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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기술사업화는 '속도전' 아닌 '장기전'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09.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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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 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TLO(기술이전전담조직)가 기술 발굴부터 이전, 사업화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고 있지만 인원이나 예산에 비해 그 스펙트럼이 지나치게 넓다."

최근 부산 해운대에서 열린 '출연연X연구소 TLO 애뉴얼 콘퍼런스(Annual Conference)' 패널토론 현장에선 기술사업화의 현실과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토론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기술 마케팅, 특허 포트폴리오 관리 등 사업화 활동에는 장기간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지만 많은 TLO가 최소한의 운영비만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초기 투자나 민간 자본을 연결할 여력도 부족해 유망 기술의 시장 진입이 늦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책적 연속성 부족도 TLO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정부 정책이 정권과 부처 변화에 따라 자주 바뀌면서 일관된 기술사업화 전략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엔 기술사업화와 관련한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도 보인다.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기술사업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기재부가 기술 이전과 상용화 R&D 확대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기보는 이를 토대로 PoC(개념검증)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도 기술사업화의 긴 호흡과 높은 리스크를 감안한 '딥테크 중심 장기펀드'를 설계 중이다. 기존의 4+4년 투자·회수 구조를 넘어 5+5년, 6+6년 등 장기 운용 체계를 도입해 딥테크 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이 펀드는 기술 개발 초기 단계부터 시장 진입과 스케일업까지 전 주기를 포괄하는 장기 자금 지원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과학기술지주(KST)도 창업 지원 방식을 바꾸고 있다. KST가 기획·운영하는 '빅테크 기획 창업 챌린지'는 연구자 창업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기획부터 자금조달, BM(비즈니스 모델) 설계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구성과를 창업으로 연결하는 데 필요한 법률·회계 지식이 부족한 연구자들에게 체계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예비 창업자에게 실질적인 훈련을 제공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KST 측은 "단순한 창업 지원이 아니라 연구자 창업의 구조화된 모델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출연연, 대학에서 오랫동안 창업을 '부수적 선택'으로만 여겨온 분위기가 점차 바뀌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부터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며 "IP(지적재산권) 중심 연구자 인사평가 제도를 개선해 기술이전과 기업 지원 실적이 적절히 반영되도록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술사업화는 단기 성과를 노리는 속도전이 아니라 긴 호흡과 꾸준한 노력, 그리고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한 장기전이다. 새 정부 들어 기술이전과 사업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세계적 수준의 과학기술 역량을 산업적 가치로 전환하는 체계를 완성하지 못한 상태다. 이제 국가 성장과 혁신을 이끌 핵심 동력으로 기술사업화를 실현하기 위해 TLO를 중심으로 지원 체계를 고도화하고 과감한 정책 투자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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