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기 지나고, AI 유니콘 탄생"…올해 역대급 반전 창업생태계

송지유 부장,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5.12.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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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팩토리가 뽑은 '2025 스타트업씬 10대 이슈'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 스타트업 스퀘어에서 열린 청년 스타트업 상상콘서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서울=뉴스1)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 스타트업 스퀘어에서 열린 청년 스타트업 상상콘서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던 터널에 예상 외로 빨리 빛이 새어 들어왔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로 올 상반기 꽁꽁 얼어붙었던 벤처·스타트업 투자가 기대 이상의 정책 훈풍을 만나 뒤바뀌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팬데믹 유동성 장세가 끝난 뒤 긴 혹한기가 찾아왔다던 부정적인 전망도 단숨에 사그라졌다.

올해 벤처투자액이 전년 보다 증가했지만 딥테크에만 뭉칫돈이 몰리는 등 전 부문에 온기가 퍼지진 않았다. AI(인공지능) 반도체 칩을 만드는 팹리스(설계전문) 스타트업인 퓨리오사AI가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성장했다. 창업자에 대한 연대책임 논란, 일부 업체 대표의 도덕적 해이 등도 논란이 됐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가 2025년 한 해 국내 벤처·스타트업 관련 업계를 뒤흔든 주요 이슈 10개를 뽑아 정리했다.


1. 살아나는 벤처투자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그래픽=윤선정
벤처투자 및 펀드결성 동향/그래픽=윤선정
올 1~3분기 누적 벤처투자액이 9조80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조2000억원(13.9%) 늘었다. 특히 3분기 신규 투자액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단일 분기 4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늘어난 투자금이 AI·로봇 등 일부 딥테크 부문에 집중되는 등 시장 전반으로 퍼지지는 않았다. 초기 기업보다는 매출과 사업성 등이 입증된 중·후기 라운드 기업에만 자금이 쏠리는 현상도 나타났다.

최근 정부가 2030년까지 연간 벤처투자 규모를 40조원으로 확대해 AI·딥테크 스타트업 1만개와 유니콘·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비상장사) 50개를 육성하는 내용의 벤처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벤처 생태계가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 유니콘이 된 퓨리오사AI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대선 예비후보 시절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와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2025.4.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서울=뉴스1) 국회사진취재단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대선 예비후보 시절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와 대화하며 이동하고 있다. 2025.4.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퓨리오사AI가 지난 7월 유니콘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회사를 설립한 지 8년만, 글로벌 기업 메타의 1조2000억원 규모 인수합병(M&A) 제안을 공식 거절한 지 5개월만의 기록이다. AI를 국가전략사업으로 삼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1호 유니콘'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쉬운 길을 포기하고 독자 성장 전략을 택한 퓨리오사AI는 'K-딥테크' 대표주자로 떠오르며 투자업계는 물론 정치권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국내외에서 수천억원대 자금을 조달하는 한편 증시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퓨리오사AI 외에 지드래곤(GD) 소속사로 알려진 갤럭시코퍼레이션도 기업가치 1조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에 합류했다. 'K-컬처'와 기술을 결합한 엔터테크 유니콘이 최초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 창업자 연대책임 논란


/이미지=챗GPT
/이미지=챗GPT
벤처 투자사들이 스타트업 창업자에 연대책임을 묻는 소송이 잇따르면서 혼란이 확산했다. 신한캐피탈이 5억원을 투자했던 스타트업 어반베이스 창업자에 연 15% 복리로 12억원 넘는 돈을 되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는데 법원이 투자사의 손을 들어준 여운이 컸다. 폐업 또는 회생을 신청한 스타트업 창업자에 소송을 검토하는 투자사들도 늘었다.

사라진 줄 알았던 구시대적 관행인 연대책임이 독소조항으로 여전히 남아 창업활동을 저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중소벤처기업부는 VC(벤처캐피탈)뿐 아니라 AC(창업기획자), 개인투자조합에 대해서도 연대책임 부과를 금지하는 등 내용의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창업 실패가 개인 파산이 아니라 다음 도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4. 연기금 벤처투자 최초 출자


임기근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7월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89차 투자풀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임기근 기획재정부 차관이 지난 7월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제89차 투자풀운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기획재정부
모태펀드와 무역보험기금이 지난 8월 공동으로 400억원을 출자해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하며 벤처업계 숙원이던 '연기금 출자'가 첫 물꼬를 텄다. 2001년 연기금 여유 자산을 통합 운용하는 '연기금투자풀'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초의 연기금 벤처투자다. 모태펀드가 우선손실충당·초과수익이전을 비롯해 투자분야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에 집중해 온 연기금이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체투자에 관심을 보인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벤처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법정기금 범위도 확대된다. 정부가 기존 일부 기금에 한정했던 출자 근거를 국가재정법상 모든 기금으로 넓혀 연기금·공적기금 등 다양한 재정 주체가 벤처투자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5. 기업인 출신 장관, 첫 경선 협회장



(왼쪽부터)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사진=뉴스1, 머니투데이DB 갈무리
(왼쪽부터)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학균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사진=뉴스1, 머니투데이DB 갈무리
이재명 정부의 첫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1세대 IT(정보기술) 전문가이자 인터넷 업계 최초 여성 CEO(최고경영자)였던 한성숙 네이버 전 대표가 취임했다. 하마평에 올랐던 정치인이나 관료가 아니라 기업인 출신 깜짝 장관 인선에 업계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한 장관은 벤처업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주요 정책을 매끄럽게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가 1989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협회장을 선출했다. 그동안 원로들의 추대로 회장을 선출하던 관행을 깬 상징적인 행보였다. 선거에는 4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고 최종 선거는 후보 2명으로 압축해 진행됐다. 투표 결과 예상을 깨고 업계 '젊은 피' 불렸던 1972년생 김학균 퀀텀벤처스코리아 대표가 신승을 거뒀다.


6. 스타트업 창업자들 잇단 불법행위


김일두 오픈리서치 대표/사진=머니투데이 DB
김일두 오픈리서치 대표/사진=머니투데이 DB
국내 스타트업 업계가 창업자들의 잇단 불법행위로 충격에 휩싸였다. 창업 2개월 만에 유치한 100억원의 시드 투자금을 유치한 카카오브레인 대표 출신 김일두 오픈리서치 대표는 불법 도박 의혹으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시각장애인용 점자 콘텐츠 제작 사회적 기업으로 알려졌던 센시의 서인식 대표는 200억대 투자금을 횡령 후 미국으로 잠적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센시는 서 대표 개인의 횡령 의혹 규명에 협력하는 동시에 사업 운영도 지속한다는 방침이지만 운영에 차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VC 업계에선 투자심사 시 창업자의 평판 조회와 내부통제장치 마련을 우선순위로 두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7. 두나무, 네이버와 합병 빅딜


[서울=뉴시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열린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진 Npay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2025.11.27.
[서울=뉴시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열린 '네이버-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3사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진 Npay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 (사진=산업통상부 제공) 2025.11.27.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을 통해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네이버의 손자회사)로 편입하는 합병안이 공식화됐다.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약 15조원, 네이버파이낸셜은 5조원으로 평가돼 합산가치 20조원의 '메가 핀테크' 기업이 탄생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검색·쇼핑 플랫폼에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인프라를 결합해 웹3 시장을 선점하고, 두나무는 네이버의 대규모 사용자 기반과 브랜드 신뢰도를 빌려 실물 결제와 디지털 자산을 연결한 블록체인 결제 생태계 구현과 함께 글로벌 확장을 도모하려는 '윈윈'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실제 합병까지는 금융당국·공정위 심사, 주주총회 승인, 스테이블코인 사업 관련 규제 등 넘어야 할 과제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8.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 본격화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 2024'. 한국에 진출한 외국인 창업자들이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난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스티벌 '컴업(COMEUP) 2024'. 한국에 진출한 외국인 창업자들이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스타트업 코리아 특별비자(D-8-4S)' 제도가 본격화하면서 글로벌 인재 유치에 속도가 붙었다. 기존 기술창업비자(D-8-4)의 경우 학력, 지식재산권, 점수제(OASIS 프로그램) 등 정량적 요건이 까다로워 유망한 해외 창업가를 유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별비자는 D-8-4의 정량 요건을 최소화하고, 민간평가위원회의 사업성·혁신성·한국 시장 적합성 평가를 통해 중기부 추천→법무부 발급으로 간소화했다.

지방자치단체·민간 AC(액셀러레이터)도 추천서 발급에 참여해 접근성과 확장성이 크게 높아졌다. 싱가포르의 '엔트리패스'나 영국의 '이노베이터 비자'처럼 글로벌 인재들이 한국을 창업지로 선택하게 만들어 국내 스타트업 환경을 '인바운드'(외국인 창업가의 국내 유입) 중심으로 재편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9. 도마에 오른 닥터나우 방지법


닥터나우-방지법-개요/그래픽=김현정
닥터나우-방지법-개요/그래픽=김현정
닥터나우가 비대면 진료 후 약을 구하지 못하는 '약국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약품 도매상(비진약품)을 설립하자 약사 사회는 이를 '의약품 유통 시장의 독과점 및 리베이트 위험'으로 규정하며 반발했고, 국회에선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업을 겸하는 것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일명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린다. 벤처업계와 스타트업 단체들은 해당 법을 '제2의 타다금지법'에 비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합법적인 혁신 서비스를 사후 규제로 막는 선례가 반복될 경우 신산업 창업 의지와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위원들과 보건복지부의 힘을 받아 법제사법위원회 문턱까지 넘었지만 업계의 강력한 저항에 국회 본회의 상정이 연이어 보류됐다.


10. AC 벤처스튜디오 허용


지난 7월 서울 팁스타운 유니온스퀘어에서 열린 'AC의 미래! AI와 벤처스튜디오' 세미나 후 AC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지난 7월 서울 팁스타운 유니온스퀘어에서 열린 'AC의 미래! AI와 벤처스튜디오' 세미나 후 AC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그동안 AC(액셀러레이터)는 창업기획자 역할로 투자만 가능했고, 초기 기업 육성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인해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는 자회사 설립이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올해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 개정으로 AC가 직접 자회사를 설립하고 경영권을 확보하는 '컴퍼니 빌딩'의 법적 길이 열렸다. AC가 아이디어 발굴부터 팀 빌딩, 직접 창업까지 주도하는 '공동 창업자'로서 능동적 역할이 가능해진 것이다.

벤처 스튜디오는 투자와 사업 운영을 결합해 스타트업의 리스크를 줄이고 성공 확률을 높이는 글로벌 트렌드로 평가받는다. 다만 지분 처분 기한·투자 의무비율 등 기존 제약이 여전히 잔존한다는 문제가 있어 AC 업계는 추가적인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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