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스타트업, 새로운 진화 종(種)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기사 입력 2023.05.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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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모노리스'(Monolith·돌기둥 모양의 신비한 물체)는 인류의 발전을 촉진하는 강력한 힘이었다. 원시인이 모노리스를 만지고 도구 사용을 배우는 것부터, 우주비행사가 목성 궤도에서 모노리스를 만나 자신의 육체적 형태를 초월하는 순간까지 모노리스는 인간의 진화를 촉발하는 알려지지 않은 것, 알 수 없는 것, 그리고 기술의 변혁적인 힘을 상징한다. 이런 면에서 모노리스는 생성 AI(인공지능)와 유사하다. 모노리스가 인류의 진화를 인도하고 형성하는 것처럼 생성 AI는 우리가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윗글은 챗GPT의 주장이다. 아서 C 클라크의 소설과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로 유명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모노리스는 유인원을 지적생명체인 인류로 진화시키고 인류를 정신만 있는 상태의 생명체인 스타차일드(starchild)라는 초인류로 진화시킨다. 당연히 허구다.

지난해 11월 등장한 챗GPT는 인간의 글과 언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질문에 답변하고 글을 작성하며 요약과 번역도 해준다.

생성 AI는 자연어 처리뿐만 아니라 이미지와 음악도 생성하고 변환한다. 수년간 관련 연구를 해온 사람들에게 절망을 주기도 하고 희망을 주기도 하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고 새로운 응용법들이 공유된다.

과거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신하면서 공산품을 대량생산했듯이 이제 기계가 인간의 지적노동을 대신하면서 창작물의 대량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모노리스급 인류의 진화는 아닐지라도 AI는 산업의 진화를 불러올 혁신을 촉발하고 있다. 인터넷 혁명과 모바일 혁명을 가능하게 한 PC나 스마트폰의 등장을 뛰어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1980년 저서 '제3의 물결'을 통해 농업혁명, 산업혁명을 넘어 정보혁명의 물결을 예상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우리는 지금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와 기업들은 아직 정보화 시대로 진화한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GE, GM 등의 기업으로 대표되던 산업화 국가에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기업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국가로 변모했다. 글로벌 기업가치 상위를 점령하며 혁신을 이끌고 있는 이 빅테크들은 미국 정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실리콘밸리라는 토양에서 시작된 스타트업이었다.

이들이 스타트업 시절 그랬듯 지금 수많은 스타트업이 변종으로 진화하며 혁신에 도전한다. 구글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챗GPT로 상용한 것도 오픈AI라는 스타트업이었다. IT·가전전시회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스티브 코닉 부회장이 올해 CES 기조연설에서 "수많은 혁신은 기존 기업이 아닌 가장 작은 스타트업들로부터 비롯될 것"이라고 한 말은 허구가 아닐 것이다.

글로벌 경제상황은 스타트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 상황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혁신의 변곡점, 진화의 지평선에서 우리는 새로운 진화 종을 테스트하는 데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전 세계 몇 안 되는 검색 기반의 인터넷 비즈니스 기업, 메신저 기반의 모바일 비즈니스 기업을 보유했다. 뉴욕증시에서 기업가치 100조원을 인정받은 기업, 글로벌 시장에서 5조원 이상 가치를 인정받고 기업결합된 기업을 키운 나라다.

정보화 시대에 태어나는 수많은 스타트업이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큰 투자수익을 내거나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진화를 위한 새로운 종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진화를 위해 자식이라는 진화 종을 소중히 여기고 과감히 투자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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