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비접촉 원자현미경' 뭐길래…서울대 교수 창업하자 뭉칫돈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5.05.3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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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핫딜]멀티스케일인스트루먼트, 시드투자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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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15일 경기 과천시 과천국립과학관 미래상상,SF관에서 웨이퍼가 빛을 반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사진=뉴스1
지난 4월15일 경기 과천시 과천국립과학관 미래상상,SF관에서 웨이퍼가 빛을 반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사진=뉴스1
반도체에 10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이하 간격으로 소자를 새겨넣는 초미세 선단 공정이 시작되면서 '원자현미경(AFM, Atomic Force Microscope)'이 핵심 장비로 떠오르고 있다. 원자의 특성을 사용해 대상을 미세 계측·검사해야 할 만큼 반도체들이 정밀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다양한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들이 원자현미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제원호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가 설립한 멀티스케일인스트루먼트(이하 멀티스케일)도 원자현미경으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다. 멀티스케일은 최근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삼익매츠벤처스에서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본격적인 사업의 시작을 알렸다. 특히 정밀기계부품 제조사 삼익THK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인 삼익매츠벤처스가 투자에 참여하면서 장비 양산 등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수정진동자 방식으로 '비접촉' 검사…가격경쟁력도 높아


멀티스케일은 통상 원자현미경에서 사용되는 '캔틸레버' 방식이 아닌 '수정(水晶, Quartz) 진동자' 방식으로 원자현미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제 대표가 학계에서 20여년간 연구해온 수정진동자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했다.

투자자들은 멀티스케일의 '수정진동자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원자현미경은 주로 캔틸레버(외팔보)에 탐침(센서)을 달아 검사 대상을 훑으며 표면 상태를 읽는 방식을 활용한다. 문제는 검사 과정에서 탐침이 검사 대상의 표면에 닿는다는 점이었다. 이는 검사에 오차를 발생시키나 반도체 표면의 미세한 변형(손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반면 수정진동자 기술은 검사 대상과 접촉하지 않고서도 계측이 가능하다. 물체와 닿지 않아도 가까이 가면 진동하는 수정의 특성을 활용한 기술이다. 이에 캔틸레버 방식에 비해 높은 정밀도를 구현하는 게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승태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수석심사역은 "오차를 크게 낮출 수 있고 계측 대상의 변형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특징은 소형화와 가격경쟁력이다. 김 수석은 "켄틸레버 방식은 탐침의 흔들림을 레이저로 측정하기 때문에 고가의 정밀 레이저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해야 한다"며 "반면 수정진동자는 진동이 다시 전기신호로 바뀌면서 레이저 시스템을 덜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개발되고 있는 다른 기술 방식의 비접촉식 원자현미경보다 높은 가격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밀측정 20년 연구해온 학계 권위자…대기업 PoC도 진행


멀티스케일이 이같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건 창업자인 제 대표의 연구경력에 있다. 제 대표는 학계에서 20년 이상 수정진동자 기반 정밀 측정 분야를 연구해왔다. 예일대학교 물리학과에서 진행한 박사과정에서는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세르쥬 아로슈 교수를 지도교수로 두고 연구하기도 했다. 제 대표는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 시절 미국물리학회 회원 중 0.5%만 선정되는 석학회원 팰로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으로도 활동했다.

멀티스케일은 이미 국내 반도체 대기업과 PoC(개념검증)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중 검증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김 수석은 "핵심 부품인 수정진동자 기술 기반의 센서가 현장에서 문제없이 작동하는 점만 확인되면, 나머지는 일반적인 기계적 시스템을 덧붙이므로 큰 문제 없이 현장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원자현미경의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만큼 멀티스케일의 타깃 시장도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원자현미경이 제조된 반도체의 결함 탐지는 물론 제조 세부 과정인 식각, 리소그래피(회로 그리기) 과정에서도 적용되기 시작해서다.

김 수석은 "원자현미경은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 코히런트 마켓인사이트는 산업용 원자현미경 시장 규모가 2025년 6억3260만달러에서 2032년 8억9070만달러로 연평균 5.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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