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신품종 개발기간 3분의 1로 단축 "글로벌 애크테크 성장"

남미래 기자 기사 입력 2025.07.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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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 강병철 파미레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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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 파미레세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강병철 파미레세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딸기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다. 대전의 유명 베이커리 성심당에서 판매하는 '딸기시루' 케이크에는 딸기 한 박스가 통째로 들어가 매 겨울 '오픈런' 현상이 벌어진다. 5성급 호텔들도 앞다퉈 딸기를 활용한 디저트를 선보이며 '딸기 뷔페' 경쟁을 벌일 만큼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딸기를 맛보면 한국의 딸기와는 전혀 다른 맛과 식감에 놀라게 된다. 단맛이 적고 신맛이 강하며, 식감도 오이처럼 서걱거린다.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딸기를 먹고 감탄하는 모습은 방송이나 여행 콘텐츠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설향 등 한국 토종 딸기 품종의 수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AI(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든 새로운 농작물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애그테크(Agtech) 스타트업 '파미레세'다. 강병철 파미레세 대표는 "설향이 증명했듯 한국의 품종 개발 기술력은 제조업 못지않다"며 "자체 품종 개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 세계적인 애그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70년 전만 해도 토종품종 없어…韓도 농업강국"


파미레세 개요/그래픽=김지영
파미레세 개요/그래픽=김지영

파미레세는 30여 년간 고추 등 종자 연구를 이어온 강병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교수가 창업했다. 그는 나스닥 상장 바이오기업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를 창업한 서울대 후배 강정구 대표와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 강 대표는 "강정구 대표와 한국 애그테크 시장을 함께 조사하다가 국내 품종과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사업을 하자는 비전에 뜻이 맞아 공동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도 뛰어난 농업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에는 자체 딸기 품종이 없었지만 이후 개발된 '설향'은 현재 국내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다. 강 대표는 "농업기술이 낙후됐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은 1970년대 중화학 공업화 이후 비료·농약 제조 설비를 갖췄고 이를 바탕으로 종자 기술도 발전해왔다"고 말했다.

파미레세의 핵심 솔루션은 AI 기반 디지털스피드브리딩 플랫폼이다. 해당 솔루션은 약 3만개의 식물 유전자를 분석해 원하는 특성을 갖춘 품종을 빠르게 개발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원하는 품종을 개발하려면 수많은 실험과 관찰을 통해 특정 유전자를 골라야 했지만 파미레세의 솔루션은 AI를 기반으로 적합한 유전자를 골라 품종 특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신품종에 특화된 실내농업 재배 시스템도 개발해 약 10~15년 걸리던 품종 개발 기간을 약 5년으로 단축했다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AI 디지털스피드브리딩 플랫폼을 통해 개발한 농작물은 고기능성 고추와 프리미엄 딸기 품종이다. 강 대표는 "식물 유전자 중 원하는 특징을 가진 유전자를 추출해 개발하는 건 신약 개발과 유사한 확률 싸움"이라며 "AI 기반 플랫폼을 활용하면 유전자 조합 결과물을 예측·분석해 개발 속도를 높이고 성공 확률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에드워드리 식당 셰프도 반했다…美 프리미엄마켓 정조준


강병철 파미레세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강병철 파미레세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파미레세는 딸기 브랜드 '온베리즈(ON BERRIES)'로 미국 수출도 시작했다. 홍보 마케팅 목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만5000만달러(약 6000만원)을 수출했다. 뉴욕·워싱턴 등 미국 동부 고소득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시장 공략이 목표다. 유명 셰프 에드워드 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도 온베리즈를 사용하고 있다.

강 대표는 "한국 딸기는 맛은 뛰어나지만 수출 시 신선도 유지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온베리즈는 수확 후 일주일이 지나도 품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도록 설계돼 미국의 디저트 전문점,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채택되고 있다"고 전했다.

파미레세는 고추와 딸기를 시작으로 콩·옥수수·쌀 등 주요 곡물로 품종 개발을 확장할 계획이다. 신품종 농작물 수출뿐 아니라 디지털스피드브리딩 플랫폼 기술 라이선싱, 계약 재배, 품종 로열티 등 다양한 수익모델도 구상 중이다. 강 대표는 "우수한 품종 개발과 지속가능한 재배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는 애그테크 기업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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