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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엘앤에스벤처캐피탈 박주영 책임심사역, 김지혜 상무, 장동식 대표 /사진=최태범 기자"엑싯(투자금 회수)한 기업들이 벤처펀드의 LP(출자자)로 참여하는 것은 투자업계에서 드문 사례다. 단순히 투자 관계를 넘어 기업의 고충을 들어주고 문제 해결을 위해 발로 뛰며, 영업을 돕는 등 매우 강한 라포르(신뢰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장동식 엘앤에스(L&S)벤처캐피탈 대표는 투자금을 회수한 넥스틴(51,800원 ▼1,000 -1.89%)을 비롯해 슈어소프트테크(5,680원 ▲260 +4.80%), 비나텍(31,450원 ▼100 -0.32%), 램테크놀러지(4,355원 ▼105 -2.35%), 티이엠씨(6,350원 ▲10 +0.16%)(TEMC), 오토앤(3,700원 ▲105 +2.92%) 등이 다시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이 조성한 펀드의 LP로 참여한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06년 설립된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은 소부장(소재·부품 장비) 분야 투자를 전문으로 한다. 특히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앞서 언급된 반도체 장비기업 넥스틴은 초기부터 증시상장 때까지 23억원을 투자해 414억원을 회수하며 18배 이상의 멀티플을 올린 대표적 포트폴리오다.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은 반도체 관련 펀드의 GP(운용사)를 3차례 맡아 성공적인 트랙 레코드(투자 실적)를 쌓아왔다. 2011년 첫 조성한 400억원 규모 펀드는 반도체 분야 투자(120억원)만으로는 멀티플 2.2배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펀드의 전체 회수금액은 590억원 수준으로 IRR(내부수익률)은 7.1%를 기록했다.
2018년과 2021년에는 한국성장금융의 출자사업에 선정돼 각각 600억원, 3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관련 펀드를 조성했다. 아직 회수·투자를 진행 중인 가운데, 두 펀드를 통해서도 높은 실적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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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 어려운 시기, 지금이 가장 좋은 투자 빈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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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지혜반도체 관련 펀드를 운용하는 핵심인력은 장동식 대표와 김지혜 상무, 박주영 책임심사역이다. 장 대표와 김 상무는 삼성전자(59,200원 ▼600 -1.00%) 반도체 부문 출신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246,000원 ▼500 -0.20%) 등 산업계와 탄탄하게 쌓아온 연결망을 바탕으로 유망 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투자하는 데 강점이 있다. 박주영 책임심사역은 PE(사모펀드)에서 경력을 시작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에 대한 투자 경력을 갖췄다.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의 투자전략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에 무게를 둔다. 투자 이후에도 기술의 사업화와 관련해 실질적인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박 책임심사역은 "엑싯(투자금 회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기업과 교류하고 서포트하는 것이 우리가 선순환을 만들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이 선호하는 기업은 △기술력 △제품력 △시장 판매 가능성이라는 3가지 축을 갖고 있는 곳이다. 아울러 전략적으로 동반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를 가진 CEO(최고경영자)나 C레벨(경영진)의 존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김 상무는 "기업의 기술력만으로는 투자하지 않는다. 기술이 원천기술이라고 해도 회사가 결국 사업을 해서 성장을 하려면 소통이 필요하다"며 "10년 이상 함께 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대표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매우 중요하게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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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 어려운 지금이 투자 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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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생성 이미지엘앤에스벤처캐피탈은 지금이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기 가장 좋은 적기라고 보고 있다. 김 상무는 "중국이 따라잡기 전에 기술 국산화로 생태계 전체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산업계 전반에 형성돼 있다"며 "반도체 산업이 어려운 시기지만, 바로 그런 시점이 가장 좋은 투자 빈티지(Vintage)"라고 했다.
빈티지란 와인 양조에 필요한 포도를 수확하는 연도를 뜻한다. 좋은 와인을 탄생시키는 제1의 조건은 원료인 포도의 품질이다. 투자업계에선 펀드가 결성된 해를 일컫는다. 언제 수확된 포도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와인 평가가 달라지듯 투자도 어느 해에 시작했는지가 중요하다.
장 대표는 "지금이 바닥이고 빈티지는 제일 좋을 때"라며 "투자해서 IPO(기업공개)가 되는 시점이 4~6년 후라고 보면 회수 시점에는 멀티플이 더 좋게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이 최근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이 진행하는 '반도체 생태계펀드(재정)' 출자 사업에 도전한 것도 이 같은 이유다. GP로 선정되면 1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정책·지정출자자(재정·산은·성장사다리·기업은행)가 850억원을 출자하고, 민간에서 350억원을 매칭하는 방식이다.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은 펀드의 성공을 위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고민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SI)를 LP로 유치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펀드의 이름에 '생태계'가 있는 만큼 단순히 투자금을 집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도체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복원에 초점을 맞추겠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다시 부흥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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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산업의 허리가 튼튼해지도록 지원하는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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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 2024’에서 한 국내 스타트업 부스에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엘앤에스벤처캐피탈은 VC업의 본질에 '공익적' 역할이 있다고 본다. 사명인 'L&S'에도 VC 업계의 '빛(Light)과 소금(Salt)'이 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빛은 새로운 지식으로서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 소금은 생기를 불어 넣겠다는 뜻을 각각 반영했다.
장 대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혁신 창업자들에게 생기를 불어넣고 계속 지원해 성공을 돕는 멘토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모든 산업의 시작은 창업부터다. 창업기업이 잘 성장해야 대한민국 산업의 허리가 튼튼해지고 그 과정에서 VC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중소형 VC들을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상무는 "대형 VC들은 연금이나 공제회로부터 쉽게 자금을 유치하지만 중소형 VC들은 펀드레이징이 어렵다. IPO 시장이 침체돼 엑싯을 못하는 곳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엘앤에스벤처캐피탈의 누적 운용자산(AUM) 규모는 7100억원으로, 빠르게 1조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장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고 창업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켜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