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C 2025]"AI 컴퓨팅 수요, 작년 예상의 100배"…딥시크 이후 시장 거품론 일축

인공지능(AI) 컴퓨팅 분야의 선두주자 엔비디아가 2028년까지 매년 차세대 AI 칩을 선보인다. AI 칩 초격차를 통해 시장 패권을 이어가겠다는 선언이다. 중국의 저비용·고성능 AI '딥시크' 충격으로 AI 거품론이 뜨거운 가운데 올해 AI에 필요한 컴퓨팅 연산량이 지난해 이맘때 예측했던 것보다 100배는 더 많다는 분석도 내놨다. AI 칩 구성에 필수적인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개발을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열린 연례개발자회의 'GTC 2025'에서 올해 하반기 출시하는 블랙웰 울트라(B300)에서 루빈, 루빈 울트라, 파이만으로 이어지는 차세대 AI 칩 로드맵을 공개했다.
지난해 출시한 블랙웰(B200)의 개량형 제품인 블랙웰 울트라는 추론 과정에서 추가 계산을 할당해 정확도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AI 데이터 처리 속도를 1.5배 끌어올린 제품이다. 2022년 출시했던 AI 칩 호퍼(H100)과 비교하면 성능이 50배 높아진다고 황 CEO는 설명했다.
내년 하반기 나올 루빈은 블랙웰에 장착한 자체 개발 CPU(중앙처리장치) 그레이스 대신 새로운 CPU '베라'를 결합해 성능을 블랙웰 울트라 대비 3.3배 더 끌어올린다. 황 CEO는 "데이터센터 기준으로 루빈은 호퍼보다 성능은 900배 향상되고 비용은 3%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2027년 루빈의 개선 제품인 '루빈 울트라'를 출시한 뒤 2028년 '파인만'이라는 코드명으로 새로운 CPU를 채택한 AI 칩을 출시할 계획이다. 황 CEO는 이날 처음으로 파인만이라는 코드명만 소개하고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HBM4E의 다음 세대 HBM이 적용되면서 칩셋 내부 대역폭 목표가 초당 3600GB(기가바이트)인 루빈을 뛰어넘을 것으로 본다.
황 CEO는 딥시크 충격 이후 업계에서 이어지는 AI 거품론과 달리 올해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도 짚었다. "올해 AI에 필요한 컴퓨팅 연산량이 1년 전 예측보다 100배 이상 많다"는 것이다. AI의 중심이 생성형에서 추론형으로 빠르게 넘어간 데다가 AI 에이전트의 도입이 확산되면서 필요한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는 설명이다.
![[새너제이=AP/뉴시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젠슨 황은 이 자리에서 2028년까지의 인공지능(AI) 칩 출시 로드맵,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한 '아이삭 그루트 N1' 플랫폼, 차세대 자동차 AI 활용 등을 공개했다. 2025.03.19.](https://thumb.mt.co.kr/06/2025/03/2025031908335185176_2.jpg/dims/optimize/?1742497855)
황 CEO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오라클 등 4대 클라우드 기업이 이전 세대인 호퍼 칩을 지난해 130만개 구매했고 올해에는 블랙웰 360만개를 구매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스케일 아웃(서버를 추가하는 수평적 확장) 이전에 스케일 업(기존 서버를 업그레이드하는 수직적 확장)을 최대한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출시 이후 시장 일각에서 설계 결함에 따른 양산 차질 우려가 불거진 블랙웰에 대해서도 "완전히 가동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엔비디아가 신형 AI칩셋 출시 로드맵을 공개하면서 국내 반도체업계에도 중장기 기대감이 이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GTC 2025에서 올 하반기 양산 예정인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HBM4'와 차세대 AI 서버용 메모리 표준 '소캠'을 처음 공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엔비디아의 추론 AI 전용 소프트웨어 '다이나모'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엔비디아의 성공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쿠다'처럼 오픈소스로 개발해 AI 생태계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각오다. 황 CEO는 "추론 AI는 일반 AI 대비 연산량이 100배 이상 필요하다"며 "다이나모를 적용하면 블랙웰로 구성한 데이터센터 성능을 30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조연설 막판 이목을 끈 것은 로봇이었다. 황 CEO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월E'를 닮은 작은 로봇과 함께 무대에 올라 "물리적(피지컬) AI와 로보틱스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향후 수조달러 규모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며 세계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용 플랫폼 '아이작 그루트 N1'를 공개했다. 황 CEO는 해당 플랫폼 개발 과정에서 월트디즈니 리서치, 구글 딥마인드 등과 협력했다고도 밝혔다.
엔비디아는 최근 칩셋 자체 성능 개선과 함께 칩간 연결성과 전력효율성 강화에 부쩍 신경쓰고 있다. 데이터센터 내 GPU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GPU 사이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높이는 것으로도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황 CEO는 이와 관련해선 대만 TSMC와 함께 세계 최초로 '실리콘 포토닉스' 기술을 상용화한 '스펙트럼-X'를 올 하반기 내놓겠다는 계획을 이날 밝혔다. 실리콘포토닉스는 컴퓨터간 통신을 전자 대신 광자로 가능케 해 전송 속도를 높이고 전력 소모를 줄이는 기술이다.
엔비디아의 야심찬 발표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차세대 칩셋 계획 외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한 언급이 부족했다는 실망감을 보였다. 황 CEO의 기조연설이 'AI 수요 증가→엔비디아 칩을 쓰면 좋은 이유'의 기존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3.43%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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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새너제이(미국)=심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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