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AI 시대, 에너지가 승부를 가른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기사 입력 2025.06.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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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사진=머니투데이DB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사진=머니투데이DB
AI(인공지능)가 전세계적으로 몰고 올 변화는 산업혁명에 견줄 정도로 폭발적인 파급력을 예고한다. 그러나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하는 만큼 그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할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이를 가동하는 '에너지'가 필수라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

구글, 애플, 메타(옛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재생에너지를 핵심 과제로 삼았다. 구글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측하고 2010년대 초반부터 풍력·태양광 발전업체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전력의 상당 부분을 탄소중립 에너지원으로 충당해 장기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며,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는 전략이었다. 애플도 공급망 전반에 탄소중립 경영을 도입해 전세계 데이터센터와 오피스 대부분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있다. 메타는 방대한 SNS·메타버스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풍력발전소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거나 태양광 발전사업에 참여하며 안정적인 재생에너지 확보에 나섰다.

이처럼 글로벌 빅테크들은 재생에너지를 단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수준이 아니라 미래 경쟁 우위를 결정짓는 필수 요소로 인식하고 빠르게 대응해 왔다.

이에 반해 한국을 대표하는 IT 기업들은 에너지 분야에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해온 면이 있다. 물론 카카오가 ESG위원회를 설치해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운영 과정에서 탄소 배출 저감 방안을 적용하고 기후테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지원을 하거나, 네이버가 데이터센터 '각(閣)'에 그린 IT 인증 최고등급을 적용하는 등 노력을 기울인 사례도 있다. 다만 글로벌 기업들과 비슷한 규모나 속도로 재생에너지 투자·활용을 추진했는지는 의문이다.

이런 차이를 낳은 원인 중 하나로 국내 전력시장 구조가 지목된다. 해외에서는 기업이 민간 태양광·풍력발전 사업자와 직접 전력구매계약을 맺어 비용 경쟁력과 전력 공급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기가 비교적 수월하다. 반면 한국은 전력시장 구조가 한국전력에 집중돼 있어 기업이 원하는 재생에너지를 직접 구매하기가 어렵다. 재생에너지 발전원가나 보급 속도, 인프라 확충 속도도 글로벌 기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어서 국내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결심하기 더욱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에너지 투자 여부만으로 AI 수준 격차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AI 연구개발 인력과 역량, 빅데이터 확보, 시장 접근성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거대 AI 모델 시대'에 접어들수록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 사용이 폭증하고, 여러 지역에서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지가 경쟁의 중요한 변수가 된다. 데이터센터가 IT 산업 전반의 심장으로 자리 잡은 지금, 에너지를 확보하는 전략이 곧 미래 경쟁력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기업들도 에너지를 더는 부수적 요소로만 볼 수 없다. 재생에너지 역량을 갖춘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방안, 국내외 전력시장에서 PPA를 늘려가는 전략, AI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센터 효율을 극대화하는 시도 등 다양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도 AI와 에너지가 결합된 시장이 미래 성장동력임을 인식하고 관련 규제·제도를 선제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앞으로는 AI와 에너지가 긴밀히 결합한 '에너지 기반 디지털 전환' 시대가 더욱 가시화될 것이다. 이 두 요소는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경쟁의 규칙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과 국가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영역이라는 뜻이다. 십여 년 전 글로벌 빅테크들이 'AI가 주도할 세상'과 '재생에너지가 필수가 될 시대'를 연결해 대응한 결단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뒤늦었더라도 이 흐름에 가세해야 한다. 준비할 시간이 길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빠른 출발점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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