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가 1000억달러(약 139조5000억원)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이른바 헥토콘이 전 세계 6개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오픈AI 등 AI 관련 기업들이 빠르게 헥토콘으로 성장했다.
샘 올트만 오픈AI CEO/AFPBBNews=뉴스124일 니혼게이자이는 CB인사이트와 각사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헥토콘은 6곳이라고 보도했다. 비상장 회사 가운데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은 '유니콘', 100억달러 이상은 '데카콘', 1000억달러 이상은 '헥토콘'으로 불린다. 데카와 헥토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각각 10과 100을 의미한다. 헥토콘이란 유니콘 100개의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세계 최초 헥토콘은 바이트댄스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젊은 세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2020년 세계 최초로 기업가치가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듬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뒤를 이었다. 현재는 스페이스X가 기업가치 4000억달러로 헥토콘 가운데 몸값이 가장 높다. 바이트댄스는 3000억달러로 2위다.
전 세계 헥토콘 순위/그래픽=이지혜그 외 헥토콘 4곳은 전부 생성형 AI 관련 기업으로 나타났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3000억달러로 바이트댄스와 나란히 공동 2위에 올랐다. 오픈AI와 경쟁하는 앤트로픽(1830억달러), 머스크가 이끄는 xAI(1130억달러), AI와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데이터브릭스(1000억달러)가 순서대로 뒤를 이었다.
이들은 세계적인 자금 과잉과 생성형 AI 붐을 타고 1년 사이 헥토콘 반열에 올랐다. 미국 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세계 투자액에서 AI 관련 비율은 2022년 20%에서 올해 상반기엔 53%로 급증했다. 오픈AI의 경우 기업가치가 2년 만에 10배나 뛰었다. 현재는 직원 지분 매각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5000억달러로 책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되면 오픈AI가 스페이스X를 제치고 세계 최고 몸값의 비상장 기업에 오르게 된다.
세계 헥토콘 6개 가운데 스페이스X와 xAI 등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회사 2곳이 포함됐다./AFPBBNews=뉴스1일각선 버블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비상장 기업들의 몸값은 극소수 투자자가 결정해 주식시장처럼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 AI 헥토콘 기업 4곳은 반도체와 서버 조달 비용이 급증하면서 적자 상태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는 8월 AI 시장을 1990년대 닷컴 버블에 비유하면서 "누군가는 엄청난 돈을 벌고 또 누군가는 크게 잃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헥토콘의 잇따른 등장은 비상장 시장에서도 충분한 자본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유력 기업들이 상장을 미루는 환경이 가능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력 기업들이 일반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없는 비상장 상태에 머문다면 가치 상승에 따른 혜택이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일부 투자자에게 편중될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