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만으론 지속가능성 한계…'모험자본' 투자 본능 깨워야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5.05.1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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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cy2.0-기로에 선 모태펀드]④

[편집자주] 선거는 정책 경쟁의 장(場)이다. 미뤄왔던 정책 과제들이 쏟아진다. 정책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한민국 '1.0'에서 '2.0'으로 가는 과정이다. 미뤄왔던 정책 과제를 이슈별로 살펴본다. 이 같은 정책 과제를 'Policy(정책) 2.0'으로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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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
/그래픽=이지혜
한국 벤처투자 시장 성장의 중심에는 모태펀드가 있었다. 벤처투자 시장을 이끌어온 모태펀드의 역할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속 가능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선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중심의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주도의 벤처투자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핵심 대안으로는 △민간 벤처모펀드 활성화 △연기금·퇴직연금 등 기관투자자 역할 강화 △회수(엑싯) 시장 활성화 △정책자금의 역할 재정립 △벤처대출과 같은 다양한 금융상품 도입 등이 꼽힌다.

우선 민간 벤처모펀드는 2023년 3월 '벤처투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같은해 10월 시행되면서 제도화가 이뤄졌다. 민간 벤처모펀드는 민간 재원으로 벤처펀드에 대한 간접·분산 출자를 통해 안정성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등 글로벌 벤처 선진국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민간이 주도하는 모펀드 조성 사례가 거의 없었다. 이번 제도화를 통해 민간 벤처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기틀이 마련됐다.

법 개정에 따라 대규모 펀드 운용 경험과 출자자 모집 능력을 보유한 창업투자회사, 신기술금융업자, 일정 요건을 갖춘 자산운용사 등은 민간 벤처모펀드 단독 운용이 가능하다. 자산운용사·증권회사는 창업투자회사 등과 공동 운용할 수 있다.

법 시행 4개월 만인 지난해 2월 하나금융그룹이 첫 번째로 펀드를 조성하면서 본격적인 민간 벤처모펀드 시대 개막을 알렸다. 1000억원 규모로 결성이 완료됐으며 하나금융이 100% 출자했다.

하지만 추가적인 제도 개선도 필요해 보인다. 벤처투자 업계 관계자는 "민간 모펀드가 더 활성화되려면 출자·회수 단계에서의 세제 혜택, 운용사에 대한 인센티브 등 다양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일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민간 자금을 공모해 자산의 40% 이상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공모·상장형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의 도입도 거론된다. BDC는 금융위원회가 2018년 도입 논의를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제도화에 이르진 못했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정책 모펀드나 민간 벤처모펀드는 일반인 자금이 유입되기 어렵고 회수도 어려운 구조"라며 모펀드형 BDC는 중위험·중수익 투자 수단 창출을 통해 민간투자를 극대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투자는 결국 회수로 완성"…회수시장 활성화 과제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
/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
민간 중심의 투자 전환과 관련해 대표적 연기금의 하나인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도 화두다. 퇴직연금의 경우 퇴직연금감독규정 제9조에 따라 비상장 주식 투자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이 2.07%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벤처 투자와 같은 고수익 투자 자산 편입을 통해 수익률 개선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에서는 이미 9개 연기금이 2030년까지 퇴직연금 자산의 5%를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했으며, 미국 역시 '401(k)'와 같은 퇴직연금 제도를 통해 비상장 주식 투자가 활발하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는 "해외 퇴직연금들도 벤처투자에 적극적인 정책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도 퇴직자 노후 자산의 보다 높은 수익률을 위해서도, 미래 성장동력인 벤처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퇴직연금의 벤처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투자업계는 민간 자본의 유입 확대만큼 엑싯 시장의 활성화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투자한 자금이 IPO(기업공개)나 M&A(인수합병) 같은 경로를 통해 원활하게 회수돼야 다시 새로운 혁신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 선순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VC 업계 관계자는 "이것이야말로 민간 자본이 스스로 성장하는 생태계의 핵심 동력"이라며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져야 재투자가 가능하고 민간 자본의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투자는 결국 회수를 해야 완성이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태펀드와 같은 정책 자금은 역할의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민간이 투자를 망설이는 극초기 기업이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 당장 시장성은 없지만 미래를 위해 필요한 딥테크 분야 등에서 시장의 빈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벤처대출'(Venture Debt)을 활성화하는 것도 스타트업 입장에선 공공의 힘을 빌리지 않고 민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구글, 페이스북,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등 해외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방법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나수미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중은행이 벤처기업에 대출하는 시장이 한국에 발생하기 위해선 금융 공기관이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민간 상업은행이 뛰어들 수 있는 유인 구조와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벤처대출 성공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은행과 VC의 협업 관계 구축이다. 은행-VC 협업구조 하에서 은행은 투자자의 관점을 지녀야 하는 벤처대출 실행을 위한 역량을 강화해 나갈 수 있다"며 "정부는 이러한 협업 관계에 대한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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