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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테솔로 대표와 로봇핸드/사진=테솔로, 디캠프#광명 KTX역과 인접한 경기 광명지식산업센터(GIDC). 어른 손 두 배 정도 크기의 로봇핸드가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센서를 붙인 글러브를 낀 오퍼레이터가 손과 팔을 움직이자 로봇핸드가 동작을 똑같이 따라했다. 사람의 손가락처럼 마디마디가 따로 움직였다. 휴머노이드나 산업용 로봇에 활용 가능한 이 기술을 개발한 곳은 스타트업 테솔로(Tesollo)다.
테솔로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에서 로봇핸드를 연구하던 김영진 대표가 2019년 설립했다. 연구에 머물지 않고 실제 산업현장에 쓰일 수 있는 기술을 만들겠다는 포부였다. 회사명은 '테크놀로지'에 '유일하다'는 뜻의 'sole'을 결합해 '테솔로'라고 지었다. 휴머노이드, 인공지능(AI)을 결합한 피지컬AI가 각광받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까다로운 분야가 손(핸드)이다. 테솔로는 이 분야에 대한 전략적 집중과 기술력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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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에서 산업 현장으로…16개국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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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솔로가 개발한 로봇핸드 시연/사진=김성휘 디스플레이 보호필름을 떼어내는 테솔로 로봇핸드 /사진=테솔로 영상로봇핸드가 사람 손처럼 움직일 수 있는지를 따지는 대표적 척도가 '자유도'(DoF, Degree of Freedom)다. 자유도가 높으면 사람 손과 흡사하게 정교한 동작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사람의 손이 대개 24 자유도인데 테솔로의 최신모델은 20자유도(20-DOF) 다관절 로봇핸드다. 사람 손에 근접한 셈이다.
겹쳐있는 종이컵을 하나씩 빼 올리거나, 얇은 필름을 섬세하게 집어 올리는 작업을 할 수 있다. 손가락 끝마디는 확장성을 고려해 금속이나 실리콘 부품으로 갈아끼울 수 있게 했다. 이는 테솔로가 지금까지 한눈 팔지 않고 로봇핸드 말단부에 집중한 성과이기도 하다. 피지컬AI가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려면 '손'이 관건이다. 아무리 인간을 닮았어도 물체를 적당한 힘으로 집어올리거나 옮길 수 있어야 쓸모가 있다.
김 대표는 "로봇의 보행은 '쓰러지지 않으면 된다'는 목표에 쉽게 동의할 수 있지만 손은 그렇지 않다"며 "물체·환경·작업 종류마다 로봇핸드가 잘 작동한다는 기준이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는 것부터 어렵다"고 말했다. 손가락 마디마다 관절이 있어 기계로 이를 똑같이 구현하는 것도 까다로운 영역이다.
그런데도 이 분야에 매달린 것은 연구원 시절부터 이것을 개발해 온 열정은 물론 스타트업으로서 전략적인 고민도 담겨 있다. 김 대표는 "우리가 가진 리소스가 제한적인데 이걸 분산하면 잘하기 어렵다고 봤다"며 "로봇핸드에 집중해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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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캠프 '배치' 멘토링 프로그램 '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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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솔로 기업 개요/그래픽=김지영
테솔로는 올해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배치' 프로그램에 선정돼 투자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선배 창업자의 멘토링도 그 중 하나다. 디캠프는 관련 분야에 성과를 거둔 전문가를 멘토로 지정하며, 멘토는 일대일로 스타트업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해법을 제시한다. 김 대표는 "경영은 연구개발과 완전히 다른 영역이고 어려운 부분도 많다"며 "선배 창업가가 '그때 나도 그랬어' 하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테솔로는 올해 해외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미 16개국의 크고작은 기업들이 테솔로의 로봇핸드를 도입하거나 실증에 나섰다. 김 대표는 "글로벌 기준으로 봤을 때도 우리가 로봇핸드 분야에서 원톱이라고 평가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올해는 다양한 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였다면 내년부터는 각 나라에서 점유율 확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솔로는 올해 30억원대로 예상되는 매출액을 내년에는 그 두 배 이상인 70억원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김 대표는 "앞으로는 사과를 집어 올리는 건 기본이고 손 안에서 사과를 돌리고, 도구를 쓰거나 섬세한 작업을 로봇이 수행하는 단계가 올 것"이라며 "테솔로는 이때 꼭 필요한 '핸드'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