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관객 수가 900만명을 넘긴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관객들이 상영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 27일 만에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년 만의 '1000만 한국 영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왕사남'의 흥행은 2024년부터 침체의 늪에 빠졌던 한국 영화산업이 쏘아 올리는 부활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이 같은 성취의 배경에는 민간 자본이 발을 뺀 시기에도 묵묵히 영화산업의 허리를 받쳐준 '모태펀드'의 인내심이 있었다.
3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영화산업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의 급성장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지며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변화한 영화 관람 환경도 위기를 심화시켰다. 수익성이 보장된 OTT로 자본이 쏠리며 한국 영화 제작 현장에는 자금줄이 마르게 됐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모태펀드의 문화·영화계정은 투자 가뭄 속에서 국내 영화산업을 묵묵히 지지하는 '인내자본' 역할을 했다. 모태펀드는 민간 자본처럼 단기적인 수익률에 일희일비하는 대신 콘텐츠의 잠재력을 믿고 끝까지 기다려 줬다.
모태펀드 문화·영화계정은 지난해까지 누적 2조6392억원을 출자해 5조1213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며 콘텐츠 투자 기반을 확보했다. 특히 영화 분야 투자 크레바스였던 지난해에도 3798억원을 마중물로 투입해 6591억원의 펀드를 조성했다. '왕사남'의 순 제작비 111억원 중 51억원(약 46%)을 모태펀드가 책임졌다.
지난해 국내와 북미에서 깜짝 흥행을 거둔 애니메이션 '킹오브킹스' 역시 모태펀드의 인내자본 특성이 반영됐다. 모태펀드 기반 투자조합 5곳에서 킹오브킹스 제작비 중 절반가량인 120억원을 냈다. 2015년 시작된 킹오브킹스 제작에 무려 10년이 소요됐다. 투자조합들은 2016년 초기 투자 이후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투자금을 지원하며 기다렸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킹오브킹스의 흥행은 '기다려주면 반드시 답이 온다'는 인내자본의 철학이 일궈낸 결실"이라고 말했다.
인내의 결과는 국내외 흥행으로 나타났다. 킹오브킹스는 한국에서 13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애니메이션 2위에 등극했다. 북미에선 6027만달러(약 883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기생충(5385만달러)을 뛰어넘었다. 순수 한국 제작 영화 중 북미 흥행 1위, 아시아 애니메이션 중 역대 2위에 올라섰다.
문화계에서 모태펀드의 '인내자본' 역할은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수많은 게임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게임업계에서도 모태펀드는 꾸준히 가뭄 속 단비 같은 자금을 투입했다. 인내 끝에 이룬 성공 사례 중에는 배틀로얄 게임 'PUBG:배틀그라운드'로 전 세계 게이머들을 사로잡은 게임사 '크래프톤' 등이 있다.
모태펀드가 이룬 영화산업의 성공은 막대한 수익 회수로 이어져 새 창작물을 만드는 재원으로 다시 투입된다. 크래프톤의 성공으로 회수된 이익 역시 다시 수많은 게임사에 투입돼 제2의 배틀그라운드를 만드는 데 쓰인다.
'왕사남'과 '크래프톤'을 뒷받침한 모태펀드 문화·영화계정은 모태펀드 전체 출자 분야 중 중소벤처기업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대한민국의 전략 자산인 '문화'를 국가적 차원에서 보호하고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영화와 같은 문화 산업은 초기 투자부터 성과까지 긴 호흡이 필요한 분야"라며 "모태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지속함으로써 침체된 산업을 다시 일으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