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대출 원조' SVB 파산했지만…정부 "벤처대출 도입 추진"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3.03.1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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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SVB, 벤처대출 때문에 파산한 것 아냐"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서 한 남성이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AP=뉴시스
13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서 한 남성이 기자들과 얘기하고 있다. /AP=뉴시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도 정부가 실리콘밸리식 투자조건부 융자(벤처대출)제도 도입을 계속 추진한다. 투자 한파로 자금줄이 마른 벤처·스타트업에 자금공급 수단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해당 제도가 SVB의 부실에 영향을 미쳤던 만큼 제도를 신설한다고 해도 금융권이 이를 적극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15일 중소벤처기업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벤처대출은 은행이 담보력이 부족한 벤처·스타트업에 저리로 융자를 해주는 대신 후속투자 유치 시 대출금과 함께 소액의 지분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융자상품이다. 전환사채나 상환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융자를 지원하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투융자복합금융보다는 안전성이 높다는 평가다.

중기부는 2021년부터 벤처대출의 국내 도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방안'을 통해 벤처대출의 도입에 속도를 내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관련 법안(벤처투자촉진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벤처대출의 주체는 일반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며 대상은 비상장법인이다.

중기부는 SVB 파산의 주요 원인이 벤처대출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실제 SVB의 대출 중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대출은 23.5% 수준으로 전해진다. 중기부 관계자는 "SVB 파산의 원인은 벤처대출 상품의 부실 때문이 아니라 금리상승에 따른 뱅크런"이라며 "벤처대출의 필요성은 여전한 만큼 제도 추진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벤처대출이 도입된다고 해도 국책은행을 제외한 일반은행들이 해당 상품을 적극 활용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벤처대출을 받은 스타트업이 후속투자를 유치해야 금융기관이 대출금과 약속한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데 벤처투자가 위축되면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벤처시장연구원 관계자는 "SVB 파산으로 벤처대출이 인플레이션에 취약하다는게 드러났고 시장에서도 이를 명확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대출 상품구조를 더욱 정교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벤처투자 벤처금융연구소 관계자는 "벤처대출을 도입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은행의 재무건전성 측정 시 신주인수권에 대한 판단 등 아직 제도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태"라며 "SVB 파산을 계기로 벤처대출 설계를 정교화하는 등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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