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빛으로 세상을 바꾸는 기술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기사 입력 2023.04.02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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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국내 반도체산업이 메모리분야에 편중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비메모리분야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주목받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DB하이텍의 시스템반도체를 위한 파운드리 및 이미지센서는 비메모리분야 중에서도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반도체를 사용하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분야도 있으며 이런 분야의 전망과 활용 측면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 다양성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반도체는 메모리와 같이 전자를 가둬 기억하는 반도체와 전자의 흐름을 제어하는 시스템반도체로 나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전자가 아닌 빛으로 제어 가능한 반도체도 널리 사용된다.

광(光)반도체는 통신이나 컴퓨팅 등을 위해 빛 신호를 생성·제어할 수도 있는데 최근 주목받는 초고속 광컴퓨팅도 이와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이미지센서는 반도체가 빛을 흡수해 전류신호를 발생하는 소자다. 그런데 반대로 반도체에 전류를 흘리면 빛을 발생하는 것이 가능해지는데 이를 이용한 것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LED 조명이나 레이저다.

광반도체분야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10%대를 차지하는데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낮은 편이어서 관련학계 및 산업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광반도체분야는 빛과 반도체의 다양한 원리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특성을 연구한다. 기본적으로는 빛의 흡수·방출 외에 빛의 세기·위상을 조절하고 이 빛의 간섭을 이용해 광신호를 만드는 원리다. 이런 광반도체 소자를 이용하면 빛의 속도로 신호처리를 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기대된다. 전자소자로는 도달할 수 없는 속도의 초고속통신, 양자센싱·컴퓨팅, 라이다(LiDAR), 인공지능 등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선진국에선 학계와 산업계에서 꾸준히 연구·개발 중이다.

이렇듯 광학적인 성질을 가진 광반도체분야는 광통신, 광센서, 레이저 등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며 활용분야도 무궁무진하다.

넘어야 할 허들도 있다. 광반도체는 매우 비싼 화합물 반도체를 사용한다. 가격경쟁력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나노소재와 이를 이용한 새로운 소자개발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에는 전자소자에도 널리 쓰이는 실리콘을 사용한 광제어 소자가 일부 상용화했는데 실리콘은 흡수 외에 빛과 상호작용이 약한 편이므로 이를 극복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된다.

이와 관련해 2차원 물질인 그래핀, 이황화몰리브덴(MoS2), 흑린 등이 대체물질로 주목받는다. 이러한 2차원 반도체는 화합물 반도체나 실리콘과 다르게 원자 단위로 이뤄져 있으므로 빛과 반도체 사이 상호작용을 극대화함으로써 기존 3차원 재료로는 불가능하던 초저전력·초고속 광컴퓨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는 다양한 나노소재를 활용·개발하고 있다. 빛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는 나노소재들의 합성부터 이를 활용한 소자제작 등 폭넓은 연구를 하며 이를 양자나 센서, 광컴퓨팅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응용연구를 진행 중이다.

다양한 나노소재와 소자를 이용한 광반도체 및 광컴퓨팅 분야는 중요하고 선도적 분야라고 할 수 있지만 연구의 중요성이나 관련 연구자 규모에 비해 국내에선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학계나 일부 산업계에서도 많은 사람이 노력하지만 정부의 관심과 체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관련 연구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은 메모리, 디스플레이 등에 치우친 국내 산업분야의 편중을 극복하고 균형적인 반도체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 생각한다.

또 광반도체 및 광컴퓨팅분야가 국내에서 성장하고 반도체 생태계 다양성에 도움을 주면 이를 통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선도적 기술패권분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빛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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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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