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주연 카카오벤처스 선임심사역/사진제공=카카오벤처스"디지털 헬스케어의 인허가는 신약이나 바이오산업의 인허가와는 그 의미가 다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인허가는 출발점에 불과하며 이후 의료현장 사용을 위한 환경 조성과 기술적 우수성 및 실용성 입증이 뒤따라야 합니다."
정주연 카카오벤처스 선임심사역은 15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스페이스에서 열린 'KV 브라운백 미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2010년대 초반 설립된 의료 AI(인공지능) 기업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 이후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평균 3~5년이 걸렸다"며 "이는 제품을 개발하고 의료현장에 도입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료현장에 도달한 디지털 진단과 치료'를 주제로 진행된 KV 브라운백 미팅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식약처 인허가 이후 거두고 있는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참석한 스타트업은 △이모코그 △알피 2개사다.
정 심사역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이 매출을 빠르게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도 기업들이 길을 닦아놓은 만큼 2020년 이후 설립된 기업들은 인허가부터 매출까지 1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어야 한다"며 "기술적 우수성을 넘어 임상 현장에서의 실용성과 확산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사진제공=카카오벤처스이모코그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용 디지털 치료체 '코그테라'를 개발했다. 이모코그는 의료현장의 처방 시스템 구축과 임상시험 데이터 확보를 통해 매출 시점을 앞당기고 있으며, 지난 5월 코그테라에 대한 식약처 인허가를 받았다. 올해 9월부터는 병의원 도입 및 본격적인 처방이 이뤄질 예정이다.
노유헌 이모코그 대표는 "코그테라는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면 의료진의 간단한 설명만으로도 바로 처방 및 모니터링, 재처방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코그테라가 혁신의료기술 평가고시에 지정되면 처방 코드가 병의원 시스템에 반영돼 9월부터 처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그테라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노 대표는 "버튼 조작 없이 음성 명령만으로 훈련이 가능하며, 평균 순응도는 85%"라며 "글로벌 디지털 치료체의 평균 순응도가 40~60%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진출도 준비 중이다. 노 대표는 "국내뿐 아니라 독일 시장에서 보험 등재를 위한 임상시험을 마무리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중희 알피 대표/사진제공=카카오벤처스AI 기반 심혈관 질환 분석 솔루션 'ECG버디'를 개발한 알피 역시 식약처 인허가 이후 빠르게 매출을 내고 있다. ECG버디는 현재 응급실과 구급 현장에서 심근경색, 심부전, 고칼륨혈증, 부정맥 등 중증 심장 질환 선별에 활용되고 있다.
이 솔루션은 지난해 1월 식약처 인허가를 받아 올해 4월부터 비급여 처방이 가능해졌다. 현재 약 45개 병원에 도입돼 월 10만 건 이상의 검사 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알피가 매출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던 비결은 높은 사용 편의성이다. ECG버디는 스마트폰, 컴퓨터, 전자의무기록(EMR) 등 다양한 시스템과 연동된다.
김중희 알피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심전도 검사 결과를 분석하는 앱을 먼저 출시해 초기 고객을 확보했고, 의료진들이 실제 진료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병원 시스템과의 연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정확도도 뛰어나다. 김 대표는 "심전도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 ECG버디에서 심근경색 고위험 환자로 식별된 환자가 실제로 11분 뒤 심정지를 겪은 사례가 있었다"며 "의료진이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즉각 조치를 취해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응급 현장부터 병동까지 ECG버디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미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부대표는 "의료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발전해도 의료 분야는 특수한 데이터와 까다로운 인허가 과정 때문에 전문 기업들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이모코그와 알피처럼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뢰성과 확장 가능성을 입증한 팀들이 앞으로 의료 AI 생태계 표준을 만들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