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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방 딸'의 혁신, 1조 디지털 金시장 활짝...글로벌 플랫폼 도전

김성휘 기자 기사 입력 2025.1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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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일의 혁신기업답사기] 임진리 '금방' 대표

[편집자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에는 '혁신'을 위해 피·땀·눈물을 흘리는 창업가들이 많습니다. 그들이 꿈꾸는 혁신을 공유하고 응원하기 위해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혁신기업답사기]를 연재합니다. IB(투자은행) 출신인 김홍일 대표는 창업 요람 디캠프 센터장을 역임하고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활동 중인 베테랑 투자전문가입니다. 스타트업씬에선 형토(형님 같은 멘토)로 통합니다. "우리 사회 진정한 리더는 도전하는 창업가"라고 강조하는 김 대표가 금 거래시장을 바꾸고 있는 임진리 금방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임진리 금방(업스토어) 대표/사진=산업방송 채널i
임진리 금방(업스토어) 대표/사진=산업방송 채널i
#금값은 올들어 가파르게 올랐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지난 10일 그램(g)당 19만6750원, 1돈(3.75g)은 73만3800원이다. 1년 전에 비해 70% 오른 수준이다. 자연히 금 시장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었다.

금 거래 당사자인 △금 도매업자 △금방 또는 금은방으로 부르는 소매업자 △주얼리 제조업자(공장) 등은 독특한 거래방식을 쓴다. 돈(화폐)이 아니라 실물 금으로 결제하는 비중이 높다. 이를 '결제금(金)'이라고 한다. 금은방은 세공 공장에서 제품을 받을 때 제품의 금 항량과 똑같은 양의 '결제금'을 지불한다. 금 막대 즉 골드바를 절단기로 잘라 준다.

이런 관행을 디지털 기술로 혁신하는 청년 스타트업이 '금방'이다. 임진리 금방 대표는 "돈은 모바일, 디지털로 편하게 송금하는데 왜 금은 그렇게 못할까 하는 생각이 창업계기"라고 밝혔다.


돈은 편하게 송금하면서…'금은방 딸'의 도전


돈으로 거래하면 금을 살 때와 팔 때 시점에 따라 시세가 다를 수 있다. 아예 금으로 금을 사고파는 방식이 자리잡은 이유다. 보통 0.01g 단위까지 무게를 맞춰 잘라야 하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잘라내는 과정에 버리는 금(유실금)도 어느정도 감수해 왔다.

임 대표는 국내 금시장 메카인 서울 종로에서 금은방을 운영하던 부모님을 어깨너머로 봤다. 대학생이 되고는 아르바이트로 일을 도왔다. 임 대표는 "한 손에는 금 덩어리를, 다른 손에는 돈을 쥐여주시고 '어디어디를 들려 금 세공품을 찾아오라'고 하셨다"며 "도매점에서 금 제품을 저울에 올리고, '여기에 순금이 얼마 들었다'고 하면 절단기로 금을 그만큼 잘라서 (지급한다)"라고 떠올렸다. 가져간 돈은 금 세공 공임비였다.

임 대표는 "다녀오면 딱 계산하고 남은 만큼 금이 있어야 되는데 그렇지 않았다. 금 한 돈(3.75g) 정도를 잃어버린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고민이 혁신의 불씨가 됐다. 임 대표는 전공인 생물공학은 제쳐두고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다. 코딩에 자신이 붙자 2019년 초 회사를 세웠다. 금 거래를 보다 양성화된 시장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로 앱 이름은 '업스토어'라 짓고 화살표가 위로 향하는 모습을 만들었다.

금방 기업개요/그래픽=윤선정
금방 기업개요/그래픽=윤선정

업스토어는 2020년 세상에 나왔다. 신생업체를 믿고 거래하려는 금은방은 드물었다. 임 대표는 전국 1만2000여개로 추산되는 금은방을 샅샅이 돌면서 영업에 나섰다. 디지털 거래의 편리함이 점차 알려지면서 하나둘 이용자가 늘었다.


디지털 금지갑 서비스로 금 거래 혁신


업스토어의 핵심 기능은 두 가지다. 우선 디지털 거래 플랫폼이다. 결제금을 주고받을 때마다 금덩이를 자르는 대신, 앱의 디지털 장부에 내역을 기록한다. 마지막에 인출할 때만 금고에서 꺼내 금을 찾아간다. 금 거래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두번째 금고 역할이다. 임 대표는 해외에서도 금을 싸게 사오면서 금을 확보했고 도소매업체는 결제금으로 쓰는 금을 여기서 구입했다. 최소마진만 붙여 금을 공급하니 기존 도매가격보다 싸다는 입소문이 났다.

임 대표는 "2021년 금거래 매출액이 생기기 시작해서 그해 200억원 정도였는데 지난해 3700억원"이라며 "올해 매출액 1조원을 내다본다"고 말했다. 업스토어에 가입한 전국의 소매업체는 전체의 45% 가량인 5300곳에 이른다. 금방은 KRX 금시장에 금을 공급하는 자격도 지녔다. 출처가 분명한 금을 다룬다고 공인받은 셈이다.
임진리 금방 대표(오른쪽)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인터뷰/사진=김성휘
임진리 금방 대표(오른쪽)와 김홍일 케이유니콘인베스트먼트 대표의 인터뷰/사진=김성휘

임 대표는 3단계 로켓처럼 꿈을 실현하고 있다. 금 시장의 B2B(기업간거래) 업스토어가 1단계라면 2단계는 개인끼리 금 제품을 거래할 수 있는 '골드팝콘' 서비스다. 한국은행은 금 104톤을 보유한 걸로 공식집계됐지만 국내 귀금속시장을 통해 개인이 보유한 것은 그 7배가 넘는 700~800톤으로 추산된다. 임 대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금의 88%가 채굴됐고, 15년 정도 지나면 채굴이 끝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라며 개인간 금거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3단계는 글로벌 진출이다. 런던금시장협회(LBMA)는 전세계 금의 품질표준을 정하고 거래절차를 관리하는 단체다. 임 대표는 "공신력 있는 해외 LBMA 회원사들과도 거래 계약을 하고있다"며 "앞으로 해외에도 이런 서비스를 출시, 금 거래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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