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채인원 에코피스 대표 /사진=에코피스"일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수질오염이 심각해져서 먹을 물이 부족한 사태까지 발생합니다. 그러다보니 동남아에서도 로봇을 통한 수질 관리·정화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죠"
수질관리를 위한 수상 자율운항 로봇 '에코봇'을 개발한 스타트업 에코피스의 채인원 대표는 동남아시아 진출 배경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에코피스의 에코봇은 물 위를 떠다니며 수질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수상 로봇이다. 태양광 발전 모듈을 통해 스스로 충전·작동하고, 자율운항 기술로 별다른 조작 없이도 작동하게 개발된 것이 특징이다.
당초 댐·하천 등의 녹조를 제거하는 기능을 탑재한 게 시작이었지만 최근에는 기능이 대폭 추가됐다. 다양한 센서들을 통해 수질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디지털트윈으로 제공해 수질 모니터링을 지원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채 대표는 "녹조, 쓰레기, 기름 등 오염물질의 종류와 위치, 오염정도 등을 분석하고 이에 따라 적합한 정화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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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혁신상 '3관왕'…글로벌 러브콜에 해외 진출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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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보령시에서 운영 중인 에코피스의 에코봇 /사진=에코피스에코피스가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1월 CES 2024에 참가해 드론, 스마트시티, 지속가능에너지 등 3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으면서 중동, 남미, 유럽 등 해외 바이어들의 협업 문의가 이어졌다. 에코피스는 이중 UAE(아랍에미리트)의 한 유통사와 판매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시장 수요를 확인한 채 대표는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채 대표가 선택한 공략지는 동남아였다. 수질오염이 심각해 제품 수요가 크고 수출 초보 기업 입장에서도 관리가 수월하다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인 진출국은 싱가포르로 정했다. 채 대표는 "동남아 대표국이어서 안착하면 인접국에도 쉽게 진출할 수 있다"며 "AI(인공지능)·로봇 등 신기술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에코피스는 과거 UAE에 제품 수출만 했던 것과 달리 거점법인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관리하기로 했다. 싱가포르가 시장 규모가 크고, 동남아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 거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했다. 현지 거점을 통해 시장에서 요구하는 '해캄(녹조의 일종)' 제거 관련 기술을 추가로 개발할 필요도 있었다.
다만 수출 초보 기업 입장에서 무턱대고 현지법인을 설립하기엔 위험이 컸다. 사업이 주로 정부·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외국인 기업이 혼자서 성과를 내기도 쉽지 않았다. 채 대표가 선택한 건 조인트벤처(JV)다. 에코피스는 싱가포르의 액셀러레이터 겸 사업개발 기업 킬사글로벌과 JV를 설립하기로 했다. 싱가포르 정부·기관과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잠재 수요처를 발굴해주고 사업을 유지·관리하는 등 현지 영업·경영지원 등을 담당하는 기업이다.
실무절차는 정부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GDIN(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이 해외 JV 설립을 원하는 기업에 법률·회계·행정 등 실무를 지원하는 'D.N.A. 융합 제품·서비스 해외 진출 지원사업'이다. 채 대표는 "해외의 법이나 관세, 행정 절차 등에 대해선 기껏해야 챗GPT로 알아보는 게 전부였다"며 "지원사업을 통해 GDIN 측 전문가들이 법인 설립 절차, 특허 및 지식재산권 출원, 마케팅 등을 지원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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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이어 인도도 공략할 것…투자유치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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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피스 개요/그래픽=임종철올해 초 설립을 완료한 싱가포르 JV는 지난 6월 싱가포르의 랜드마크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GBTB)에서 에코봇의 시범운영 및 성능 실증을 진행했다. 현지 기관들은 실증에서 에코봇이 어디서든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을 채택해 작업반경이 넓고, 수질 정화 성능과 운행 안정성 등에서 뛰어나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채 대표는 이를 기반으로 내년부터 싱가포르 내 다른 수역으로 실증을 확대하고 본격적인 상용화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채 대표는 "실증 한 번 성공했다고 바로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실증을 진행해서 신뢰를 쌓고 납품까지 이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 에코피스는 50억원의 투자유치도 진행 중이다.
동남아 외 인도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채 대표는 인도시장 진출 역시 JV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 최근 인도의 한 기관과 JV 설립 관련 MOU(업무협약)까지 체결한 상태다. 채 대표는 "JV는 주도권을 갖고 현지 시장을 공략하면서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식"이라며 "싱가포르 JV처럼 좋은 파트너를 확보하고 지원사업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