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엔젤투자리스트 최고위 과정 모집

"쿵쿵! 뛰지 말아 주세요" 아파트 층간소음 AI가 대신 해결해 준다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09.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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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테크마켓]임용섭 DGIST 로봇·기계전자공학과 교수

[편집자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비롯한 4대 과학기술원이 보유한 딥테크를 한자리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사업화 유망기술 공동 설명회가 코엑스에서 열린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전문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오는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에서 개막하는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SMART ENERGY PLUS·SEP) 2025'의 특별 부대행사로 '2025 테크마켓'을 개최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카이스트,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4대 과기원이 공동 개최하는 이 행사는 우수 R&D(연구개발) 성과를 국내 대·중견·중소기업, 벤처·스타트업에 소개·이전해 기존 제품 및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무대에 오를 신기술을 개발한 과기원 교수들에게 직접 핵심 기술력과 산업적 가치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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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기계전자공학과 임용섭 교수/사진=D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기계전자공학과 임용섭 교수/사진=DGIST
"쿵, 쿵."

아파트 층간소음은 생활 불편을 넘어 이웃 간 갈등, 나아가 범죄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기계전자공학과 임용섭 교수는 이 문제를 기술로 풀어보기로 했다. 그는 "층간소음 관련 빅데이터로 민원 발생을 예측해 선제 대응하고, 세대 간 메시지는 AI 에이전트가 순화된 표현으로 전달하는 식으로 중재하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관련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8월 '스테이윗(StateWith)'이란 이름의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임 교수 역시 층간소음의 불편을 오랜 기간 겪었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근무하던 시절, 가족이 아래층의 반복 민원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며 그는 감정의 마찰을 줄일 수 있는 안전한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 완충장치가 바로 AI(인공지능)였다.

그는 "화가 난 사용자가 날선 표현으로 민원을 넣어도, 상대 세대에는 예의를 갖춘 메시지로 도착하도록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문장을 자동 정제하는 방식을 떠올렸다"며 "스테이윗은 관리사무소나 경비실을 거치며 생기는 오해와 감정 상함, 직접 방문의 불편을 AI가 중간에서 받아내는 구조를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로 개발한 서비스는 '층간소음 발생 시간대 예측'이다. 임 교수는 스마트 온도조절기 '네스트(Nest)'를 비유로 들었다.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스스로 적정 온도를 맞추 듯, 스테이윗은 언제 어떤 시간대에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지를 학습한다. 연구팀이 AI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과 경량 딥러닝 모델 기술 등을 활용해 해당 예측 실험을 실시해 정확도가 90% 이상 나왔다고 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곧 항의가 들어올 수 있는 시간대' 알림을 미리 받고, 아이들 활동 시간을 조정하거나 슬리퍼·매트 사용을 권하는 등 사전에 완화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임 교수는 "예측을 통한 갈등의 씨앗 제거가 스테이윗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스테이윗 앱 화면/사진=DGIST
스테이윗 앱 화면/사진=DGIST
임 교수는 한국·미국·중국에 걸쳐 해당 기술 관련한 특허 약 10건을 출원·등록했다고 밝혔다. 유사 서비스가 빠르게 따라붙을 수 있는 영역인 만큼, 특허 포트폴리오를 진입장벽이자 방어선으로 구축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초기창업패키지 지원으로 스테이윗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을 구현했고 지금까지 AI 기반 표현 순화·전달 기능을 실사용 수준으로 고도화했다.

다음 단계는 스테이윗 온디바이스 경량 모델을 개발, 아파트 현장에 부착해 PoC(기술검증)를 추진하는 것이다. 임 교수는 "서울 시내 700세대 이상 단지 한 곳과 MOU를 맺고 PoC를 준비하려고 한다"며 "이 과정에서 예측 성능과 업무절감 효과를 수치로 증명해 이후 투자유치와 대규모 확산의 기반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공동주택 층간소음 관리위원회 업무를 자동화하는 서비스도 개발할 계획이다. 2023년 10월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으로 700세대 이상 단지는 층간소음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게 의무화 됐다. 이 때문에 민원 접수·기록·분쟁 조정·결과 보고서 작성 등의 행정 부담이 커졌다. 스테이윗은 앱에서 이런 업무를 자동화해 처리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납품할 계획이다. 이는 단지 규모·사용량에 따라 과금하는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구독형으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기계전자공학과 임용섭 교수/사진=D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기계전자공학과 임용섭 교수/사진=DGIST
임 교수는 스테이윗의 시장 확장성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만 700세대 이상 대단지가 약 2만5000곳으로 추산되며, 중국을 비롯한 아파트 문화권 대부분이 층간소음 문제를 앓고 있어 잠재시장이 꽤 넓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양·입주 관리 앱에 사전 탑재하거나 AS·입주민 앱과 번들링하면 초기 확산이 더 빨라질 것"이라며 "국내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엿다.

그는 또 "AI에이전트를 이용한 이 서비스는 궁극적으로는 층간소음을 넘어 주차·흡연·반려동물·공용시설 이용 등 다양한 생활 민원 현장에 적용할 수도 있다"며 "다만 처음부터 범위를 넓히기보다는 층간소음에서 실증과 신뢰를 쌓고 하나씩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임 교수의 스테이윗은 오는 10월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4대 과학기술원 공동 2025 테크마켓'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그는 "테크마켓에서 우리 솔루션을 함께 테스트 해보고 판매·유통도 같이 할 건설사나 공동주택 관리 전문회사를 만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협력)을 통한 협업이 이뤄지길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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