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슬 뻔한 '녹조제거로봇'의 반전 드라마...위기 딛고 25억 뭉칫돈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4.04.02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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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제거로봇' 개발 13년차 지방 벤처 에코피스, 첫 외부투자 유치

전라북도 임실 옥정호에 설치된 자율운항 녹조제거 로봇 에코봇/사진=에코피스
전라북도 임실 옥정호에 설치된 자율운항 녹조제거 로봇 에코봇/사진=에코피스
인공지능(AI) 기반의 자율운항 녹조제거 로봇을 개발한 벤처기업 에코피스가 최근 25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2012년 에코피스 설립 이후 첫 번째 투자유치다.

에코피스는 물 위를 떠다니면서 수질을 측정하고 AI로 녹조 등 오염원을 찾아 제거하는 로봇 '에코봇'을 만든 벤처기업이다. 자율운항 시스템과 상단의 태양광 충전장치로 24시간 연속 물 위를 떠다니며 하루 1.5톤(t)의 녹조를 제거한다. 기존 유인 녹조제거선과 비슷한 처리량이지만, 사람이 필요 없고 24시간 연속 작동이 가능해 결과적으로 처리량이 많고 비용도 적게 드는 것이 특징이다.

에코피스의 시리즈A 투자를 진행한 것은 비전벤처파트너스와 기술보증기금이다. 업력 13년차 벤처기업의 첫 번째 투자 유치인데다, 광주광역시에 본사와 공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지방 벤처기업이 정식 투자라운드를 진행하지 않고도 서울의 벤처캐피탈(VC)에게 선택받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연히 발견한 알짜기업…무작정 광주 내려가 투자 설득"


이번 투자를 주도한 비전벤처파트너스 측은 우연히 뉴스를 보다 에코피스를 발견하고 채인원 대표를 설득해 투자를 했다고 밝혔다. 박세웅 비전벤처파트너스 선임심사역은 "투자할 메가트렌드를 찾으면 이에 부합하는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하고 있다"며 "에코피스는 비전벤처파트너스가 최근 집중하는 '기피업종(3D업종)의 자동화' 분야에 딱 맞는 기업이었다"고 설명했다.

루키VC인 비전벤처파트너스 입장에서 기업이 찾아오기만 기다릴 수 없고, 알려지지 않은 강소기업일 수록 잠재력 대비 저평가된 경우가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박 선임은 무작정 에코피스 본사에 연락해 채 대표와 약속을 잡고 광주로 내려갔다.

채 대표도 처음엔 당황했다. 채 대표는 "서울의 VC가 갑자기 투자하러 오겠다고 하니 처음엔 의심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속적인 미팅을 하면서 진정성을 알게됐고 투자를 유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에코피스 입장에서도 투자유치가 필요했다. 업력은 10년이 넘었지만 본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선 것은 최근이어서다. 채 대표는 "초기에는 원격조종 수질정화로봇을 만들었지만, 수요가 크지 않아 2019년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위기에 빠졌다"며 "마지막으로 완전 자동화 로봇을 개발해 시장에 안착했고 이제 본격적인 확장을 고민하고 있는 때"라고 말했다.


"해외수출·제품군 확장…스케일업 본격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행사에서 채인원 에코피스 대표(오른쪽)가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왼쪽)에게 '에코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수자원공사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행사에서 채인원 에코피스 대표(오른쪽)가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왼쪽)에게 '에코봇'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수자원공사
에코봇은 이미 대청댐, 안동댐, 낙동강 등 국내 주요 수자원시설 10여곳에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에코봇 도입을 문의해오는 지방자치단체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설치 대수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해외 시장에서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채 대표는 "CES 참가를 계기로 스페인, 브라질, 중동 지역 바이어들과 수출 계약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에코피스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으로 로봇 제품군을 본격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에코봇은 자율운항 시스템과 태양광 패널을 기본으로 '녹조제거 장치' 대신 '수질 모니터링 장치', '기름제거 장치', '수초제거 장치' 등을 덧붙일 수 있게 설계됐다. 채 대표는 "수요기관 필요에 맞게 로봇을 구성해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전벤처파트너스 측도 에코피스의 스케일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박 선임은 "사업모델의 스케일업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도 뻗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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