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감각 뉴로모픽, 지능형 반도체의 미래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기사 입력 2024.03.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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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문자의 발명으로 인류가 정보를 쉽게 축적할 수 있게 되면서 문명의 발전이 가속화되었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엄청난 양의 정보를 매 순간 처리하며 살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영어단어는 약 50만 개 정도인데, 이것은 셰익스피어 시대와 비교해 다섯 배가 증가한 양이며, 18세기에 살았던 사람이 평생 알 수 있었던 정보보다 오늘 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정보의 양이 더 많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 몇 번으로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래전 일들도 원하기만 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쏟아지는 정보 가운데 내가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이 중요해졌다. 학습, 분석, 추론 등의 서비스를 위한 대규모 연산을 초고속, 초저전력으로 수행해야 하는 지능형 반도체의 수요는 향후 급증할 것이다.

최근 다양한 종류의 센서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글자나 사진과 같은 고전적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동영상, 3차원(D) 이미지와 같은 고용량의 비정형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람 뇌의 메커니즘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인 '뉴로모픽' 기술은 비정형 데이터 처리에 있어 효율적인 알고리즘 연산을 수행할 수 있어 정보가 권력인 현대사회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다.

센서와 뉴로모픽 칩을 연결해 센서에서 얻은 정보를 따로 저장하지 않고 즉시 처리함으로써 정보의 수집, 연산, 처리 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뇌의 고차원 기능의 재현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그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기존 센서의 처리방식은 아날로그 데이터의 디지털 전환과정을 거친 다음 일시적 저장 및 처리단계로 이동한다. 처리단계에서는 디지털 데이터에 필터링, 노이즈 제거 등의 작업이 이뤄지고, 이후 패턴인지, 분류, 예측 등 해석 과정이 진행된다. 그런데, 이러한 처리방식은 데이터가 계속해서 이동해야 하고, 각 과정이 직렬적으로 처리돼 많은 지연이 발생한다.

반면에 감각 뉴로모픽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은 사람과 같이 센서로부터 얻은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작업이 수행되고 데이터가 병렬적으로 전송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데이터의 이동이 적어 처리 지연과 전력 소모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복잡성과 크기가 큰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데 적합하다.

현재 감각 뉴로모픽 기술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국내외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흐름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센서를 비휘발성 소자와 결합하는 방향의 개발로 센서와 소자 간 상호작용을 통해 센서 데이터를 더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처리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비휘발성 소자가 센서의 역할도 통합적으로 수행하게 만드는 것이며, 센서와 비휘발성 소자에서 처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액추에이터까지 연결해 동작시키는 방식도 있다.

지난 2020년, 소니는 세계 최초로 1230만 화소의 프레임 기반 이미지 센서와 하드웨어 뉴로모픽 프로세서를 적층한 구조의 지능형 비전 센서를 출시한 바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를 전송해 분석하는 기존 센서와는 달리 지능형 비전 센서는 센서와 수직으로 인공지능 프로세서를 적층해 센서에서 즉시 작업을 처리할 수 있어서 데이터 전송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와 지연이 없다는 장점을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특정 인물을 구분하거나 자동차 번호판을 식별할 때 외부로 데이터를 전송하지 않고 바로 인식하는 방식이다.

감각 뉴로모픽 기술을 사용하면 단순히 시각과 청각 등 인간의 감각을 넘어 자외선, 초음파, 무색무취의 화합물과 같이 인간이 감지하기 어려운 대상으로까지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센서 기술과 감각 뉴로모픽 기술을 더 효과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면 인공망막, 전자피부, 신경보철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혁신을 이룰 수 있다.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는 작년 9월 산업현장의 가스유출을 감지하거나 세균과 바이러스를 단시간에 찾아낼 수 있는 뉴로모픽 인공후각 센서를 개발했으며, 향후 인공지능 로봇 개발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뉴로모픽 기술은 아직은 갈 길이 먼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우리나라가 이 분야의 키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는 센서 기술과 뉴로모픽 기술의 융합연구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초기 중요기술을 선점하고, 관련 지식재산권 보호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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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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