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스타트업씬'은 한주간 발생한 주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및 스타트업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이에 더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미칠 영향과 전망까지 짚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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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미라 무라티는 지난해 독립해 싱킹머신랩을 설립했다. /사진=블룸버그올 상반기 50억달러(한화 약 6조8000억원) 이상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이른바 '울트라 유니콘' 대열에 오른 스타트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벤처투자 혹한기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상위권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 그룹이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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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7곳"…무섭게 성장한 AI 유니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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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글로벌 기업정보 플랫폼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전 세계 약 1600개 유니콘 가운데 올 상반기 중 기업가치 5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은 기업은 17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년간 19개 유니콘이 50억달러 이상 가치를 인정받은 것과 맞먹는 수치다.
신규 울트라 유니콘 수는 2021년 79개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33개, 2023년 12개 등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몸집을 키운 유니콘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20개를 밑돌았다. 올해는 상반기와 같은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연간 기준 울트라 유니콘 수가 전년보다 훨씬 증가할 것이라고 크런치베이스는 봤다.
연도별 기업가치 50억달러 이상 유니콘 현황. 2025년은 상반기 기준. /사진=크런치베이스 홈페이지 갈무리올 상반기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벤처투자업계 주목을 받은 곳은 단연 '싱킹머신랩'(Thinking Machines Lab)이다. '챗GPT 어머니'로 불리는 전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 미라 무라티가 지난해 설립한 이 회사는 기업가치 100억달러(13조6000억원) 이상의 초대형 스타트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엔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투자도 유치했다. 싱킹머신랩의 비전은 기존 AI 시스템보다 더 폭넓은 이해와 맞춤화가 가능하며 범용인공지능(AGI)을 갖춘 AI를 개발하겠다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제품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밖에 의료진과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녹음해 임상 문서로 자동 요약하는 미국의 의료 AI 스타트업 '에이브릿지'(Abridge), AI 기반 코딩 도우미 스타트업 '애니스피어'(Anysphere), 법률 AI 스타트업 '하비'(Harvey), 방위 기술 스타트업 '실드AI'(Shield AI), 데이터 보안 스타트업 '사이에라'(Cyera) 등도 울트라 유니콘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전 세계에서 기업가치 5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은 총 211개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인 106개가 2021년과 2022년에 나왔다. 설립 연도는 2011~2018년에 가장 많이 몰려 있다. 국가별로는 미국에 101개 기업이 집중돼 있다. 이어 중국 36개, 인도 19개, 영국 11개 등 순으로 기업가치 상위권 유니콘이 많다. 국가별 기업가치 50억달러 이상 유니콘 현황. 2025년 상반기 기준. /사진=크런치베이스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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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야 산다"…통 큰 M&A 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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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걽테크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캐나다 법률 유니콘 클리오가 스페인 법률정보 플랫폼 브이렉스를 10억달러에 인수했다. /사진=클리오 홈페이지 갈무리최근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의 M&A(인수합병)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거래가 또 나왔다. AI 기술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업체들이 전략적 인수에 적극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테크크런치·크런치베이스 등에 따르면 캐나다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인 '클리오'(Clio)는 지난 1일(현지시간) 스페인 법률정보 플랫폼 '브이렉스'(vLex)를 1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유니콘 기업이 발표한 총 181건의 M&A 가운데 거래대금 기준 상위 10위권에 속하는 규모다.
클리오는 이번 거래로 법률 문서 작성부터 고객 관리, 회계 기능까지 가능한 AI 중심의 통합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클리오 설립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잭 뉴턴은 "이번 인수는 법률 비즈니스와 실제 업무를 모두 연결하는 유일한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결정이었다"며 "브이렉스의 AI 기반 법률 검색엔진 '빈센트'를 활용해 경쟁사보다 앞선 기술력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최근 AI 기반 법률 서비스를 강화한 신생 스타트업 '하비'가 급성장하자 클리오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M&A를 강행했다는 것이 투자업계 해석이다. 실제 이번 인수는 하비가 톰슨로이터·렉시스넥시스 등 법률 데이터 베이스 업체와의 파트너십 체결 소식을 알린 직후 전격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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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 월드챔피언'이 벤처투자가로 전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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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리스트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전 F1 월드 챔피언 니코 로즈버그/AFPBBNews=뉴스1"저는 레이싱에서 90% 확률로 우승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 전혀 두렵지 않아요. 이것은 성공 확률 10%에 불과한 벤처투자에 뛰어들 수 있었던 원천이 됐죠."
세계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인 'F1(포뮬러원)' 월드 챔피언에 올랐던 독일의 레이싱 선수 니코 로즈버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벤처투자자로 전향한 이유를 이 같이 밝혔다.
로즈버그는 2007년 레이싱 선수 생활을 시작해 10년 만인 2016년(당시 31세) 처음으로 우승했지만 같은 해 "모든 것을 이뤘다"며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그는 은퇴 이후 모나코 몬타카를로에 '로즈버그벤처스'(Rosberg Ventures)라는 벤처캐피탈 회사를 설립, 다양한 펀드 투자에 나섰다. 2016년 F1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직후 니코 로즈버그와 그의 아내가 환호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투자 경험이 전무한 로즈버그는 자신의 유명세를 활용해 대형 투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눈을 떴다. 안드레센 호로위츠, 코슬라 벤처스, 클라이너 퍼킨스 등 대형 투자사들이 로즈버그의 자금을 받아줬다.
현재 로즈버그벤처스의 운용자산은 약 1억달러(약 1400억원)로 규모가 크지는 않다. 로즈버그는 "내년엔 2억달러로 운용자산 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는 펀드에 자금을 대는 단순 참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 투자를 주도하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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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도 몸값도 다 잡은 이스라엘 대표 유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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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보안과 클라우드 인프라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스라엘 대표 스타트업 '카토네트웍스'(Cato Networks)가 3억5900만달러(약 5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사진=카토네트웍스 홈페이지 갈무리네트워크 보안과 클라우드 인프라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이스라엘 대표 스타트업 '카토네트웍스'(Cato Networks)가 3억5900만달러(약 50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이번 시리즈G 투자 라운드는 비트루비안파트너스, 이온크로스오버파트너스가 주도했으며 기존 투자사들도 참여했다. 투자사들은 카토네트웍스의 기업가치를 48억달러(약 6조6000억원)로 평가했다.
카토네트웍스의 대표 서비스는 'SASE(보안 액세스 서비스 엣지) 플랫폼'으로 사무실, 데이터센터, 공장 등 분산된 거점을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원격 통신 보안 체계를 구현하고 있다. 특히 AI를 기반으로 한 위협 탐지 기능이 알려지지 않은 신규 악성 코드, 형태가 변화하는 악성 코드 등을 막아낼 대응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고객사는 3500여곳에 달한다. 2022년 11월 이후 매출액이 150% 증가하는 등 실적도 성장세다.
이번에 유치한 자금은 고객 전담팀 운영 확대, 글로벌 파트너 생태계 강화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카토네트웍스의 슐로모 크레이머 CEO는 "우리는 기업 네트워크 환경이 AI와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핵심 인프라를 담당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 유치는 고객 수요 가속화에 따른 성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