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마음, 산업이 되다(下)
[편집자주] 과도한 경쟁이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속마음 털어놓을 곳 없는 외로움이 정신을 병들게 한다. 몸이 아플 땐 병원에 가지만 마음이 아플 땐 어찌할 지 방법을 몰랐던 사람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달라졌다. 지친 마음을 적극적으로 치유하려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병원에 가지 않고도 심리상담부터 수면관리까지 가능한 세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멘탈케어(정신건강) 산업을 짚어봤다.
라이라헬스 등 유니콘 속속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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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정신건강 관리, 이른바 멘탈케어 기업은 글로벌 스타트업 씬에서도 주요 분야로 자리하고 있다. 세계 최대규모 스타트업 행사 비바테크에 기분대응(마음챙김)을 내세운 스타트업이 당당히 기술기업으로 자리할 정도다. 글로벌 데이터 분석업체 CB인사이츠 분석 결과 6월 현재 멘탈케어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은 8곳에 이른다.
◇ '코로나블루' 극복하려 수요 증가…투자 몰려

라이라헬스는 기업과 계약, 직원들에게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B2B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알고리즘 기반 매칭을 통해 직원에게 최적의 치료사나 코치를 연결하고, 대시보드를 통해 HR(인사관리)팀이 직원 복지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성과 기반으로 과금하는 '페이 포 리절트' 방식이어서 기업의 비용부담도 낮춘다.
스프링헬스 역시 기업 고객이 구독하는 SaaS 형태다. 직원이 초기 설문 등으로 개인별 특성을 제공하면 머신러닝을 통해 코칭, 임상 치료, 약물 관리 등 가장 적합한 케어 경로를 추천하는 정밀 멘탈 헬스케어(precision mental healthcare)를 지향한다.
스프링헬스는 한국계 미국 대학생이던 에이프릴 고가 창업해 눈길을 끈다. 예일대에 다니던 고 CEO는 룸메이트가 섭식 장애로 고통받으며 힘겹게 약물치료를 하는 것을 봤다. 같은 대학 의대에서 '인공지능(AI) 머신러닝으로 적합한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논문이 나온 것을 접했다. 이에 논문 저자를 찾아가 그를 설득, 공동창업했다.

◇한국계 창업자 스프링헬스, 저소득층 지원 시티블록 등 두각
시티블록헬스는 미국 뉴욕 기반으로 탄생했다. 보험사와 제휴해 주로 저소득층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역 사회와 협력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초기 진료를 제공하는데 특히 정신건강 지원에 강점이 있다. 맞춤 헬스케어로 생긴 의료비 절감 효과를 보험사와 공유하는 비즈니스모델로 유지한다.
시티블록헬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2월, 10억달러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이 됐다. 스프링헬스는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급성장, 창업 5년만인 2021년 유니콘에 올랐다.

그로우테라피는 개인 및 소규모 클리닉을 대상으로 온라인 치료를 매칭하는 플랫폼이다. 개인 사용자와 심리상담 치료사가 주 고객이다. 치료 활동당 요금 일부를 수수료로 받아 수익을 내는 구조다. 지속가능성을 위해 양질의 치료사 네트워크 확보에 주력하는 걸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스카이퀘스트 테크놀로지의 '글로벌멘탈헬스' 보고서는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제고, 정신질환 발생률 증가 등에 따라 정부와 의료 기관은 정신건강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직장 내 정신건강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어 "(멘탈케어) 기업들은 AI 기반 진단, 맞춤형 치료, 원격 진료를 도입해 경쟁력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며 "진료비가 비싸 치료 접근성에 격차가 생기는 점은 관련 시장 성장에 숙제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흔들리는 멘탈 잡자 돈 몰렸다…투자하고 싶은 스타트업의 조건 ④ 글로벌 벤처투자업계 키워드 된 '멘탈케어'
2018년 10억달러→21년 74억달러 투자 급증
명확한 타깃·수익모델 기본, 단순 모니터링은 한계

CB인사이츠·갈렌그로스 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집계를 종합하면 2018년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수준이던 전세계 멘탈케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2021년 74억달러(약 10조원)로 7.4배 증가했다. 2022~2024년 투자규모는 20억~30억달러 안팎으로 정점을 찍었던 2021년보다는 줄었지만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시장이 커졌다.
헬스케어 전문 투자사인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의 최윤섭 대표는 "그동안 우울증이나 불안증은 일시적인 기분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관리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멘탈케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디지털 멘탈케어 플랫폼 아토머스는 시리즈B 단계까지 누적 4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하며 대표 주자로 떠올랐다. 3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와이브레인은 상장을 앞두고 있다.
오웰헬스·포티파이·블루시그넘 등 초기기업들도 10억~3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했다.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기업 다인과 멘탈케어 플랫폼 트로스트는 넛지헬스케어에 인수되며 엑시트(자금 회수)에도 성공했다.
경혜원 위벤처스 이사는 "비대면 멘탈케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관련 창업과 투자가 활발해졌다"며 "최근에는 성공적인 엑시트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하고 싶은 멘탈케어 스타트업은
투자 전문가들은 멘탈케어 스타트업의 수익화 가능성을 최우선 조건으로 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 이사는 "과거 멘탈케어 선도기업 중 수익모델 부재로 파산한 사례가 있다"며 "단기간 이용자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하기 보다는 구체적인 타깃과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순 모니터링 중심의 서비스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대표는 "수면의 질을 측정하는 서비스만으로 고객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해결책까지 제공해야 수익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술력 또한 주요 평가 요소다. 노윤아 스톤브릿지벤처스 팀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상담사 매칭 등 단순 서비스는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며 "기술 기반의 차별화된 솔루션을 갖춘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 여부도 멘탈케어 스타트업에 요구되는 필수 조건이다. 앱 기반 서비스는 이미 국경이 무너진 만큼 해외시장 진출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평가다. 최 대표는 "루티너리, 블루시그넘 등 일부 스타트업은 이미 전체 매출의 약 8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며 "기술력과 사용자 경험이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진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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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김성휘 차장 sunnykim@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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