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형 '소버린AI'의 방향을 가늠할 AI 개발 프로젝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이 첫 발을 뗐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 학계와 연구계가 몰려든 가운데 누가 소버린AI 시대를 이끌 '국가대표 AI 기업'이 될지를 두고 시선이 쏠린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지원한 주요 컨소시엄 현황/그래픽=이지혜우리나라의 '소버린 AI(인공지능)'을 정의할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는 최대 5팀의 정예팀이 선정된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 학계 등 쟁쟁한 컨소시엄이 참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프롬 스크래치(모델 구축의 첫 단계부터 끝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것) 기술력 △실 사용 기반의 서비스 경험 △오픈소스 공개 범위 등이 승부를 가르는 주요 평가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체 개발 LLM을 보유한 국내 주요 통신사·플랫폼 기업 3곳, 스타트업 및 학계 2곳이 선정될 것이란 업계 전망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SKT(SK텔레콤(55,900원 ▼100 -0.18%))는 자체 개발한 LLM '에이닷 엑스'를 앞세워 도전한다. SKT는 국내외 AI 기술이 무르익지 않은 2018년부터 한국어 기반 AI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이달 중 프롬 스크래치 방식으로 개발한 '에이닷 엑스 3.1 34B'(매개변수 340억개)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국내서 이정도 규모의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는건 SKT가 처음이다.
SKT의 동맹군으로 크래프톤과 라이너, 리벨리온, 셀렉트스타, 포티투닷 등 AI 스타트업이 합류한다. 크래프톤과는 게임 및 피지컬AI 개발을, 리벨리온과는 AI 인프라 구축, 포티투닷과 함께 AI 모빌리티 사업까지 확장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계 1000만명 이상 사용자를 확보한 AI 검색 서비스 라이너와는 글로벌 경쟁력과 시장성을 확보해 시너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서울대, KAIST(카이스트) 연구실도 컨소시엄에 합류한다.
의료 AI 기업 루닛(48,650원 ▼100 -0.21%)도 주목을 받고 있다. 루닛은 트릴리온랩스와 카카오헬스케어, 건강보험공단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렸다. 한국어 특화 LLM을 개발한 트릴리온랩스와 손잡고 범용 LLM과 더불어 의료 특화 LLM 모델을 개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인프라 기업 '모레' 자회사 '모티프테크놀로지스'는 서울대, KAIST 연구실을 비롯해 다수 기업 및 공공기관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코난테크놀로지(34,000원 ▲800 +2.41%)도 사이냅소프트(14,360원 ▲30 +0.21%), 알체라(3,065원 ▼100 -3.16%), 페블러스 등 스타트업 3곳과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KAIST 등 대학 4곳 포함 총 8개 기관과 손을 잡았다.
학계에서는 KAIST 교수진이 미국 스탠퍼드대, 위스콘신대 소속 한국인 AI 연구팀을 비롯해 KAIST 교원 창업기업 딥오토, 컨피그인텔리전스와 컨소시엄을 꾸려 주관기업으로 출전한다. 고품질 데이터 학습 기술을 기반으로 공공서비스 및 R&D(연구·개발), AI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공공형 AI를 만든다.
이외에도 KT(56,600원 ▼600 -1.05%)(믿:음 2.0), LG(80,100원 ▼600 -0.74%) AI연구원(엑사원 4.0), NAVER(240,000원 ▼2,000 -0.83%)(하이퍼클로바), 카카오(56,900원 0.00%)(카나나), NC AI(바르코 LLM), 업스테이지(솔라 프로2) 등도 자체 LLM을 앞세워 주관 기업으로 나섰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선발 유형/그래픽=임종철
전문가들은 정량적인 벤치마크보다는 실질적인 사용자 서비스를 다수 경험해 본 컨소시엄이 유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하이퍼클로바를 자사 검색·추천 서비스에 적용해온 네이버나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설명이다. 한 과학기술계 관계자는 "자체 AI 기반 서비스를 도입해 실제 한국어권 사용자로부터 피드백을 여러 차례 받아본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강점일 것"이라고 했다.
국내 산업계에 전방위로 투입될 '한국형 AI 모델'을 만드는 정부 사업인만큼 '오픈소스 수준'도 핵심 기준이다. SKT를 비롯해 주관 기업들이 오픈소스로 AI 모델을 공개한 것도 이번 사업의 가점을 노리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완전 개방형 오픈소스를 제시한 컨소시엄이 이번 사업의 목표에 적합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완전 개방형 오픈소스는 AI가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 뿐 아니라 AI 모델의 설계, 학습 데이터까지 낱낱이 공개한 형태다.
일각에서는 기업 주도 컨소시엄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은 사업 경쟁력과 기술이 밀접하게 연계된만큼 완전 개방형 오픈소스를 추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와 중국 딥시크, 국내 LG AI연구원은 모두 '오픈 웨이트 모델'을 채택했다. 누구나 AI 모델을 내려받고 재배포할 순 있지만 AI 모델의 설계도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