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기술 홍수 시대에 필요한 혁신의 나침반

윤지환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기사 입력 2024.04.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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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현대 사회는 바야흐로 기술의 홍수 시대이다. 특히 요즘 AI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지대하다. AI는 단순히 정보 검색에 도움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창의력을 대체하며 예술·문화의 영역마저 파고들어 삶의 양식 곳곳에 급속도로 영향을 주고 있다. 스타트업을 비롯해 대기업·중견·중소기업 모두 AI가 각자의 사업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AI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2016년 바둑으로 인간을 능가한 알파고(AlphaGo)의 등장 때 컸다가 지난 몇 년 동안 소강상태였다. 그러다 2023년 생성형 AI의 일종인 ChatGPT(대화 기반 언어 생성형 AI)의 강렬한 등장으로 인해 급속도로 커졌다.

지난 소강상태 기간 AI 말고도 다양한 기술들이 주목받았으나 관심은 이내 빠른 속도로 다른 기술로 옮겨졌다. 2020년에서 2022년 초반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한 거리두기가 한창이었다. 이때 전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던 기술은 백신 개발을 비롯한 바이오·제약과 원격 화상회의 기술이었다.

따지고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AI를 비롯한 너무나 많은 기술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오고 사람들의 관심은 이 기술에서 저 기술로 옮겨갔다. 그에 따라 변해야 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강박감도 커져갔지만 과연 어떠한 기술에 집중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지 의문도 커졌다.

우리 삶이 여러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크게 바뀔 것은 확실하지만 이렇게 많은 기술 중에 과연 어떤 기술이 어떠한 방식으로 우리 삶에 어떻게 영향을 줄 지는 여전히 불확실하기에 두려움을 느낄 만하다. 이처럼 AI를 비롯해 날마다 새 기술이 쏟아지는 '기술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나침반은 무엇일까.

새로운 기술의 소식에 매몰돼 첨단기술 개발에만 매달려서는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AI를 비롯한 많은 기술들은 결국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혁신이 지향하는 바는 사람들이 살아가며 겪는 다양한 문제에 초점을 두고, 그것을 해결할 기술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발·적용하는 것이다.

물론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 적응하기 힘들면 때로는 위협을 느낄 수 있다. 사용하는 사람이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해로운 결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어떻게 쓸지는 결국 사용 주체인 사람의 의지에 달렸다는 점이다. 칼은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데 쓰이기도 하지만 살상용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양날의 검'이라는 표현이 존재한다.

즉 객관적인 기술에 주관적인 가치를 부여해 개발하거나 이를 도입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기술을 통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구현하고, 이를 이용하는 주체 또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기술보다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자세는 변화하는 세상을 예의주시하고 문제를 세심히 관찰해 그것을 해결하는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다. 일례로 과거의 목장주라면 젖소의 안위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우유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에 투자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목장주라면 좀 더 건강한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젖소의 컨디션까지 챙기는 기술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변화하는 시대에 사람들이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는지 파악하고 그에 적절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이다. 기술의 홍수 시대일수록 사람들이 살며 겪는 다양한 문제를 찾아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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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윤지환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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