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생존과 성장의 위기와 지속가능성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기사 입력 2022.11.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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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한상엽 소풍 대표 /사진=이민하
한상엽 소풍 대표 /사진=이민하
지난주 세계 기업가정신 주간을 맞아 세계 각국에서는 여러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한국에서도 대기업과 스타트업, 그리고 투자사가 함께 모여 진행된 기업가정신 콘퍼런스의 주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지속가능성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패널로 초대돼 무대에 올라있자니 많은 생각이 스쳤다.

통상 기업가정신은 '혁신'과 연결된다. 혁신은 필연적으로 기존의 것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려는 모험과 도전을 수반하게 된다. 반면, 지속가능성은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미래 세대가 사용할 경제·사회·환경 등의 자원을 낭비하거나 여건을 저하시키지 아니하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정의된다.

언듯 서로 매칭이 되지 않는 두 단어가 ESG로 묶여 있어 논의를 하자니 조금은 어려웠지만 동시에 매우 뜻깊은 자리였다. 기업가정신을 논하는 자리에서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논한다는 것 자체가 이제 기업과 창업가에 대한 기준이 바뀌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몇 년 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일을 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기업에서 이야기하는 지속가능성은 지속성장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몇 년 전, 세계 최대의 투자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연례서한을 통해 '앞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투자기준으로 삼겠다'라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여기서의 지속가능성 역시 기업 활동이 사회나 환경에 끼칠 영향을 중심으로 한 지속가능성이라기보다는 계속 생존할 수 있는지와 계속 성장할 수 있는지를 의미하는 것에 가깝다.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는 기업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제야 우리는 기업활동의 영향을 논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스타트업들은 생존을 고민해야 할 정도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양적 긴축에서 시작된 이 위기 역시 지속가능성의 위기다. 지난 10년 간 폭발적으로 팽창해온 자본시장의 유동성이 코로나 19(COVID-19) 위기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기후 변화가 겹쳐 에너지와 식량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 생존의 위기 역시 지속가능성의 위기다.

성장의 위기 역시 선명하다.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시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소비 없는 성장이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생존과 성장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하지 못한 스타트업이라도 문을 닫지 않고 영속하며 성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투자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자본을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양적 긴축을 동시에 경험하는 이 시기의 성장이란 구호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위기 속에서도 기업가정신과 지속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앞으로의 기업가정신이나 기업활동의 기준이 분명하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호황과 불황의 경기 순환을 반복해왔기에 우리는 이 위기 후에 언젠가 다시 좋은 때가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때의 기업가정신은 이전과는 다른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ESG는 열쇳말일 뿐, 그 어떤 생존과 성장도 사회와 환경이라는 두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업가정신이 간절히 요구되는 시기다. 당장의 위기를 겪고 있는 창업가들을 대하자면, 그저 창업자의 숙명이라는 말 밖에는 위로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 위기 속에서도 생존을 넘어 성장을 모색하는 창업자들은 늘 존재하는 법이다. 인생이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빗 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한동안 지속될 폭풍 속에서도 생존과 성장의 방법을 배우는 창업자들이 마주하는 무대는 이전과는 다른 의미의 지속가능성을 요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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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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