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옵티머스" 이 정도였나…투자자 홀린 K-로봇 스타트업

김성휘 기자 기사 입력 2024.05.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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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핫딜]휴머노이드 '앨리스' 개발사 에이로봇, 35억 시드투자 유치

에이로봇 '앨리스'(오른쪽)가 테슬라의 옵티머스 기능을 동일하게 수행하는 모습 /사진=에이로봇 제공
에이로봇 '앨리스'(오른쪽)가 테슬라의 옵티머스 기능을 동일하게 수행하는 모습 /사진=에이로봇 제공
올해 1월과 3월, 로봇 영상 두 개가 연거푸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 로봇기업 피규어AI는 오픈AI와 합작해 만든 키 170㎝ 정도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커피머신을 능숙하게 조작했으며(1월 영상), 업그레이드 버전에선 테이블 위 사과를 구분하고 "배고프다"는 사람에게 그 사과를 집어줬다(3월 영상).

피규어AI의 로봇기술에다 오픈AI의 투자를 통해 AI(인공지능) 학습까지 한 결과다. AI를 탑재한 휴머노이드의 비약적인 발전은 국내에도 상당한 자극을 줬다. 유망한 휴머노이드 로봇기업을 찾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났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곳은 휴머노이드 '앨리스'를 개발한 에이로봇이다.

에이로봇은 최근 35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설립당시 엔젤투자를 제외하면 사실상 첫 투자다. 하나벤처스가 주도한 이번 라운드엔 SGC파트너스, 가우스캐피탈매니지먼트 등이 참여했다. 투자자들은 "전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에이로봇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사람에게 사과를 건네는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로봇/사진=피규어AI 유튜브
사람에게 사과를 건네는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로봇/사진=피규어AI 유튜브


투자 외면받던 휴머노이드, 분위기 확 달라져


에이로봇은 2018년 설립됐다. '로봇천재'로 일반에도 잘 알려진 한재권 한양대 교수가 주도했다. 국내 로봇기업 로보티즈에서 한 교수와 함께 일했던 엄윤설 CEO가 경영을, 한 교수는 CTO(최고기술책임자)를 각각 맡아 한국 토종 휴머노이드 개발에 나섰다. 그런데 6년만에 시드투자에 성공한 건 국내 휴머노이드 개발환경이 녹록지 않음을 보여준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오픈AI의 챗GPT, 피규어AI 등의 발전을 목격하면서다. 급팽창하는 'AI 휴머노이드' 분야에 한국이 뒤처질 수 없다는 공감대가 생긴 것이다. 에이로봇의 시드 라운드에 투자사들의 관심이 매우 높았다는 후문이다.

조경훈 하나벤처스 본부장은 "로봇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한국에선 관련 회사가 많지않다"며 "에이로봇의 경우 기술력과 인력 충원 가능성 등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에이로봇이 판매하는 웰컴로봇(리셉션 로봇) 에이미(왼쪽), 축구를 하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앨리스(오른쪽)/사진=에이로봇
에이로봇이 판매하는 웰컴로봇(리셉션 로봇) 에이미(왼쪽), 축구를 하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앨리스(오른쪽)/사진=에이로봇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2035년 전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140만대가 출하되고 시장 규모는 38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규모는 연평균 50%씩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심혈을 기울인 옵티머스는 생산로봇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중국의 존재감도 크다. 로봇 상업화를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액추에이터 등 로봇 핵심부품의 소형화를 중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에이로봇을 시작으로 휴머노이드 개발에 대한 국내 투자 역시 늘어날 조짐이다. 벤처투자업계에선 몸에 입거나 부착하는 웨어러블 로봇 중심에서 휴머노이드 중심으로 로봇투자의 색깔이 달라질 거란 시각도 있다. 조 본부장은 "AI가 접목돼 로봇 성능이 좋아진 데다 중국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단가가 낮아졌다"며 "휴머노이드 산업이 전반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시기가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로봇월드컵 우승 주역…한국 휴머노이드 개발 이끈다


에이로봇의 주역인 한재권 교수는 로봇들의 축구 월드컵 '로보컵' 우승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인물. 미 버지니아공대 재학중 미국 최초의 성인형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를 설계제작했다. 찰리는 2011년 로보컵에서 우승했고 '찰리 아빠' 한 교수도 이름을 알렸다. 미국서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지만 고국인 한국에 기여하겠다는 집념으로 귀국했다.
한재권 한양대 교수와 엄윤설 숙명여대 교수가 스키로봇 ‘다이애나’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한재권 한양대 교수와 엄윤설 숙명여대 교수가 스키로봇 ‘다이애나’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로보티즈에선 재난 구조용 휴머노이드 '똘망'을 개발했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때는 두 다리로 스키 타는 로봇 '다이애나'로 눈길을 끌었다. 에이로봇 창업 이후 미국에서 투자하겠다는 제안도 받았지만 회사를 미국으로 옮겨야 한다는 조건은 수용하기 어려웠다.

이에 박물관 등 다중이용시설의 안내·리셉션 로봇(웰컴로봇)을 판매, 그것으로 회사운영자금을 만들면서 본업인 휴머노이드 개발에 매달렸다. 에이로봇은 한 교수가 몸담은 경기 안산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에 자리했다. 그의 연구실엔 차세대 로봇영웅을 꿈꾸는 젊은 석박사 인재들이 몰렸다.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한 교수는 "미국에선 테슬라와 피규어AI, 캐나다 생추어리AI 등에 대해 어마어마한 가능성을 보고 투자가 이뤄지고 중국은 미국을 따라잡겠다며 정부 주도로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그동안 관련 투자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8년 휴머노이드가 제조현장에서 일하도록 하겠다는 우리 비전을 투자자들이 믿어준 것"이라며 "테슬라 옵티머스에 필적할 로봇을 연내 선보일 것이고 투자금은 이를 위한 인력 확충과 개발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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