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 손맛 그대로 복제한 'AI 웍 로봇'…'주방 혁명' 이미 시작됐다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1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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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김민규 만다린로보틱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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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다린로보틱스 김민규 대표/사진=만다린로보틱스
만다린로보틱스 김민규 대표/사진=만다린로보틱스
"같은 메뉴인데 점심에 먹을 때와 저녁에 먹을 때 맛이 제각각이에요." 충북 충주에서 오징어·제육볶음 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이 같은 손님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적잖이 놀랐다. 한 달 매출이 1억원을 넘는 남부럽지 않은 식당이지만 문제는 '사람'이었다. 하루 종일 불 앞에서 무거운 웍을 돌리느라 직원들의 팔은 떨렸고 화상을 입는 횟수도 늘었다. 직원 채용을 해도 제대로 배우기 전에 그만두거나 정해진 레시피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해법은 뜻밖에도 '로봇'이었다. 현재 이 매장에선 사람 대신 '웍 로봇' 2대가 조리 한다. 맛은 일정해졌고, 주문이 몰리는 피크 타임에도 여유 있게 음식을 만들어 낸다. 이 웍 로봇을 만든 회사가 바로 '만다린로보틱스'다. 2018년 김민규 대표가 창업한 조리 로봇 스타트업으로, 중식 주방의 '불맛'까지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AI(인공지능) 웍 로봇으로 외식업계의 오래된 숙제를 정면 돌파하겠다"고 말했다.



트레이더·VC심사역에서 창업가로…식도락이 이끈 사업아이템


김 대표의 첫 커리어는 '요리'와는 거리가 멀다. 선물·옵션 트레이딩 회사에서 3년간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한 뒤, 벤처캐피탈(VC)로 자리를 옮겨 투자 심사를 맡았다. 그는 "시장 문제를 포착해 그에 맞는 솔루션을 가진 회사를 발굴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창업 욕구가 샘솟았다"고 회상했다.

사업 아이템은 그의 가장 큰 취미인 식도락에서 찾았다. 중국과 대만의 유명 맛집을 10차례 넘게 찾아다닐 만큼 중식 웍 요리에 깊이 빠져 있던 김 대표는 중식 프랜차이즈 사업을 검토했다. 흔한 짜장·짬뽕이 아닌, 중국 8대 요리 중 하나인 '후난(훈안) 요리'를 가정식 백반 스타일로 선보이는 콘셉트였다.

AI 웍 로봇으로 실제 요리를 만드는 모습, 주방인력은 음식재료가 잘 섞이도록 휘저어주는 일만 하면 된다/사진=류준영 기자
AI 웍 로봇으로 실제 요리를 만드는 모습, 주방인력은 음식재료가 잘 섞이도록 휘저어주는 일만 하면 된다/사진=류준영 기자
AI 웍 로봇이 1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3개 요리를 완성했다/사진=류준영 기자
AI 웍 로봇이 10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3개 요리를 완성했다/사진=류준영 기자
사업 기획 단계였던 2017년 한국 외식시장 현황을 분석했는데 유명 중식 프랜차이즈 매장은 전국을 통 틀어도 20~30개 수준이었다. 요리사 공급이 부족해 더 늘어나지 않는 구조였다. 중식 웍 요리는 강한 불과 기름, 무거운 웍, 빠른 손놀림을 요하는 고강도 노동으로 40~50대 은퇴자나 초보 창업자가 뛰어들기엔 진입 장벽이 높았다. 요리사를 구해도 인건비가 높은 데다 주방장의 영향력이 워낙 커 인력 관리가 어려웠다.

함께 일하던 벤처투자 업계 동료들도 "요식 업계의 심각한 문제"라며 "제대로 해결만하면 시장성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것이 만다린로보틱스의 시작점이 됐다.



2년 반의 연구…200가지 모션으로 '셰프의 손맛' 완성


만다린로보틱스는 반도체 장비, 수술 로봇 분야에서 28년 이상 경력을 쌓은 엔지니어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합류하면서 초기 조리 로봇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상당 부분 건너뛸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주방용'에 맞춘 구조를 설계했다"며 "충분한 토크를 확보하면서도 가격과 유지보수 측면에서 현실적인 구조를 만든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만다린로보틱스 팀은 3000여개 조리 영상을 분석해 웍 모션을 구조화했다. 필요하면 AI 영상 분석 업체에 찾아가 동작을 데이터화할 정도였다. 웍을 튕기고 흔드는 단순한 동작처럼 보이지만, 제대로 된 불맛을 내려면 재료의 종류·양·익는 정도·화력에 따라 모션이 모두 달라져야 했다. 2년 6개월간 이 같은 작업에 200여개 모션 패턴을 만들어냈다.

만다린로보틱스의 가장 큰 차별점은 '요리사의 조리법을 그대로 따르는 조리 로봇'이라는 점이다. 스마트폰으로 평소 주방장이 조리하는 모습을 촬영해 예열부터 소스 마무리까지 전 과정을 분석하는 것이 제조과정 첫 단계다. 이후 고기·야채·양념 종류와 대략적인 양, 투입 순서 등 '텍스트 레시피'를 입력하고 해당 메뉴에 맞는 웍 모션과 화력 제어 패턴을 찾아 입력해 '초기 값'을 만든다.

다음은 웍 로봇 도입을 희망하는 요식업체 관계자들이 실제 사용하는 재료를 들고 만다린로보틱스 테스트 주방을 찾아 3~5회 정도 로봇으로 요리를 만들어 보며 야채 익힘 정도, 불향 세기, 소스 농도 등을 함께 확인한다. 실제 결과물을 놓고 각도와 속도 등을 조정하면 인간 주방장 못잖은 조리 로봇이 완성된다.

만다린로보틱스는 프리시리즈A 단계로 누적 투자금은 17억원이다. 김 대표는 "본점의 맛을 균일하게 복제해 어디서든 같은 맛을 내는 것이 웍 로봇의 최대 강점"이라며 "인력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맛집 사장님들의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주문 들어온 메뉴를 선택하면 해당 요리재료와 양념이 미리 맞춰진 기준에 맞춰 나온다/사진=만다린로보틱스
주문 들어온 메뉴를 선택하면 해당 요리재료와 양념이 미리 맞춰진 기준에 맞춰 나온다/사진=만다린로보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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