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내년에는 UAE(아랍에미리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구체적 성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내년 1월에 저를 포함한 민관 합동팀이 UAE를 직접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 순방 후) 후속 논의를 하는 방향으로 이야기 중입니다."
하정우 대통령실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은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네이버 출신인 하 수석은 1977년생으로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 가운데 가장 젊다. AI미래기획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AI 3강 진입을 대선 공약이자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만큼 관심이 쏠린 자리이기도 했다.
대통령실 측은 하 수석 인선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AI 3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민간 전문가에게 권한과 책임을 맡겨 AI 국가 경쟁력을 빠르게 향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하 수석은 미국과 중국이 확고한 글로벌 AI 2강 체제를 굳히고 있는 상황에서 3위권에 속하는 나라들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봤다. 한국도 이에 속한다.
하 수석은 "영국 토터스미디어에 따르면 각국 AI 역량을 평가한 '2025 글로벌 AI 인덱스' 순위에서 한국이 종합 5위를 차지했다"며 "한국은 같은 조사에서 과거 7위, 6위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순위가 상승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 한국보다 앞선 국가는 싱가포르(3위)와 영국(4위)이었다. 토터스미디어가 AI 운영환경과 인프라, 개발, 연구, 정부 전략, 인재 양성 등 분야별로 평가한 결과다.
하 수석은 "한국을 포함해 영국, 프랑스, 싱가포르, 캐나다 등이 3위 그룹 안에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다"며 "서로 부족한 부분을 얼마나 채우느냐에 따라 순위가 달라지는데 우리는 조금씩 (순위가) 좋아지고 있고 글로벌 3강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정부, 기업, 학계가 얼마나 잘 뭉쳐서 협력하느냐에 따라 순위가 충분히 올라갈 것"이라고 봤다.
하 수석은 AI 초기 생태계 조성에 대규모 투자가 들어가는 점을 들어 국가 간 협력이 무엇보다 필수적이라고 봤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계기로 체결된 한-UAE 전략적 AI 협력 프레임워크, AI 분야 협력에 관한 MOU(양해각서) 체결을 중요하게 본 이유다.
당시 MOU를 통해 한국은 UAE에 5GW(기가와트)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UAE 스타게이트' 사업을 공동 추진하게 됐다. 초기 사업비만 3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글로벌 프로젝트다.
하 수석은 "우리가 아시아의 AI 수도가 되겠다고 했지만 우리 힘만으로는, 우리 자본만으로는 안 된다"며 "그 실마리를 만들어 내는 게 국가 간 MOU 체결이다. MOU를 기반으로 앞으로 얼마나 가시적인 결과를 만들어 나갈지가 중요하고 그 부분을 챙겨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 수석은 특히 UAE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구체적 참여 시기, 범위 등이 나오지 않았는데 내년에는 이것이 가시화될 것으로 봤다.
하 수석은 "가급적이면 UAE에 직접 가서 사업 논의를 해야 할 것 같다"며 "정부 대 정부 프로젝트는 누가 가서 어느 정도의 의지를 보여주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중동 국가들은 자주 만나 친밀도를 높이는 게 일을 이루는 데 중요하다. 지난 11월 이 대통령의 UAE 순방 당시 MOU 등 체결 결과가 나온 것도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미리 전략경제협력특사로서 UAE 측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행정청장 등과 만난 게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올 한 해 글로벌 기업들과 손잡고 AI 협력 무대를 넓혀왔다.
UAE와의 MOU 체결 이전에 정부는 지난 9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래리핑크 회장과 만나 AI 및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아시아·태평양 AI 허브 구축을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고 10월에는 샘 알트먼 오픈AI CEO와 국내 AI 생태계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MOU를 맺었다. 또 엔비디아로부터 GPU(그래픽처리장치) 26만장을 공급받기로 했다.
최근 일각에서 'AI 버블론'이 제기되지만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닷컴버블' 때와는 다르다는 게 하 수석의 견해다.
하 수석은 "현재 AI 산업은 성장 중이고 이익률도 좋다. 모바일 시대에 돈을 버는 속도보다 지금 AI가 돈을 버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분석도 있다. 골드만삭스와 같은 IB(기업금융) 기업도 AI 붐이 버블이라기보다 우리가 도약한 찬스로 보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로서는 왜 버블론이 나오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공장이나 로봇 등 실물에 AI를 연동해 둬 실제 산업에서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게 중요하겠고 최대한 해외와 협업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정 기업 기술에 종속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트랙 전략'도 구사한다고 했다. 최근 우리 정부가 엔비디아로부터 GPU 26만장을 확보한 것을 두고 특정 기업 기술에 종속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 수석은 "일단 필요한 GPU를 확보하되 긴 호흡에서 우리도 GPU 같은 경쟁력 있는 AI 반도체를 자체 확보해야 할 것"이라며 "국내 NPU(신경망처리장치) 기업들도 키워나가기 위한 장기 플랜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 수석은 AI 정책에 대한 내년 로드맵에 대해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에서 이달 중 액션플랜을 발표할 것"이라며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실행 방안들, 각 부처별·시기별 목표 등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 기자 사진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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