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윤정호 시마크로 대표 /사진제공=시마크로"제조업 디지털전환(DX)이라고 하면 대부분 자동차나 전자처럼 조립하는 공정의 DX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제조업의 60%는 화학·바이오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공정으로 이뤄져 있죠. DX의 접근법 자체가 달라야 합니다"
윤정호 시마크로 대표는 인터뷰 내내 "제조업에는 완전히 다른 두 분류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동차·반도체처럼 물리적 구조가 있고 분해·조립이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이산제조(Discrete Manufacturing)'와 화학·바이오·식품처럼 화학적 성질·반응으로 제품을 만드는 '공정제조(Process Manufacturing)'다.
윤 대표는 "DX는 이 두 영역의 물리적 특성에 맞게 달라야 하지만 지금까지 논의는 대부분 이산제조 중심으로만 흘러왔다"며 "시마크로는 공정제조의 DX를 위한 디지털 트윈 솔루션 'PMv'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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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바이오 등 '공정제조', 시간·비용 효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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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크로의 PMv 솔루션 /사진제공=시마크로시마크로의 PMv는 현실을 3D로 변환해 나타내는 디지털 트윈 솔루션과는 거리가 멀다. 먼저 공정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센서들로부터 데이터들을 수집하고, 이를 수학적 모델과 결합해 제조 과정을 시각화하는 방식의 디지털 트윈이다.
예를 들어 밥솥에 쌀과 물을 넣고 열을 가해 밥을 짓는 과정은 일종의 공정제조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PMv는 밥솥 곳곳에 센서를 붙여 투입되는 열에너지와 밥의 완성도를 시간 단위로 측정한다. 측정값이 나온 뒤에는 이를 분석해 최적의 에너지 투입량을 계산한다.
윤 대표는 "PMv의 분석을 토대로 공정의 변수들을 조정해 품질을 고도화하는 방법, 시간과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법 등을 찾아낸다"며 "기업들은 이를 통해 제조 비용을 최소화하고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 한화솔루션, 현대오일뱅크,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공정제조 대기업들은 시마크로의 PMv를 눈여겨보고 협업을 진행했다. 구글,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도 시마크로를 협업 대상으로 선택했다. 윤 대표는 "구글 같은 IT기업들은 에너지 사용 효율화, 탄소배출 저감 등을 위해 PMv를 활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시마크로는 지난해 한국과 미국에서 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시마크로 개요/그래픽=이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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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들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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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표는 "이같은 방식으로 공정제조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개발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스펜테크, 아비바,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공정제조 과정을 설계하는 모델링 사업을 하고 있지만 데이터 기반의 효율화는 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윤 대표는 "PMv가 모델링 기업들의 설계를 효율화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가 시마크로를 창업한 것도 이런 산업계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윤 대표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넘게 아스펜테크에서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왔다. 이후 프랑스의 테크닙,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SABIC) 등 석유화학 회사에서 근무했다. 윤정호 시마크로 대표 /사진=시마크로윤 대표는 "이런 경험들로 시마크로의 PMv가 탄생했다"며 "또 이를 계기로 현재 아스펜테크 등 모델링 기업들과 밀접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마크로는 앞으로 일본과 미국, 중동 등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탄소배출 저감, 에너지 효율화 등이 화두로 떠오르고 공정제조업에서도 DX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시장이 열리고 있다는 판단이다. 윤 대표는 "공정제조 산업도 비용을 줄이는 효율화를 하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라며 "DX를 통해 공정제조 산업의 혁신을 돕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