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병국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원장/사진=김창현 기자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기술과 연구성과가 쏟아진다. 연구실에서는 특허가 나오고, 해외 학술지에 논문도 게재된다. 그러나 정작 이 기술을 실제로 필요로 하는 기업은 어디에 있는지, 그 기업이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술을 가진 연구자도, 기술이 필요한 기업도 서로를 '모른다'는 것이 현실이다."
김병국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COMPA) 원장은 공공기술이전·사업화에 대해 "공공기술과 산업 수요 사이에 놓인 근본적인 정보 단절이 문제"라며 이 같이 말했다. 현재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 등에서 이뤄지는 R&D(연구·개발) 성과와 민간기업 간 매칭은 대부분 TLO(기술이전전담조직) 직원들이 직접 발로 뛰어 수요기업을 찾고, 다시 연구자를 연결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김 원장은 과학기술 분야 출연연에서 사업화를 담당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도 '백사장에서 진주 찾기'라는 표현을 썼다"고 했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기술과 기업을 정확히 연결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올해 5월 COMPA에 부임하면서 이 구조를 효율적으로 바꿔보자는 제안을 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사람'과 'AI(인공지능) 플랫폼'을 결합하는 것이었다. 방대한 공공 연구성과와 기업 데이터를 분석해 유망 기술과 수요기업 후보를 찾는 역할은 AI가, 해당 결과를 토대로 실제 기업을 만나고 현장 정보를 파악하는 역할은 전문 PM(프로젝트매니저)이 맡는 식이다. 이전까지 경험과 감에 의존하던 기술 매칭 방식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판단이 더해진 것이다.
이런 구상을 가능하게 만든 도구가 바로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가 개발한 AI 기반 기술사업화 플랫폼 '아폴로(APOLLO)'다. 국가 R&D 과제, 기술사업화 이력, 기업 정보를 AI로 분석해 어떤 기술이 어떤 기업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를 예측한다. 김 원장은 "임직원들과 함께 아폴로를 처음 소개받았을 때 딥테크(첨단기술)를 다루는 데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가 나왔고, 저 또한 우리가 앞으로 설계할 공공기술이전·사업화 전주기 지원 모델과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퍼즐 조각이라고 봤다"고 밝혔다.
이후 양사는 올 하반기부터 아폴로를 '공공기술이전·사업화 전주기 지원 표준 플랫폼'에 결합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구체적으로는 '아폴로 기반 기술 탐색 및 기업 후보 매칭→기업 도입·실증→ 금융·투자 연계→스케일업 → 성과 환류' 순으로 이어진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지금까지 공공기술이전·사업화 지원 주기 중 가장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단계는 후단에 속한 실증과 금융·투자 연계 부분이었다. 기술이전으로 계약이 끝나면 실제 현장 테스트와 후속연구, 사업모델 검증, 투자 연계는 대부분 기업의 책임으로 남았다. 이 과정에서 많은 기술이 사장됐다.
김 원장은 이런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내년부터 '공공연구성과 실증 시범사업'(PRoVE)과 '금융 연계 프로그램'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는 "실증과 금융은 공공기술 상용화의 마지막 관문이지만 그동안 크게 비어 있던 구간이었다"며 "내년부터는 실증 테스트와 투자 유치를 한 흐름 안에서 묶어 공공기술이 현장에서 살아 움직일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병국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원장/사진=김창현 기자
김 원장은 아폴로를 합친 '공공기술이전·사업화 전주기 지원 표준 플랫폼'을 임기 내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플랫폼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과 대학의 데이터가 충분히 공유·연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일부 출연연의 데이터만 자동 연동되고, 한국연구재단 및 대학 데이터는 흩어져 있어 활용에 제약이 따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김 원장은 "실제 매칭 성공사례가 나오고 쌓이기 시작하면 대학 교수나 연구자들이 "우리 기술도 플랫폼에 올려달라"고 요청하는 흐름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