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준렬 미스터아빠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영세한 슈퍼마켓 사장님들은 신선식품 유통을 하고 싶은데 손수 도매시장에 가서 떼오지 못했고 소농인은 농산물 판로를 더 넓히고 싶었으니 이 둘을 연결하면 뭐가 돼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전국 개인슈퍼와 100만 농가의 73%를 차지하는 소규모 농가를 이은 유통 전문 스타트업 '미스터아빠''의 창업자 서준렬 대표는 "사업 아이템을 어떻게 찾았나"란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서 대표는 GS리테일 출신으로 12년 동안의 유통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경남 창원에서 16.5㎡(5평)짜리 컨테이너를 구해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전국 5만5000여개 개인슈퍼에 신선 농산물을 공급하고 홍콩, 몽골, 우즈베키스탄, 북미, 베트남, 중국, 일본에까지 수출하는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유통망을 구축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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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유통의 촉, 유년시절 움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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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표는 현장에서 느낀 문제를 사업기회로 바꿨다. 이전 2005년 LG유통(현 GS리테일)에 공채로 입사해 슈퍼마켓 근무를 자청, 농산·축산·신선식품MD(상품기획자)와 온라인 사업기획, 마케팅까지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았다. 그는 "1지망도 슈퍼, 2지망도 슈퍼를 썼더니 인사총무팀에서 '다시 생각해봐라.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생선 머리도 자르고 닭 목도 쳐야 하는데 할 수 있겠냐는 걱정 섞인 질문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서 대표는 어릴 적 창원의 마산부림시장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외할머니와 마산어시장에서 수산 중간도매상을 하는 외할아버지를 도운 경험이 있어 자신의 적성에 잘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재직 당시 기획한 '500원 경매' 이벤트는 슈퍼마켓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켜 유통전문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이 성과로 GS리테일 본사 차별화팀의 최연소 파트리더로 발탁된 뒤 슈퍼마켓 영업지원, 브랜드 전환업무 등을 수행했다. 이 시기에 그는 소형 슈퍼마켓이 신선식품 취급률 하락으로 경쟁력을 잃은 모습을 봤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2019년 말부터 구체화해 지금의 미스터아빠의 핵심 BM(사업모델)을 완성했다.
미스터아빠는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급한 뒤 소포장해 도심 슈퍼마켓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고령화와 1~2인가구 증가, 고신선식 선호라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리며 큰 성과를 거뒀다. 서 대표는 "소비자들은 실제 필요한 양만큼의 소분상품을 제공 받고 유통점은 복잡한 포장이나 배송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신선한 상품을 진열할 수 있어 호응이 컸다"고 말했다.
특히 대형마트가 아닌 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는 골목슈퍼를 주요 채널로 삼은 게 주효했다. 서 대표는 "대형 유통망은 이미 경쟁이 포화상태였지만 소형슈퍼는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살아나고 있었다"며 "이 시장을 유통기업들이 간과해왔다"고 덧붙였다.
최근엔 이마트몽골과 상품공급 및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고 제주시 농협과 수출 총판권 협약을 맺으며 해외에도 진출했다. 서 대표는 "제주, 순천, 광탄지역 농협과 협력해 한라봉과 레드향 등 그 지역 농산물을 몽골, 홍콩, 우즈베키스탄 등에 직접 수출한다"고 말했다. 사진=미스터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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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통망 휘어잡은 비결 '물류 차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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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미스터아빠의 이런 성장이 물류시스템 차별화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를테면 10도 이하 저온 유통관리를 통한 콜드체인 등을 자체개발하는 한편 한 번의 배송으로 복수의 점포를 커버하는 시스템을 갖춰 배송효율도 높였다. 이를 통해 공급자에게 가격부담을 지우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한 구조를 확보했다. 서 대표는 "한 번의 배송으로 여러 업종의 점포를 동시에 커버해 배송단가를 확 낮췄다"고 말했다.
지난해 4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미스터아빠는 올 상반기에만 이미 전년도 매출을 넘어섰다. 올해 목표는 1000억원이다. 전국 이마트24와 갤러리아백화점 전지점, 롯데백화점 일부 지점과도 제휴, 이같은 목표를 이뤄낼 가능성을 높였다. 서 대표는 "최근 더 공격적인 확장을 위해 시리즈A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며 "NH투자증권을 주간사로 선정, 내년엔 직상장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준렬 미스터아빠 대표/사진=미스터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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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면' 같은 유통 브랜드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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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표는 미스터아빠를 단순한 유통 기업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농촌을 연결하는 사회적 인프라로 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슈퍼마켓은 지역 공동체의 유지와 재생을 위한 필수 구조로 마을의 마지막 보루"라며 "농촌 인구의 60% 이상이 고령인 상황에서 이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적절한 가격에 팔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가장 실효성 있는 지역 재생 전략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미스터아빠가 농산물 유통계의 '신라면'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대표 유통 브랜드'로 자리잡고, 나아가 해외에서도 한국 농산물 유통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신라면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