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언젠가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세상을 완전히 바꿀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전부터 꿈꿔온 일을 이제야 제대로 시작한 셈입니다."
수아랩을 매각하며 국내 기술 스타트업 최대규모의 M&A(인수합병) 기록을 세웠던 송기영 대표가 다시 창업 전선에 복귀했다. 그가 2013년 창업한 수아랩은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제조 현장에서 제품의 불량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AI 머신비전' 전문기업이다.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9년 미국 코그넥스에 약 2300억원(1억9500만달러)에 인수됐다.
송 대표는 수아랩 매각 이후 4년간의 의무 재직기간 중 늘 꿈꿔왔던 AI와 로봇 분야로 재창업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코그넥스에서의 의무재직 기간을 마치자마자 그는 홀리데이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송 대표는 "수아랩에서 산업용 AI의 가능성을 봤다면 이제는 그 지능을 물리적 공간에서 구현하는 '움직이는 지능'에 도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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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의존 벗어나 스스로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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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로보틱스가 주력하는 분야는 '이동형 매니퓰레이터(Mobile Manipulator)'다. 바닥에 고정된 로봇과 달리 사람처럼 이동하면서 물건을 집고 나르는 능력을 가진 로봇을 말한다.
홀리데이로보틱스의 기술적 차별점은 학습 방식이다. 기존 로봇 업계의 주류인 '모방 학습(Imitation Learning)'은 사람이 로봇을 직접 조종해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따라 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하지만 데이터 수집에 비용이 많이 들고, 학습하지 않은 돌발 상황에는 대처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는 대안으로 '시뮬레이션 기반 강화학습'을 택했다. 송 대표는 "알파고 제로가 기보 없이 스스로 바둑을 익혔듯 로봇이 현실과 똑같은 가상 환경(시뮬레이터)에서 수만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스스로 움직임을 학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전체 개발인력의 절반 이상을 시뮬레이터 전문가로 채웠다.
로봇의 제어구조도 차별화했다. 최근 유행하는 'VLA(Vision-Language-Action)' 모델 대신 독자적인 'VLS(Vision-Language-Skill)' 모델을 개발 중이다. 사고와 행동을 분리한 것이 핵심이다.
송 대표는 "병에 물을 따를 때 '어디에 부을지'는 시각정보모델(Vision)이 판단하고, '어떤 힘과 각도로 기울일지'는 별도의 운동신경(Skill)이 담당하는 식"이라며 "이렇게 해야 로봇이 다양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순응형 매니퓰레이터'라고 부른다. 사람의 발이 지면 상태를 느끼며 걷듯 로봇의 팔이 물체의 강도나 충격을 감지해 힘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홀리데이로보틱스 개요/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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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가 곧 진입장벽"…생태계 선점으로 글로벌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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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전략은 생태계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직접 공장에 들어가 로봇을 설치해주는 SI(시스템 통합) 사업을 하기보다는 기존 SI 업체들에 누구나 쉽게 제어할 수 있는 로봇과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B2B 전략을 택했다.
송 대표는 "우리의 소프트웨어와 UX(사용자 경험)에 익숙해진 SI 업체가 많아질수록 이 생태계 자체가 후발주자에게는 강력한 진입장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로드맵도 내놓았다. 현재 국내 주요 제조업체와 로봇 물류창고 도입을 위한 PoC(개념 증명)를 진행 중이며,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 파일럿 공장에서 연간 100대 생산을 시작으로 2026년 1000대, 2027년 1만대 양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수아랩은 글로벌 기업에 매각됐지만 홀리데이로보틱스의 방향성은 다르다. 송 대표는 "휴머노이드 시장은 자동차 산업보다 크고 스마트폰과 AI를 합친 것보다 거대한 시장이 될 것"이라며 "이번엔 단기 매각이 아닌 기업공개(IPO)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명인 '홀리데이(Holiday)'에는 회사의 비전이 담겨있다. 로봇이 반복적인 노동을 대신해 인류에게 더 많은 '휴일'을 주겠다는 의미다. 송 대표는 "세계 최초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질적으로 상용화해 로봇이 산업현장을 바꾸는 과정을 직접 증명하겠다"고 말했다. 홀리데이로보틱스가 자체 기술로 설계한 휴머노이드 로봇 '프라이데이' /사진=홀리데이로보틱스 영상 갈무리[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