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기태 데브디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15년 동안 자취를 했는데 희한하게도 월세만큼은 늘 현금으로 냈죠. 신용카드는 어디서나 쓸 수 있는데 왜 월세는 카드로 낼 수 없을까, 그 질문이 제 사업의 시작이었습니다."
월세를 신용카드로 낼 수 있는 솔루션 '집업페이'(ZIPUP PAY)를 개발한 김기태 데브디 대표의 말이다. 그는 "페이와 같은 핀테크 간편결제 수단까지 포함하면 소비자들은 10번 중 8번꼴로 현금이 아닌 방식으로 결제하지만 월세는 여전히 수십 년 전 방식 그대로 현금을 이체하는 구조에 묶여 있다"고 지적했다.
월세는 왜 디지털 결제시장에서 소외된 걸까. 카드사들은 오래 전부터 월세 카드 납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이용자가 많지 않았다. '임대인 서면 동의' 항목 때문이다.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카드 납부 서비스에 동의해달라고 요청하기 쉽지 않은 데다 서명을 꺼리는 임대인이 많았다. 카드사들의 월세 카드 납부 비율이 전체 시장의 1%도 채 되지 않는 이유다.
집업페이 개념도/자료=데브디
김 대표는 이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했다. 핵심은 '임대차 계약서'다. 세입자가 자신의 임대차 계약서를 집업페이 앱에 등록하면 이를 토대로 PG사(결제대행사)가 KYC(고객확인)와 AML(자금세탁방지) 절차를 진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실제 계약에 따라 발생한 정상적인 월세 결제'임을 시스템 자체가 증명하는 것이다.
결제 방식은 우리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결제하는 방식과 거의 같다. 카드를 한 번 등록하면 월세가 자동으로 카드에서 출금되고 카드 포인트·적립·할부 혜택도 이용 가능하다. 세입자는 카드로 편리하게 납부하고 임대인은 기존처럼 현금으로 월세를 받는다. 결제 방식만 달라질 뿐 돈이 들어오는 방식은 바뀌지 않는다.
━
거래액 매달 70% 증가…'데이터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
━
2023년 12월 집업페이의 첫 거래가 이뤄진 후 시장 반응이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김 대표는 "서비스 출시 후 매달 거래액이 약 70%씩 증가했고 올해 중순부터는 월 거래액이 10억원을 넘어섰다"며 "연말에는 2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월세 시장이 전체 주거 시장의 6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집업페이의 성장 가능성은 더 높다는 평가다. 데브디에 따르면 1인 가구 기준 월세 시장 규모는 약 13조원, 4인 가구까지 확장하면 45조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등 단기 임대 수요를 포함하면 약 58조원에 달한다.
데브디는 '임대료 결제'와 더불어 '임대 이력 데이터' 시장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단순한 결제 솔루션이 아니라 '임대 데이터 기반 금융 서비스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목표다.
월세 카드 결제서비스는 본질적으로 금융 규제 및 리스크 관리 문제와 맞닿아 있다. 가짜 계약서, 카드깡, 자금세탁(AML), 허위 거래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금융기관과의 협업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데브디는 서비스 초기부터 이상거래탐지(FDS) 및 자동검증 기술을 개발해왔다. 임대차 계약서의 필수 항목을 필터링하고 학습시켜 정상 거래 여부를 자동으로 판별하고 임차인 정보는 '패스인증'을 통해 확인한다. 임대인 정보는 등기부등본과 대조해 실제 존재하는 인물인지 진위를 인증한다. 김 대표는 "이런 기술 구조 덕에 임대인의 서면 동의 없이도 카드 결제가 가능한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외국인 단기 임대, 해외 시장도 공략"
━
데브디는 우리금융그룹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디노랩' 지원을 받아 금융권과의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협력)을 진행 중이다. 올해 7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도 선정돼 하나의 PG사에 의존하지 않는 '멀티 PG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이를 통해 수수료 협상력을 확보하고, 향후 금융상품과의 연계성을 넓힌다는 전략이다.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외국인 단기임대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유학생, 노동자, 주재원 등 비거주 체류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이들을 위한 단기·중기임대 시장이 금융·부동산 업계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진출도 준비한다. 김 대표는 "최근 싱가포르를 두 차례 방문해 해외 PG사와 코인 결제 방식, 외국인 전용 월세 결제 인프라를 논의했다"며 "국내에서 쌓은 결제 솔루션을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글로벌 핀테크 기업 '핀모'와의 공식 계약을 통해 로컬 결제수단과 해외 정산시스템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다국적 거주자, 프리랜서, 출입국 근로자를 위한 '국가별 결제 통합 인프라'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