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냉동김밥 난리났다...'케데헌' 타고 전세계 입맛 잡은 깜짝 비결

익산(전북)=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12.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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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품질안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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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맛을 감각적이고 주관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곳에서는 사람이 맛을 느끼는 모든 과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데이터와 숫자로 표현합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품질안전센터에서 만난 조중상 기술지원부장의 말이다. 센터에는 고가의 장비들이 수십 대 갖춰져 있다. 이 장비들을 활용하면 △신제품 맛 개선 △식감 조정 △색상 변화 분석 △향 성분 보정 △고령친화식품 개발 △수출용 미생물 안전검사까지 품질·맛·안전 관련 문제를 한곳에서 해결할 수 있다. 사실상 푸드테크(식품기술) 스타트업과 중소식품기업을 위한 공공 R&D(연구개발) 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센터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소비자 평가실'이다. 외부 시식평가단이 음식을 직접 먹어보고 점수를 매기는 방이다. 각 부스는 칸막이로 나뉘어 있고, 조명색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조 부장은 "실제로 닭가슴살을 붉은 조명 아래서 보면 더 맛있어 보이는 것처럼 음식의 색 때문에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어 조명색을 바꿔 테스트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카메라도 설치돼 있었다. 누가 어떻게 먹는지, 표정은 어떤지, 한입 먹고 고개를 갸웃하는지 등을 모두 기록·분석한다.

두 번째로 향한 곳은 고기, 대체육, 비타민, 치즈, 고령친화식품 등 다양한 제품의 식감을 실험하는 '물성분석실'이다. 이곳 핵심 장비인 '조직감 측정기'는 사람이 씹는 힘을 기계가 대신해 얼마나 쫀득한지, 얼마나 쉽게 잘리는지를 정확한 숫자로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비엔나 소시지를 씹었을 때 '톡 터지는 식감'까지 실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부장은 "보통 소비자들은 씹었을 때 '톡' 터지는 느낌을 좋아하는데, 그 '터지는 힘'까지 정확히 측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식감 분석 기술은 특히 고령층을 위한 식품 개발에 폭넓게 활용된다. 조 부장은 "노인들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식품을 3단계 기준으로 나눈다"며 "잇몸으로 씹을 수 있는 정도(1단계), 혀로 눌러도 으깨지는 정도(2단계), 씹지 않고 삼킬 수 있는 정도(3단계) 기준에 맞춰 식품의 경도를 실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선 식감도 감각의 영역이 아니라 정확히 측정 가능한 과학의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전자코 장비/사진=류준영 기자
전자코 장비/사진=류준영 기자
'세상에서 가장 예민한 장비'로 불리는 전자코·전자혀·전자눈 등 고가의 계측기가 모여 있는 공간으로 이동했다. 조 부장은 "일부 장비는 5억원에 달하고, PPM(100만분의 1), PPB(10억분의 1), PPT(1조분의 1) 단위까지 성분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코는 음식의 향을 맡는 기계다. 샘플을 넣으면 향을 뜨거운 공기로 증발시킨 뒤 어떤 향 성분이 얼마나 강한지를 그래프로 보여준다. 언뜻 보면 비슷한 된장국과 미소국도 전자코가 그려낸 그래프에서는 향 성분이 뚜렷하게 다르게 나타난다.

전자혀는 짠맛, 단맛, 쓴맛, 감칠맛 등 미각 요소를 패턴으로 분석한다. 조 부장은 "소금 한 꼬집을 더 넣은 버전과 덜 넣은 버전을 사람의 감각만으로 비교하면 편차가 큰데, 전자혀를 사용하면 완전히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눈은 음식을 카메라로 촬영해 무려 16만 개가 넘는 색상을 분석한다.

조 부장은 쌈장을 예로 들며 전자눈의 활용 사례를 설명했다. 쌈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표면이 갈변한다. 강원도처럼 막장 문화가 강한 지역은 진한 갈색, 콩이 많이 들어가는 쌈장을 즐겨 먹는 전라도는 상대적으로 밝은 갈색을 선호한다. 센터는 전자눈으로 각 지역 소비자가 선호하는 쌈장의 색감을 측정하고, 갈변 속도와 색 변화 패턴을 데이터로 축적해 업체에 제공한다.

조중상 기술지원부장이 전자눈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조중상 기술지원부장이 전자눈 장비를 설명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품질안전센터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지역 농산물을 상품화하는 일이다. 올해만 해도 파주의 장단콩, 광주의 김치 원료, 남해의 흑화랑 상추, 천안의 배 등 네 가지 지역 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신제품이 개발됐다. 이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사례가 파주 장단콩을 활용한 냉동김밥이다. 글로벌 인기 애니메이션 '케데헌(케이팝 데몬헌터스)'에 등장하며 해외에서 더 주목받고 있는 제품인데 이 냉동김밥의 개발 과정에 센터의 역할이 컸다.

해외로 수출되는 K-김밥은 대부분 냉동 상태로 나가는 데 검역과 통관 문제로 육류를 넣기 어렵다. 센터는 장단콩을 재료로 고기의 식감을 최대한 유사하게 구현하는 한편 냉동·해동을 반복해도 품질이 유지되도록 포장 설계까지 지원했다.

냉동김밥은 유통기한이 1년에 이르고, 전자레인지로 데웠을 때 밥과 속 재료가 적당히 따뜻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용기는 전자레인지 열에 견디는 동시에 내부에서 생기는 수증기와 압력이 자연스럽게 빠져나가는 구조여야 한다. 조 부장은 "수출용 냉동김밥이 소비자 손에 들어갔을 때, 우리가 익숙하게 먹어온 김밥의 식감과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연구진 모두가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품질안전센터 연구원들이 식품 안전성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품질안전센터 연구원들이 식품 안전성을 테스트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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