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이상!" 중대사고 500건 막았다는 로봇…시진핑이 픽한 회사

충칭(중국)=안정준 특파원 기사 입력 2025.12.0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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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충칭시 '치텅로봇' 본사 탐방…"삼성·LG와 협력 기대"

치텅 본사에서 작동 시연중인 4족보행 로봇/사진=안정준 특파원

지난달 28일 중국 중서부 핵심도시 충칭시에 위치한 '치텅로봇(七騰機器人, Sevnce Robot)' 본사. 작동 버튼을 누르자 육중한 4족보행 로봇이 일어나 전후좌우로 자연스레 움직인다. 회사 관계자는 "위험한 산업 현장을 한 번 충전에 다섯시간씩 돌아다니며 자체적으로 시설 점검을 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2010년 설립된 치텅은 중국 서부 제조 산업 기지에서 디지털·AI(인공지능) 산업 허브로 도약하려는 충칭의 대표 기업이다. 석유화학 공장처럼 가연성·폭발성 물질을 다루는 산업현장 설비 관리를 맡는 로봇의 설계와 연구개발(R&D), 생산, 판매, A/S까지 모두 소화 가능한 강소기업이다. 중국 국가 차원에서도 관심을 둔다. 치텅은 국가 전략형 중소기업 육성 프로젝트인 '좐징터신(專精特新)'을 통해 특수산업로봇 개발·제조 대표 기업으로 선정됐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충칭을 시찰하며 치텅을 직접 방문해 회사 소개를 들었다"고 말했다.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양산되는 현재, 4족보행 로봇의 제조는 사실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치텅은 언뜻 단순해 보이는 4족보행 로봇에 AI를 입혔다. 회사 관계자는 "로봇이 센서로 산업 현장 상황을 감지해 그 데이터를 분석, 실시간으로 판단을 내려 대응하는 시스템이 핵심"이라며 "이 모델이 지금도 3500개 산업 현장에서 계속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AI의 적용으로 로봇 스스로 실제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지능(Embodied Intelligence, 具身知能)'의 구현이 치텅의 경쟁력인 셈이다.

치텅 충칭 본사에 전시된 산업용 특수 로봇/사진=안정준 특파원
치텅 충칭 본사에 전시된 산업용 특수 로봇/사진=안정준 특파원
현장에 투입된 치텅의 4족보행 로봇은 센서로 산업 현장의 냄새까지 분별해내는 단계에 이르렀다. 회사 관계자는 "(모델에는) 다양한 센서들이 탑재되는데 사람처럼 미각, 후각, 시각, 청각 신호를 감지한다"며 "산업현장에서 미량의 가스 누출이 있더라도 감지해낼 수 있으며 감지에 실패하더라도 시각 센서나 열 센서 등을 통해 이중으로 이상 신호를 분별해낸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오감 센서'와 이를 바탕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지금까지 5만건 이상의 현장 사고 위험을 감지해냈고 레벨 1급 중대 사고 500건을 사전에 방지했다. 치텅의 4족보행 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설비관리원 6~8명의 작업량을 대체할 수 있어 로봇 1대당 10년간 800만위안(약 16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도 낸다.

치텅은 이미 실적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었다. 지난해 9억위안(1870억원) 매출과 1억3000만위안(약 27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중국의 산업용 특수 로봇 기업 중 3년 연속 흑자를 낸 곳은 치텅이 유일하다. 중국석유(CNPC), 시노펙, 중국해양석유(CNOOC) 등 중국 3대 국영석유기업 산업현장에 납품을 하고 있으며 40개국 이상에 맞춤형 제품을 수출한다. 핵심 수출 지역은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한 중동과 중앙아시아다. 육로로 연결된 글로벌 하이테크 산업 허브로 도약하려는 서부 내륙 핵심도시 충칭시의 수출 첨병인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출시하고 기업공개(IPO)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치텅 본사에 전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사 방문 사진/사진=안정준 특파원
치텅 본사에 전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사 방문 사진/사진=안정준 특파원
치텅은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 서부를 향한 수출을 넘어 동부로도 접점을 만들려 한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 경기도와 충칭시 량장신취(兩江新區, 양강신구)와의 교류를 계기로 앞으로 삼성과 LG, 석유 관련 대기업들의 수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 9월 충칭시와 우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경기도 판교와 충칭 량장신취등 양측 거점을 연결해 상호 기업 진출을 지원하는 'AI 클러스터 교차 진출' 모델을 구상 중이다. 충칭시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과의 교류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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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충칭(중국)=안정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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