 알렌 딩 아이메이커베이스 대표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프로토타입 생산라인이자 실험장"이라며 "여기서 스타트업은 단 며칠 만에 아이디어를 실물로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메이커베이스는 2013년 '창업팀의 시제품을 대신 만들어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액셀러레이터다. 알렌 딩 대표 역시 산업디자이너이자 엔지니어 출신으로, 프로토타입 제작 단계에서 수많은 팀이 좌초되는 현장을 직접 경험했다. 그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팀들이 실제 제품 제작 과정에서 넘어지는 것을 보면서 그 사이를 연결해 줄 조직의 필요성을 느꼈고 그것이 대공방의 출발점이 됐다"고 회상했다.
중국 선전 대공방 '아이메이커베이스'(iMakerbase) 내부 모습/사진=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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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개 공장이 움직이는 '연합 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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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메이커베이스의 가장 큰 경쟁력은 SCM(Supply Chain Management·공급망 관리) 네트워크에 있다. 알렌 딩 대표는 "직접 투자하거나 합작 형태로 연결된 핵심 공장이 약 50곳, 우리와 협력하는 파트너 공장까지 포함하면 500곳에 이른다"고 했다. PCB, 금형, 사출, 모듈생산, 포장까지 하드웨어 제조에 필요한 모든 공장들과 연결돼 있어 제품을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메이커베이스는 입주사나 프로토타입 제작을 의뢰한 기업의 제품이 시장성을 인정받으면 이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알렌 딩 대표는 "전자회로, 펌웨어, 소량(1000~3000개) 및 대량 양산까지 각 분야나 단계에 최적화된 파트너를 정확히 알고 있고 함께 일한 경험도 있다"며 "제품 제작 속도와 품질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프로세서와 노하우 덕에 유럽에서 2달 이상 걸릴 제품을 이곳에선 단 1~2주 안에 제작·생산할 수 있다"면서 "단순한 '제조 하청망'이 아니라 '연합 공급망'에 가까운 일종의 '제조 플랫폼'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선전시는 해외 유망 스타트업 유치와 전문 인재 확보를 위해 아이메이커베이스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위탁하고 있다. 알렌 딩 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해외 공공기관이 10~20개팀을 이곳으로 보내면 프로토타입 개발 비용의 일부분을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메이커베이스는 이뿐 아니라 연간 약 30개 스타트업에 사무공간을 6개월간 무료로 임대해주고 유망 스타트업엔 시드 투자도 진행한다. 현재 정규 직원은 약 60명이며, 이 가운데 20명은 엔지니어, 나머지는 프로젝트 매니저·투자담당·글로벌 협력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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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술력과 中 생산력 합치면 시너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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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알렌 딩 대표는 "한국은 아이메이커베이스를 가장 자주 찾는 파트너 국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무역협회(KITA), 서울경제진흥원(SBA),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물론 부산대·계명대 등 대학과 지방자치단체가 잇따라 아이메이커베이스를 방문했다. 그는 "방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특히 기술적 조합 관점에서 한·중 스타트업 간 협업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알렌 딩 대표는 "한국은 AI 알고리즘과 센서 등 ICT(정보통신기술)에 강점이 있고, 중국은 하드웨어 설계와 양산 체계가 강한 만큼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협업한다면 제품화·사업화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최근 AI·로봇·헬스케어·모빌리티 분야에서 한국 스타트업의 방문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일부 프로젝트는 이미 양산 직전 단계까지 진입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