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궤도 위성의 '눈' FSM 국산화…우주광통신 시장 움켜쥔다

대전=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07.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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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권영관 인세라솔루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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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관 인세라솔루션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권영관 인세라솔루션 대표/사진=류준영 기자

"창업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때였습니다. 대기업 A사 전무님께 콜드메일을 보냈고, 바로 미팅이 성사되더니 그 자리에서 계약까지 체결했습니다. 그만큼 우리 기술이 꼭 필요한 '공백 기술'이었던 거죠."

우주산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우주광통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국내 우주 스타트업이 있다. 고속정밀조절미러(Fast Steering Mirror, FSM)를 개발한 우주 스타트업 인세라솔루션이다. FSM은 위성과 위성 간, 혹은 위성과 지상국 간의 레이저 통신을 가능하게 만드는 필수부품이다. 국내에서 FSM을 개발·공급하는 곳은 인세라솔루션이 유일하다.


우주광통신의 '눈' 역할…FSM, 나노 단위 정밀 제어 구현


FSM은 간단히 말해 '우주 속 레이저 핸들러'다. 저궤도 위성의 눈인 셈이다. 2개 또는 4개의 축에 장착된 정밀 액추에이터를 통해 나노 단위로 레이저의 방향을 조정하는 장치다. 위선 간 통신을 위해서는 수신기의 극소한 어퍼처(개구부)를 정확히 겨냥해야 한다. FSM이 없다면 이 정밀 조준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세라솔루션의 FSM 제품군/사진=인세라솔루션
인세라솔루션의 FSM 제품군/사진=인세라솔루션

인세라솔루션의 FSM은 최대 0.1마이크로라디안(urad) 단위의 미세한 각도까지 제어가 가능하다. 이는 1km 떨어진 거리에서 0.1mm를 조준할 수 있는 수준의 정밀도다. 동시에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유지한다. 진공, 급격한 고온·저온 변화, 고진동, 방사선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견디며 작동해야 하는데 인세라솔루션의 FSM은 발사 시 중력가속도 150G 이상의 충격 테스트를 통과했다.

권영관 대표는 FSM을 '위성 통신용 손떨림 방지 장치'에 비유하며 "위성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FSM이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보정함으로써 안정적인 레이저 통신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FSM은 단지 정밀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응답 속도도 빨라야 한다. 인세라솔루션은 FSM의 정밀도뿐 아니라 응답 속도까지 확보해 국내 대기업 A사와 납품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실제 통신위성 시스템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FSM을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프랑스, 독일 등 유럽 4~5곳뿐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대부분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어 양산에는 한계가 있다. 인세라솔루션은 FSM 제조에 자동화 기술을 접목시켜 대규모 양산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권 대표는 "위성 하나에 최대 8개의 FSM이 탑재된다"며 "4년 수명의 위성이 수십만 기 발사된다면 필요한 FSM은 수백만 개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SM 수요 급증…스타링크만 4만2천기 위성 예고


글로벌 FSM 시장의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대표적으로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Starlink) 프로젝트는 FSM 기반의 레이저 통신이 가능한 저궤도 위성 4만2000기를 발사할 계획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따르면 현재 가동 중인 통신 위성 수는 약 50만기, 수명은 평균 4년 수준이다. 교체 주기에 맞춰 수백만 개의 FSM이 주기적으로 필요하게 되는 셈이다. 권 대표는 "향후 FSM 수요는 수백만 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자동 양산 구조를 갖춘다면 글로벌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FSM의 가격은 1대당 8000만~1억원 수준이지만 인세라솔루션은 자동화 생산 체계 도입을 통해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FSM은 우주 분야에만 머물지 않는다. 정밀한 레이저 조준이 필요한 다양한 산업군에서도 그 수요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노광장비, 디스플레이 패터닝, 자율주행 라이다, 정밀 방산 장비 등 FSM이 접목될 수 있는 산업은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사인 ASML은 FSM을 장비에 채택하고 있다. 권 대표는 "우주용 FSM 기술은 반도체 산업에도 곧바로 접목될 수 있다"며 "레이저를 기반으로 정밀 제어하는 시스템은 공정 정밀도 향상에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마스크리스 레이저 패터닝'이 기술 트렌드로 부상 중이며, 자율주행차 라이다 시스템의 고도화도 FSM 기술의 수요를 가속화시키고 있다.



누리호 5차 발사 등 실증 돌입…'스페이스 헤리티지' 확보 나선다


인세라솔루션은 2025년 5월 예정된 누리호 5차 발사를 통해 FSM의 우주 실증 기회를 확보했다. 이번 발사에서는 국산 소재·부품의 우주환경 검증 프로그램에 따라 FSM과 전용 컨트롤러가 위성에 탑재된다.

이와 별도로 A사와 협업한 FSM은 또 다른 저궤도 위성에 탑재돼 내년 상반기 중 발사를 앞뒀다. 두 차례의 실증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인세라솔루션은 우주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한 이력을 의미하는 '스페이스 헤리티지(Space Heritage)'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글로벌 우주 시장 진출의 필수 조건으로 평가된다.

권 대표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창립 멤버이자 중형가속기 구축사업단 부단장을 지낸 핵물리학자 출신이다. 그는 "50이 되던 해, 또 한번 더 큰 도전에 나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며 "우리 기술은 우주 환경보다 더 까다로운 환경에서도 작동하던 장비 제작 경험에서 나온 것으로 우주 시장에서 충분히 승부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세라솔루션은 현재까지 총 39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으며, 내년 하반기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유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자금은 본격적인 양산 체계 구축에 투입된다. 1차 목표는 연간 100~200대 수준의 FSM 안정적 공급 체계를 확보하는 것이다. 권 대표는 "생산량은 시장 상황에 따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우주 시장뿐 아니라 지상용 고정밀 시스템 수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인프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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