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신임 한국벤처투자 대표에게 거는 기대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5.05.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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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가 이대희 전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조정실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1년6개월여 동안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 한국벤처투자의 대표직이 채워짐에 따라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선 신임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지금 한국벤처투자는 10조원 규모 모태펀드의 미래를 결정하고, 기관 안팎의 불신을 씻어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모태펀드의 중장기 운용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현행 벤처기업특별법에 따르면 모태펀드는 2035년까지만 존속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일반적으로 모태펀드의 출자를 통해 조성되는 자펀드는 만기가 8년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2028년 이후부터는 사실상 새로운 출자가 어려워진다. 자펀드의 만기 이전에 모태펀드가 청산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지난해부터 국회 등을 중심으로 모태펀드의 역할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표의 부재, 비상계엄, 탄핵 등 정치적 변수들로 인해 관련 논의는 본격화하지 못했다.

한국벤처투자가 직면한 또 하나의 과제는 누적된 업계의 불신을 해소하는 일이다. 역대 대표 중 다수는 '보은성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고 일부는 투자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나 '문화계 블랙리스트' 같은 정치적 논란에 연루된 의혹까지 제기되며 신뢰에 타격을 입혔다.

다행히 그간 쌓아올린 출자시스템들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한국벤처투자의 모태펀드 출자사업 자체는 큰 사고 없이 유지됐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유지 차원을 넘어 한국벤처투자가 명확한 비전을 토대로 모태펀드 역할 재정립과 같은 중장기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치권과의 연결고리가 드러나지 않은 관료 출신 이대희 신임 대표는 다행히 전임자들과 같은 논란에선 자유로울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 대표 선임은 '알박기 인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이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치권 인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인사의 시기적 맥락에서 비롯된 적절성 논란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논란을 잠재울 유일한 해법은 결국 실력이다. 신임 대표가 전문성과 리더십으로 모태펀드의 미래를 현명한 방향으로 이끌고 한국벤처투자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성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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