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스타트업 투자계약서 과연 불공정 계약일까

최철민 최앤리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기사 입력 2024.03.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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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벤처캐피탈(VC) 투자계약을 처음 보는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계약을 대등한 당사자 간의 합의 내용을 담는 법적 문서라고 했을 때 VC 투자계약에 담긴 내용은 너무 불공정해 보이기 때문이다. 일반인 뿐만이 아니다. VC 투자계약을 처음 보는 변호사도 마찬가지다.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 드디어 VC로부터 고대하던 첫 투자를 받게 된 A 회사가 있었다. 그러나 A 회사 대표가 투자계약을 검토하기엔 생소한 용어들이 너무 많고, 얼핏 봐도 불리한 내용이 가득해 보였다. 마침 친적 중 검사 출신 변호사가 있어 돈도 아낄 겸 검토를 부탁했다.

변호사는 조카를 위해 진심을 다해 검토를 해줬다. A 회사와 대표 입장에서 불리한 내용들을 전부 빨간펜으로 긋고 최대한 공정한 내용으로 수정했다. B대표는 든든한 결과물을 갖고 투자사에게 이렇게 우리 변호사가 검토 수정해줬으니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투자자는 노발대발했다. 투자 의사를 철회한다고까지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VC 투자계약에서 중요한 2가지 업계 관행과 협상력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초기 스타트업은 아직 이렇다할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재무적 수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투자자는 해당 회사의 아이템, 시장성도 보지만 무엇보다 회사와 팀(창업자)의 문제해결 능력, 인성, 기술력, 경력 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한다. 그리고 그 신뢰는 오로지 투자계약으로 담보된다.

투자자는 투자를 통해 보통 5~15%정도 지분을 획득한다. 그 정도 소수 지분으로는 경영권 행사를 할 수도 없고, 투자자는 외부인이기 때문에 회사 업무를 세세하게 관찰할 수도 없다. 투자자가 기댈 안전장치는 오직 투자계약 밖에 없는 것이다.

투자자는 돈줄이다. 돈이 필요한 것은 피투사자와 대표이다. 이 때문에 VC 투자계약의 운동장은 투자자에게 한껏 기울여져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협상력의 차이가 발생한다. 투자자는 원하는 투자계약 내용대로 회사가 수용하지 않으면 투자의사를 철회하면 그만이다.

간혹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시리즈A, B 정도의 스타 스타트업이 투자유치를 할 때다. 이때는 VC들이 너도나도 투자하고 싶어서 줄을 선다. 리드 투자자와 회사에게 투자할 기회을 달라고 물밑 작업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런 땐 운동장이 피투자자 측으로 확 기운다.

이때 피투자사와 대표들이 참고해야 할 두 가지 팁이 있다. 우선 동의권과 협의권을 잘 사용하는 것이다. 주주총회에서 동의권은 사실상 거부권 의미를 갖는다. 반면 협의권은 사전에 투자자와 협의만 하면 그만이다. 주주총회에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스타트업 쪽의 협상력이 높다면 협의권으로 두는 시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음은 주식매수청구권이다. VC 투자계약에서 가장 주의 깊게 들여다 봐야하는 조항이다.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에는 이를 행사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된다. 해당 내용을 창업자가 위반했을 때 투자자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창업자 개인이 투자금과 이자로 투자자의 주식매수청구권을 전부 사줘야 할 수 있다. 자금력이 없는 창업자는 결국 파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주식매수청구권에서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창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 여부다. 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이 발동하는 내용을 창업자가 고의적으로 어겼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어떤 위반 사유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이어지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

스타트업은 VC 투자계약서가 기본적으로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쓰인 계약서라는 점은 이해해야 한다. 그 뒤에 자신의 협상력이 어느정도 일지 파악한 다음 업계 관행을 잘 아는 전문가와 투자계약을 다뤄야 한다. 과거에 비해 창업자 친화적인 투자계약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창업자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돈으로 사업을 한다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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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최철민 최앤리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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