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헬스온클라우드 공동창업자이자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동호 이사/사진=GDIN"2030년까지 100만 명 이상의 의료 인력이 충원되지 않으면 인류는 기초 의료 혜택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시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던진 경고 메시지다. 아프면 근처 병원을 찾아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 접근성을 갖춘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얘기로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 국가에선 의료 인력이나 인프라가 열악한 편이다. 병원을 가기 위해 반나절 이상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고, 의사를 만나기까지 몇 달을 기다리는 일이 흔하다.
헬스온클라우드는 이 같은 '의료 격차'에 관심을 갖고 '가상 종합대학병원'이라는 모델을 내놨다. 대학병원이 맡고 있는 진료와 의료진 교육 기능을 통째로 디지털·클라우드 기반 플랫폼 위에 구현한 개념이다. 이 가상병원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하나는 의사, 간호사를 교육하는 의학대학플랫폼 '메티스(METIS)', 실제 진료, 협진, 국제 의료 연계 등을 수행하는 디지털병원플랫폼 '큐리솔(CURESOL)'이다.
디지털 병원 플랫폼 '큐리솔(CURESOL)'/사진=헬스온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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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은 했지만, 실습은 부족"…XR·VR로 만든 '가상 병동'에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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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온클라우드는 간호 교육의 질적 격차에 주목했다. 간호대학은 300곳 가까이로 늘었지만, 졸업생의 실무 역량은 여전히 부족해 대학병원은 신입 간호사를 최소 6개월간 현장 투입하지 못하고 '관찰 교육'에 머무르게 한다. 병원은 의료사고와 소송 위험 때문에 환자를 바로 맡기지 못해 교육 부담이 커지고 있다.
헬스온클라우드 공동창업자이자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동호 이사는 "병원은 소송 리스크 때문에 신입에게 환자를 바로 맡기지 못하고, 6개월 동안 뒤에서 보기만 한다고 해서 실력이 갑자기 쌓이는 것도 아니다"라며 "안전하면서도, 실제에 가까운 실습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VR을 활용한 몰입형 XR 술기 훈련 콘텐츠/사진=헬스온클라우드헬스온클라우드는 이 문제를 XR(확장현실)·VR(가상현실) 기반 '간호술기 실습' 플랫폼으로 풀었다. 가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인젝션(주사), 모니터링, 응급처치 등을 0.1cm 단위까지 재현해 반복 훈련이 가능하다. 봉합술, 삽관술 등 모든 술기 프로토콜은 대학병원 의사와 숙련 간호사들이 직접 참여해 실제 현장 기준으로 설계했다. 이 시스템은 시간·장소 제약 없이 집이나 기숙사에서도 실습할 수 있어 교육 효율을 크게 높인다. 단순한 국내 실습 플랫폼을 넘어, 수도권-지방간호대 격차와 한국-개도국 간 의료 역량 격차를 줄이는 글로벌 솔루션으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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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병원 하나로 묶은 'SHA'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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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온클라우드가 가진 또 하나의 강점은 '스마트헬스 얼라이언스(SHA)'라는 글로벌 병원 협력망이다. SHA에는 15개국 이상에서 상위 3위권 안에 드는 대학병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 이사는 "대한항공이 스타얼라이언스에 속하면 전 세계 공항 라운지와 환승 시스템을 공유하듯, 우리가 SHA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면 참여 병원들이 동시에 검토하고 활용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얼라이언스는 헬스온클라우드에게 강력한 실증 인프라가 된다. 기존에는 의료기기 회사가 신제품을 개발하면, 단일 병원과 계약하고 임상시험을 논의하며 내부 절차를 통과하는 데만도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렸다. 게다가 국가별 규제와 병원 구조도 달라 인력·비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SHA를 기반으로 협력이 이뤄지면 한 번의 계약으로 여러 국가, 여러 병원이 동시에 실증을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기기 기업은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병원은 검증된 네트워크를 통해 신기술을 보다 빠르고 안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점이 생긴다. 콜롬비아 대통령이 헬스온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를 시연하는 모습/사진=헬스온클라우드
헬스온클라우드는 '콜롬비아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현지에서 큰 주목을 받으며, 중남미 시장 확장 전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1년 콜롬비아 대통령 방한 당시, 헬스온클라우드는 자사 메티스·큐리솔 플랫폼을 시연할 기회를 얻었고, 현장 데모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콜롬비아 정부는 '헬스케어 디지털화'를 국가 정책에 포함했으며, 헬스온클라우드를 국가 프로젝트의 주요 파트너(PI)로 선정해 2년간 디지털 헬스 혁신 사업을 함께 추진했다.
콜롬비아에서의 성공은 멕시코, 브라질 등 다른 중남미 국가로 확산됐다. 다만 국가별 법·규제 체계가 달라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었고, 헬스온클라우드는 이런 장벽을 해결하기 위해 현지 기업과 협력하는 합작회사(JV) 모델을 전략적으로 도입했다. 낯선 해외 시장에서 JV를 설립하기까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GDIN)의 지원이 결정적이었다. GDIN은 현지 법률자문, 행정 절차, 마케팅, 네트워크 인력까지 연결하며 JV 설계와 설립을 도왔다. 전 이사는 "한국에서 팀을 꾸려 직접 진행했다면 최소 2년은 걸렸을 일인데, GDIN이 현지 파트너를 잘 물색해 준 덕분에 6개월 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멕시코JV는 향후 중미·카리브해·남미 전역을 커버하는 전략 거점으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한편 헬스온클라우드는 중국에서도 JV 설립을 추진 중이며, 평안보험·평안국제병원·북경대 국제병원과 3자 MOU를 체결하고 가상 종합대학병원 모델의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