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 칼럼]

연구자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에 자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기술의 우수함이 곧바로 시장에서 상품성과 매출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많은 딥테크 스타트업이 이 지점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커머스나 플랫폼 분야 창업가들이 초기부터 '제품-시장 적합성'(PMF) 을 치열하게 검증하는 데 비해, 기술 중심 창업가들은 시장 접근과 사업 운영을 후순위로 두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팀 빌딩, 조직 운영, 자금 관리 등 경영 전반의 경험 부족으로 '기술은 좋은데 성장하지 못하는 팀'으로 남는 사례가 반복된다.
특히 기술 전문가일수록 외부 조언을 받아들이기보다 자신의 판단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시장 안착과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블루포인트에서는 초기 창업팀을 볼 때는 자신의 사업에 대한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지를 살피는 '메타인지'와 외부 조언과 자극에 대한 '수용성'을 반드시 살핀다. 살아있는 세포를 3D로 볼 수 있어 시가총액 4000억원에 육박하는 코스닥 상장기업 토모큐브도 처음에는 연구실의 작은 기술에서 출발했다. 의료기기를 직접 생산·판매해야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많은 투자사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눈부신 성장을 일군 사례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문제는 R&D(연구·개발) 전반에 퍼져 있는 '실패 회피' 문화다. 정부 R&D 과제의 성공률이 95%를 웃도는 현실은, 과제 목표를 지나치게 안전하게 설정한 결과이기도 하지만, 기술 개발에 몰두해 시장과 수요에 대한 이해를 뒷전으로 미루기 쉽다. 도전적·혁신적 시도를 위축시키고, 시장 파급력이 큰 기술의 탄생을 가로막는 것이다. 실패를 학습과 전환의 자원으로 삼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기술이 사업과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런 사례들에 비춰보면 결국 기술사업화의 핵심은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고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는 구조 자체를 만드는 것이다. 기술이 상아탑 내부가 아닌 시장에서 작동하도록 끊임없이 소통하고 자극을 줘야 한다. 정부 R&D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평가되는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도 시장의 언어를 이해하는 투자사를 중간 매개로 활용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고 평가받는다.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어찌 보면 간단한 변주였을 뿐이다.
최근 정부의 기술사업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딥테크 스케일업 밸리', 산업통상자원부의 '사업화연계기술개발사업'(R&BD), 중기부의 딥테크 팁스(TIPS)까지 좋은 기술만 있다면 얼마든 시장으로 나올 여건은 마련됐다. 다만 산업 전체를 조망하고 지원하는 체계는 부족하다. 특정 기술의 구성 요소를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는 우수한 연구자와 논문을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시장을 선도할 기업을 키워내지는 못한다. 강력한 풀스택(Full-stack) 기업이 시장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탄탄한 밸류체인이 형성되는 방식을 유도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AI가 촉발한 거대한 눈사태(Avalanche)에 직면해 있다. 영역과 경계를 가리지 않고 많은 것들이 뒤덮이며 변화를 요구받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사의 진짜 가치는 빛날 수 있다. 기술의 해자에 갇혀 스스로 성장을 멈춰버리지 않도록, 꿈의 크기를 계속해 키워주는 것이다. 우주 개발의 새 역사를 써가는 스페이스X와 미항공우주국(NASA) 같은 놀라운 협업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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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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