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 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비공개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의 전례 없는 의욕에 현장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과기정통부와 기획재정부는 핵심 연구 인력을 해외에서 직접 유치하기 위한 구상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기재부는 기존 400명 규모의 계획을 '천인(千人) 계획'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며, 대규모 예산 투입을 예고했다.
과학기술계는 저출산·고령화, 의대 쏠림 현상 등으로 인한 과학기술 인재의 양적·질적 부족을 꾸준히 지적해 왔다. 이를 극복하려면 해외 핵심 인재 유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과기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2023~2027년 사이 7대 신기술 분야에서 인력 수요 대비 약 35만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바이오, 로봇, 양자 등 전략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인재 확보는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정부가 '해외 우수 과학자 1000명 유치'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대규모 예산을 편성한 것은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인재 유출입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관리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러나 문제는 집행 단계다. 정작 사업을 수행해야 할 현장 기관들은 "제도는 경직돼 있고, 예산은 규제에 묶여 있다"며 현실적 제약을 호소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록 펀딩'이다. 정부는 인당 수십억 원을 지원하며 연구 자율성을 보장하겠다고 했지만, 예산 편성과 집행 단계에서 공공 규정이 얽히면 자율성은 무력화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처음엔 마음껏 쓰라고 해놓고, 나중엔 온갖 규정을 들이댈 것"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제도 자체의 유연성 부족이다. 예컨대 '이중 소속' 허용 문제다. 해외 우수 과학자를 유치하려면 반드시 국내 기관에 전임으로 자리를 옮겨야 하는 현 구조에서는 안정적인 현지 지위를 가진 인재들이 오기 어렵다. 이미 일부 선진국들은 해외 소속을 유지하면서도 겸직을 허용하고, 연구 환경과 주거, 가족 이주, 자녀 교육 등 삶의 질과 직결되는 모든 것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유연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 하나의 리스크는 '형평성'이다. 외국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우수 인재' 타이틀이 부여되고 억대 연구비가 지원되면, 기존 연구진과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누가 '우수 과학자'인지에 대한 기준과 검증체계를 명확히 세워야 한다. 이 같은 불신은 향후 유치 인력의 장기 정착 가능성까지 해칠 수 있다.
해외 인재 유치는 단기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는 국가 과학기술 시스템 전체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그러려면 예산을 늘리는 것만큼, 연구기관에 자율성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할 수 있는 구조적 틀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1000명 유치'라는 구호가 아니라, 한 사람의 진짜 인재가 한국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정교한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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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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