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투자자 뇌리에 박히는 데모데이 피치의 정석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대표 기사 입력 2024.04.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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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 김호민 스파크랩 대표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 대표/사진=스파크랩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 대표/사진=스파크랩
"스파크랩은 도대체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데모데이 피치를 어떻게 준비하나요?"

지난 11년 동안 총 21회의 데모데이를 개최하면서 빠지지 않고 듣는 질문이다. 스파크랩은 1년에 두 번 초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 기수마다 약 16주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국내 주요 투자자 앞에서 진행되는 비공개 데모데이로 마무리된다.

스파크랩은 데모데이 피치의 효율 극대화를 위해 고유의 공식을 구축해냈다. 단 5분만에 투자자의 머릿 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후속 미팅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사의 데모데이 피치를 돕고 있다. 일각에서는 '스파크랩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데모데이 피치가 정형화돼 있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그만큼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데모데이 피치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미팅을 잡기 위해 매우 한정된 시간을 할애해 진행하는 발표다. 스파크랩 피치는 공략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비롯해 △성장률 △현존하는 문제점 △이에 대한 솔루션 △정량적인 지표 △솔루션 △앞으로의 계획 및 예상 성장률 △팀의 구성 △비전 등 총 8가지 핵심요소로 구성된다. 이 8가지 포인트를 5분안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게 목표다.

8가지 요소에 대한 답변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본격적으로 첫 번째 단계로 발표 대본을 작성하게 된다. 이때 대본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소위 말하는 TMI(Too Much Information, 너무 많은 정보)와 자료 재활용이다. 데모데이 피치는 투자자로 하여금 그 자리에서 자사의 사업에 대한 모든 이해와 투자 결정을 이끌어내는 단계가 아니다.

데모데이 피치를 본 후 좀 더 넉넉한 시간을 갖고, 더 많은 디테일을 논할 수 있는 IR 미팅을 유도해내는 게 핵심이다. 그런데 데모데이 피치를 통해 너무 많은 정보를 쏟아 부으려는 창업자들이 많다. 이는 오히려 사업에 대한 이해도를 떨어뜨린다. 또한 많은 회사들이 기존에 만들어 둔 IR 자료나 정부 과제를 위해 작성한 제출 서류 등을 재활용한다. 이 역시도 TMI로 이어진다.

핵심 8가지 요소를 5분 분량의 스크립트로 작성하면 보통 폰트 사이즈 12를 기준으로 A4 한장 반 정도의 양이 나온다. 직접 준비해보면 자료를 길게 만드는 것보다 핵심만 남겨 간결하게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작업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작업은 창업자에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본질에 치열하게 파고들 수 있도록 하는 값진 경험을 선사한다.

스크립트가 완성되면 슬라이드(Pitch deck, 피치덱) 작업에 들어간다. 슬라이드 제작의 첫 번째 공식은 매우 간단하다. 바로 '한 슬라이드 당 한 가지 포인트만을 전달한다'이다. 투자자를 설득하고자 하는 욕심에 한 페이지에 많은 데이터와 자료를 욱여 넣으면 안된다. 화려한 동영상이나 애니메이션 효과도 금물이다. 피치덱은 발표를 거들 뿐이지 주인공이 돼서는 안된다.

두 번째 공식은 '한 슬라이드 당 발표는 10초' 공식이다. 우스갯소리로 '데모데이 피치의 가장 큰 적은 카카오톡'이라는 말이 있다. 듣는 사람이 지루함을 느껴 카카오톡을 여는 순간 그 발표 준비에 쏟은 노력은 물거품이 돼버린다는 의미다. 지속적인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스파크랩은 슬라이드 한 장의 발표 시간이 10초를 넘기지 않도록 자료를 준비한다. 총 300초라면 총 슬라이드 수는 30장을 준비하는 것이다.

대본과 피치덱 준비가 완료되면 그 이후는 모두 연습에 달렸다. 단순히 대본을 외우는 데서 나아가 슬라이드를 넘기는 타이밍까지 완벽하게 맞춘다. 수십번 연습을 반복하며 대본을 발표자의 것으로 만들어야만 행사 당일 자신감이 묻어나는 피치를 할 수 있다.

데모데이 피치의 공식은 간단해 보이지만, 준비하다 보면 정말 쉽지 않게 느껴질 것이다. 스타트업의 성공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는 놀랍게도 '타이밍'이다. 기회가 왔을 때 잡는 이들만이 급류를 타고 신속히 다음 성장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많은 스타트업들이 회사의 사활이 걸린 투자 유치 기회가 찾아왔을 때 꽉 잡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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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호민 스파크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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