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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리(한국명 이정인) 클루엘리(Cluely) 대표가 2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웨스트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5'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최태범 기자전세계 창업자·투자자를 비롯해 각 산업 분야의 기술 전문가 등 1만여명의 리더들이 총집결하는 글로벌 스타트업 콘퍼런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2025'에 나타난 한국인 20대 청년 창업자로 인해 행사장이 들썩였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웨스트에서 열린 디스럽트의 마지막 날 연사로 로이 리(한국명 이정인) 클루엘리(Cluely) 대표가 등장하면서다. 리 대표는 직접 개발한 AI 도구로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 면접을 통과해 실리콘밸리를 발칵 뒤집었던 인물이다.
컬럼비아대 컴퓨터공학과 2학년 학생이던 그는 지난 2월 자신이 만든 AI 도구 '인터뷰 코더'를 활용해 아마존과 메타 등의 개발자 인턴십 면접을 통과했다. 이 도구는 코딩 면접 시 AI를 통해 면접관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상태에서 실시간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리 대표는 아마존 면접 과정을 촬영해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고 큰 화제를 모았다. 현재 영상은 삭제됐으나 당시 10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아마존은 대학 측에 그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고, 대학이 1년 정학 처분을 내리자 리 대표는 학교를 그만뒀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에서 클루엘리를 창업한 리 대표는 시험이나 면접, 영업, 회의 등 다양한 상황에서 속임수를 쓸 수 있게 도와주는 AI 도구를 개발했다. 제품을 홍보하는 슬로건은 '모든 것을 속여라(Cheat on everything)'였다.
클루엘리는 지난 4월 530만달러(약 75억원)의 시드투자를 받은데 이어 두 달 만인 지난 6월 세계 최대 규모의 VC(벤처캐피탈)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 주도로 1500만달러(약 213억원)의 시리즈A 투자도 유치했다.
어엿한 스타트업으로서의 성장 트랙을 밟게 되면서 자극적이었던 초기 슬로건은 현재 '미팅을 위한 AI 에이전트'로 무난하게 바뀌었다. 부정행위 조장 논란이 있었지만 이를 오히려 성장 동력을 활용하며, 현재 실리콘밸리 신세대 창업자의 대표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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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제품 없어서가 아니라 이용자에게 안보여서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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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리(한국명 이정인) 클루엘리(Cluely)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리 대표는 이날 디스럽트 발표 세션에서 "SNS(소셜미디어)는 모든 것을 극단화시켰기 때문에 눈에 띄려면 매우 달라야 한다"며 "진정성이 있으면서 보수적이지 않고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귀띔했다.
마케팅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뉜다는 분석이다. 그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아이디어를 심는 것(상위 유입)과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메시지(하위 유입)가 모두 필요하다"며 "특히 하위 유입이 성공하려면 실제로 작동하는 제품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대표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제품이 없어서 죽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들에게 보이지 않기 때문에, 즉 돈을 찾지 못해서 죽는다"며 "딥테크 분야가 아니라면 유통 채널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개발에 능숙한 사람은 유머 감각이나 콘텐츠 제작 능력이 부족해 바이럴(자연스럽게 알려짐) 될 기회가 거의 없다"며 "제품 개발에 집중하기보다 미스터 비스트(구독자 전세계 1위 유튜버)처럼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 모멘텀을 구축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용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제품은 결국 다른 경쟁자들에게 압도당하게 될 것"이라며 "눈에 띄려면 매우 다르고 훨씬 더 미쳐야 한다. 충분한 초기 사용자를 확보하면 이들이 파워 유저가 되어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최적의 사용 사례도 찾아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