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팩토리 in 2025 테크크런치 디스럽트⑥]
美 최대 스타트업 콘퍼런스 '디스럽트' 개막
루시 호그·아반 마허 CEO, 우주산업 방향 제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AI로 무게 중심 이동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왼쪽부터)진행자, 데보라 에몬스 에어로스페이스 CTO, 루시 호그 바이올렛 랩스 CEO, 아반 마허 어서스페이스시스템즈 CEO/사진=류준영 기자 "새로운 로켓이나 위성을 개발하는 데는 통상 10년에서 20년이 걸린다. 그만큼 오래된 시스템이 여전히 많고, 표준화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등장한 'AI(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이런 흐름을 바꾸고 있다. 이제 AI가 개발 과정에서 어떤 부품이나 도구가 가장 적합한지 스스로 판단해 알려주기 때문에 전체 개발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루시 호그 바이올렛 랩스 CEO)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위성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을까에 주목했다. 이제는 AI를 활용해 위성 데이터를 다양한 산업에서 쉽게 쓸 수 있도록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아반 마허 어서스페이스시스템즈 CEO)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웨스트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기술 콘퍼런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수많은 세션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끈 것은 '우주의 미래를 이끄는 스타트업'이라는 토크 세션이었다. 이날 무대에는 우주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두 명의 창업자, 루시 호그 바이올렛 랩스 CEO(최고경영자)와 아반 마허 어서스페이스시스템즈 CEO가 올랐다
2021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바이올렛 랩스는 복잡한 하드웨어 개발 환경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협업 플랫폼을 만들었다. 우주선, 로봇, 자율주행차 같은 첨단 기계를 설계하려면 수많은 소프트웨어(CAD, CAE, ERP 등)를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이 데이터들이 각각 따로 관리돼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바이올렛 랩스는 이런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 개발자가 한눈에 보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즉, '산업용 구글 드라이브'처럼 모든 설계 데이터를 통합 관리해주는 플랫폼이다.
뉴욕에 본사를 둔 어서스페이스시스템즈는 전 세계 여러 기업과 기관들이 쏘아 올린 위성의 데이터를 모아 '가상 위성망'을 만들었다. AI가 90여개 위성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산불, 해양 오염, 군사 이동, 도시 확장 등 사용자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탐지해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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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설계하고 AI가 관측·분석… 우주산업의 '뉴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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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마이크를 잡은 루시 호그 CEO는 "항공·우주와 자율주행 분야의 시스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수많은 설계 툴과 데이터를 오가며 비효율을 절감했다"며 "그래서 내가 직접 쓰고 싶은 툴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고 창업 계기를 밝혔다.
그는 "우리가 만든 오케스트레이션(조율) 클라우드 플랫폼은 간단히 말해 위성 설계부터 제작, 시험, 운영에 이르는 과정에서 쓰이는 여러 소프트웨어 데이터를 한데 모아준다"며 "복잡한 엔지니어링 환경을 하나의 창으로 통합해 하드웨어 개발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루시 CEO는 최근 등장한 'AI 에이전트'를 언급하며 "이제는 AI가 스스로 어떤 도구가 최적의 해답을 낼 수 있을지 판단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이를 솔루션에 접목해 성능을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반 마허 CEO는 "처음에는 직접 위성을 만들 계획이었지만 시장조사를 해보니 실제로 위성 데이터를 구매해 의미 있게 활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반대로 위성 운영자들은 '데이터가 남아돈다'며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서스페이스시스템즈는 전 세계 여러 파트너의 위성 데이터를 통합하고, AI를 활용해 다양한 위성 데이터 세트를 자동 분석한다"며 "이 기술을 통해 사용자가 알고 싶은 '지구 위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는 AI를 통해 위성 데이터를 다른 산업과 연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반 CEO는 "우리는 지금 '네 번째 물결'에 있다"며 "우주 인프라가 먼저 만들어지고, 그 위에서 이를 실제로 활용할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자리잡는 시점에 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이러한 인프라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에너지, 농업, 해양, 기후 등 지구상의 다양한 산업이 서로 연결되는 '우주 데이터 경제'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한 데보라 에몬스 에어로스페이스 CTO(최고기술책임자)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협력하는 새로운 시도를 소개했다.
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우주 기술 정책과 검증을 담당하는 비영리 연구기관으로, 정부와 민간 사이에서 기술 협력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에몬스 CTO는 "우리는 몇 년째 민간과 함께 일하는 새로운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며 "정부 기관들도 이제 '민간의 혁신 역량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까'를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몬스 CTO는 이를 위한 대표 사례로 'TRL(기술 성숙도) 부트캠프'를 소개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은 민간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실제 연구시설에서 시험하고 검증하는 과정으로 최근에는 물리적 장비뿐 아니라 AI 기반 소프트웨어의 신뢰성 검증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주산업은 겉보기에 느리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신뢰성과 검증'이 생명인 분야이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민간의 빠른 혁신과 정부의 신뢰 문화를 하나로 융합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